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리시테대학의 신경심리학자 발렌티나 라 코르테 연구팀은 익명으로 TL이라 명명된 십대 여성의 사례를 발표했다. 이는 HSAM을 가진 개인이 과거 사건을 회상하고 미래 사건을 상상하는 방식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 평가다. 연구팀은 TL에게 인생의 다섯 시기에서 개인적으로 관련된 네 가지 사건을 회상하도록 요청했다. 그녀의 기억 수행은 표준 평균의 최상위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인정되는 과다기억증후군 진단 기준과 일치했다.
라 코르테에 따르면 “이러한 개인들의 기억은 날짜별로 체계적으로 색인화되어 있다. 일부는 특정 날짜에 무엇을 했는지 상세하게 묘사할 수 있고, 그날의 감정과 감각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 TL의 경우 기억이 “맥락적이고 현상학적인 세부 사항이 풍부하며” “재경험의 강력한 느낌”을 동반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TL은 8세 때 처음 친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언급했으나 거짓말이라는 반응을 받았다. 연구팀은 “그녀는 자신의 인지 기능이 비정형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16세가 되어서야 가족에게 이를 알렸다”고 보고했다. 17세에 이르러 TL은 연구 참여를 결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TL이 기억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감정적 가치가 없는 사실과 학문적 지식은 시각적 이미지 없이 저장되며 의식적 노력을 통한 암기가 필요하다. 그녀는 이를 “검은 기억”이라 명명했다. 반면 감정을 동반한 개인적 기억은 정신적으로 시각화된 공간 구조 내에 저장된다. TL은 이를 천장이 낮고 넓은 직사각형의 흰색 방으로 묘사하며, 이 공간에서 기억이 복잡한 분류 체계에 따라 연대순으로 정리된다고 보고했다.
사례 보고서는 “TL이 지난 한 달의 날짜들, 지난 2년의 월들을 구별할 수 있었으며, 더 오래된 기억에 대해서는 연도만 구별할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부정적 기억의 경우 별도의 정신적 구획에 보관되며, 특정 감정 상태에 따라 접근하는 다른 정신적 공간들도 존재한다고 보고되었다.
TL의 사례는 미래 사건에 대한 정신적 시뮬레이션 능력도 보여준다. 그녀의 예측적 사고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데자뷔와 유사한 강한 친숙함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과거 회상 능력과 미래 상상 능력이 신경학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를 ‘정신적 시간 여행’ 능력으로 규정하며, TL이 과거를 재경험하는 것처럼 미래를 미리 경험하는 현상학적 특징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기존 HSAM 연구에서 다른 보유자들은 회상의 흐름이 “멈추지 않고, 통제할 수 없으며, 자동적”이라고 보고했다. 이러한 끊임없는 기억의 침투는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인지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정적 경험의 경우 일반인들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희석되지 않고 생생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심리적 고통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TL의 사례 연구는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체계적 평가를 포함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HSAM에 대한 동료 심사 연구는 극히 제한적이다. 라 코르테는 “과다기억증후군에 대한 발견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소수의 사례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제기한 주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노화가 HSAM 보유자들의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정신적 시간 여행 능력이 연령에 따라 변화하는가? 이들이 기억 축적을 통제하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가?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삶의 기억을 부호화하고, 인출하며, 폐기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라 코르테는 “많은 질문이 남아 있고, 모든 것이 아직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향후 연구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는 뉴로케이스 저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