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조약이 체결되다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조약이 체결되다

3년간의 고된 협상 끝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팬데믹 조약이 체결되었다.

 

향후 팬데믹에 더 잘 대처하기 위해 팬데믹 조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세계보건기구의 꿈이 사실상 실현되었다. 이 조약은 세계보건기구의 75년 역사에서 두 번째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어, 세계보건기구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체결을 알리는 성명을 지난 20일에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공중보건, 과학 및 다자간 행동의 승리입니다. 우리 시민, 사회, 경제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견뎌낸 손실과 피해를 다시 겪지 않도록 취약하게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 사회의 인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의 핵심인 보건 위협에 대한 감시 확대, 예방 조치 강화, 위기 상황에서 더 많은 약물과 백신 공유에 대한 의견 조율이 실패함에 따라, 이는 정부간실무그룹(IGWG)을 구성해 2026년 5월 총회에서 부속 협상으로 논의된다. 따라서 반대표 없이 11개국이 기권하여 협정이 체결될 수 있었지만 추가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회원국들은 내년 총회 전까지 서명할 필요가 없다.

 

보건 및 개발 문제에 초점을 맞춘 국제 비정부기구인 제3세계 네트워크의 한 변호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협상을 타결하려는 고집”이 저소득 국가들에게 협상 핵심 요소에 대해 “포기하도록”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털어놓았다.

 

독립 팬데믹 대비 및 대응 패널의 공동 의장인 헬렌 클라크는 협정 체결을 축하하면서 팬데믹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를 오늘부터 구축할 수 있는 토대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재정, 의료 대책에 대한 공평한 접근, 진화하는 위험을 이해하는 데 많은 격차가 남아 있습니다. 시작을 기다리지 마세요. 위험한 병원균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들은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팬데믹을 선언할 경우, 제약회사들은 생산된 백신, 의약품 및 진단 제품의 20%를 신속하게 세계보건기구에 제공해야 하며, 그중 최소 10%는 기부하고 나머지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글로벌 보건기관으로서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과학 대신 정치를 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를 비판하며 탈퇴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주요 기부국인 중국의 요구에 따라 2023년 총회에서 대만 대표의 참석을 거부하여 논란이 되었다. 영국은 팬데믹 조약이 국가 주권에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서명을 거부했으나 입장을 바꾸었다.

 

조지타운 대학의 보건법 및 정책 전문가인 로런스 고스틴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없는 팬데믹 조약은 온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부재가 거대한 구멍을 남긴다는 사실을 달콤하게 포장할 수는 없습니다.”

 

팬데믹 조약의 조항 19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조항은 팬데믹 조약 체결 후 당사자 회의(COP)를 통해 팬데믹 조약의 영역과 규모를 확대해 나간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조약 체결 소식에 소셜 미디어 엑스에 미국 정부의 입장을 알리는 글을 게시하며 세계보건기구의 개혁을 주문했다.

 

“많은 기존 기관과 마찬가지로 WHO도 관료주의적 비대, 고착화된 패러다임, 이해관계의 충돌, 국제적 권력 정치에 휩싸여 있습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세계보건기구에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했지만, 중국과 같은 다른 국가들은 세계의 공공 이익이 아닌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세계보건기구 운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보건에 대한 글로벌 협력은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저에게도 여전히 매우 중요하지만, 코로나 시대의 실패에서 알 수 있듯이 WHO 하에서는 그다지 잘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전 세계 보건부 장관들과 WHO가 우리의 탈퇴를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합니다.”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팬데믹 선언 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바이러스 샘플과 유전정보의 신속한 제공을 서명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지적 재산권 등을 이유로 거부하여 체결이 어려웠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가 병원체 샘플 제공에 동의하고 백신, 치료제, 진단 기기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공유하는 ‘병원체 접근 및 이익 공유(PABS)’ 시스템 구축을 제시하면서 합의의 길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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