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에 침투한 영국의 MI6

국제원자력기구에 침투한 영국의 MI6

영국 정보기관 MI6의 베테랑 요원 니콜라스 랭맨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잠입해 대이란 정책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정황이 폭로되었다.

 

미국의 언론사 더그레이존의 보도에 따르면, 유출된 토치라이트(Torchlight) 문서 속 랭맨의 이력에는 IAEA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통한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 활동과 함께, 이란 제재를 위한 국제적 공조 구축에 기여한 사실이 담겨 있다. 토치라이트는 사실상 영국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정보의 발신자와 수신자만 알 수 있는 통신 중개 조직으로 스파이의 신분 및 역할을 은닉한다.

 

특히 랭던은 2010~2012년에 미국, 유럽, 중동,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란 제재 전략을 조직했는데, 이는 이후 급격히 강화된 서방의 대이란 제재와 정확히 일치한다. 문제는 IAEA가 ‘중립적인 국제 감시 기구’라는 명분 아래 활동하면서도 서방 정보기관의 전략에 깊게 연루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란 정부는 오랜 시간 IAEA가 자국 과학자 정보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넘겨 암살을 가능케 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6월 12일에 IAEA는 이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의혹을 제기했고 다음 날 이스라엘은 공습을 감행, 핵 과학자 9명을 포함해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사망케 했다. 이에 이란은 6월 28일에 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의 사퇴를 요구하며 협력을 전면 중단했다.

 

랭맨은 MI6 활동 이력이 노출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이다. 2005년에 그리스에서 아테네에 거주하던 파키스탄 이주민 28명을 MI6 요원이 납치 및 고문한 사건에 연루된 그의 이름은 당시 그리스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1997년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MI6의 여론 관리 작전에 투입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영국 정부는 두 사건 모두에 대해 언론에 보도 금지 조치를 내렸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무차별적인 대이란 제재 조치를 연속적으로 실행했다. 바로 이 시기에 랭맨은 외교관의 탈을 쓰고 IAEA 및 유엔 소속 기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미국과 유럽의 외교 전략, 이스라엘의 비밀 작전까지 연결시키는 매개체였던 것으로 보인다. MI6와 영국 외무부는 전통적으로 긴밀히 협력한다.

 

한편, 이란 과학자 파크리자데 등 핵심 인사의 암살과 관련하여 IAEA의 자료 제공 의혹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6월에 유출된 IAEA 내부 문서는 사무총장 그로시가 이스라엘 측과 긴밀히 협력하며 자리를 얻었고, 정보 제공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그로시 이전부터 랭맨과 같은 MI6 요원이 조직 내부에서 활동했다면, IAEA의 중립성은 이미 오래전에 훼손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랭맨은 이름이 노출되고도 2016년 세인트 마이클 및 세인트 조지 훈장 수훈자로 선정되었다. IAEA는 MI6와의 연관성과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대해 아직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Share thi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