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를 실패로 보이게 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한 세계경제포럼

브렉시트를 실패로 보이게 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한 세계경제포럼

세계경제포럼이 브렉시트를 실패로 보이게 하기 위해 연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다보스 콘퍼런스의 얼굴인 클라우스 슈밥이 연례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의 국가 순위 조정을 직접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보고서는 각국의 생산성 및 장기 번영 가능성을 평가한다.

 

2017/2018년 보고서 초안에서는 영국이 순위가 7위에서 4위로 크게 상승했지만, 슈밥이 직원들에게 “영국의 순위가 개선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이를 악용할 것”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종 보고서에서 영국은 1단계 하락한 8위로 표기되었다. 당시 세계경제포럼은 브렉시트 투표가 순위에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으나, 브렉시트가 향후 영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으로 경고했다.

 

보고서 작성 시점은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으나 실제 탈퇴 협상은 초반 단계에 있었으며, 2차 국민투표 가능성도 거론되던 시기였다. 당시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다보스 회의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브렉시트 이후 시대를 준비 중이며,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브리튼’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연설했다.

 

세계경제포럼 내부 고발자에 의해 시작된 이번 조사에서 슈밥은 연구 조작 외에도 약 83만 6천 파운드(약 9억 8천만 원) 상당의 경비 부적절 청구,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이메일 발송 및 불편한 접촉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스위스 신문 손타크스차이퉁은 관련 조사 결과 일부를 입수해 보도했다.

 

조사 과정에서 슈밥은 또 다른 정치적인 이유로 인도의 순위 하락을 막으려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의 다보스 참석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인도의 순위는 실제 하락 예상치 20단계에서 1단계 하락으로 조정되었다.

 

영국 내 정치권에서는 이번 의혹에 대해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고위 지정학 인사가 브렉시트 및 민주적 정치과정을 왜곡 및 조작한 것은 세계경제포럼과 그 구성원들의 명예에 큰 오점”이라고 말했다. 영국 개혁당의 나이젤 파라지는 “슈밥에 대한 음모론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며 그를 ‘위험한 글로벌리스트 조작자’라고 비판했다. 브렉시트 협상가인 로드 프로스트 경도 “글로벌 엘리트들이 브렉시트에 적대적임을 보여주는 극히 드문 명확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슈밥은 일부 조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데 대해 세계경제포럼 이사회가 비밀 유지 약정을 위반했다고 반발하며 “속았다. 더 이상의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조사는 8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다보스 맨’이라는 용어가 상징하는 글로벌 엘리트 집단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세계 경제 및 정치 무대에서 민주주의와 주권 문제에 관한 긴장감을 반영한다. 20년 전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제시한 이 용어는 국가 주권보다 글로벌 통합과 엘리트 이익을 우선시하는 세력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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