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 세뇌해선 안 돼’… 미국의 프로파간다 금지 법안

‘정부가 국민 세뇌해선 안 돼’… 미국의 프로파간다 금지 법안

미국 켄터키주 공화당 하원의원 토마스 매시가 연방정부가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프로파간다를 퍼뜨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13년 스미스-먼트 현대화 법의 폐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자국 정부가 자신들을 상대로 프로파간다를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10년 넘게 합법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스미스-먼트법은 1948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서명한 법으로, 냉전 시기 소련의 프로파간다에 대응하기 위해 국무부가 해외 청중을 대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이 법은 당시 국내에서 이러한 자료의 배포를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1985년 에드워드 조린스키 상원의원은 미국 정보국(USIA)의 콘텐츠가 국내에서 이용 가능해진다면 소련 프로파간다 기관과 다를 바 없다고 선언하며, 법을 개정해 “미국 정보국이 준비한 어떤 프로그램 자료도 미국 내에서 배포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금지 조치는 정부가 나치 스타일의 프로파간다를 만들거나 국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2012년 애덤 스미스 민주당 하원의원과 맥 손베리 공화당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스미스-먼트 현대화 법이 2013년 국방수권법에 포함되어 통과되면서 64년간 유지되던 이 금지 조항이 폐지되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1월 2일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발효되었다. 이 개정안은 국무부와 방송위원회가 해외 청중을 위해 제작한 자료를 미국 내에서도 요청에 따라 이용 가능하게 만들었다.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자유유럽방송, 중동방송네트워크 등 방송위원회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100개 이상 국가에서 61개 언어로 방송되며, 주당 수천 시간의 정부 자금 지원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이 이제 미국 국내에서도 배포될 수 있게 되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전개하는 프로파간다의 실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극명하게 드러났다. 바이든 행정부 동안 백악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토안보부(DHS), FBI를 포함한 수많은 연방 관료와 기관들로 광범위한 검열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 기업들과 협력하거나 강제해 정부 정책이나 선호하는 내러티브에 반하는 코로나 관련 견해를 억압했다. 검열 대상에는 코로나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의문, 코로나의 기원, 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능, 마스크 착용 의무화의 효과, 아동과 영아 백신 접종의 필요성, 학교 폐쇄와 가정 원격학습의 필요성 등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포함되었다.

 

2021년 5월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코로나 관련 허위정보를 검열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규제 강화와 독점 금지 집행 등 처벌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해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페이스북과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충분한 허위정보를 검열하지 않아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 CDC, DHS, FBI의 관료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틱톡 등 주요 플랫폼의 임원 및 직원들과 빈번하고 체계적으로 소통하며, 이들 플랫폼이 콘텐츠 조정 정책과 알고리즘을 변경해 정부가 선호하지 않는 견해를 더 많이 검열하도록 했다.

 

2021년 스탠퍼드대학교가 만든 ‘바이럴리티 프로젝트’는 정부와 협력해 코로나 관련 콘텐츠에 대한 범산업 모니터링 계획을 시작했다. 트위터, 구글/유튜브,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미디엄, 틱톡, 핀터레스트 등 최소 6개 주요 인터넷 플랫폼이 참여했으며, 매일 수백만 개의 항목을 검토를 위해 전송했다. 이 프로젝트는 대규모로 콘텐츠를 검토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진실한 자료와 합법적인 정치적 의견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종종 사실적으로 틀린 경우가 많았다. 검열 대상이 된 코로나 관련 콘텐츠에는 진실한 발언, 사실적 증언, 유머러스한 게시물(밈, GIF 등), 개인적 일화가 포함되었다. 심지어 코로나 백신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의 온라인 지원 그룹에 올라온 사적인 발언까지도 모니터링되고 억압되었다.

 

매시 의원은 수요일 스미스-먼트 현대화 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이렇게 밝혔다. “2013년 국방수권법에는 스미스-먼트 현대화 법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연방정부가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프로파간다를 전개하는 것에 대한 금지를 종식시킨 법안이었습니다. 나는 그 국방수권법에 반대 표를 던졌고, 2026년 국방수권법에 원래의 금지 조항을 재도입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표결을 막았습니다. 스미스-먼트 현대화 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납세자가 낸 돈으로 만든 가짜 뉴스가 연방정부의 미국 국민에 대한 영향력 캠페인에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매시의 폐지 법안은 국무부와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 및 그 네트워크들이 프로파간다를 배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의회와 언론이 해외로 전송되는 프로파간다 자료를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되 그 자료가 미국 국민에게 악용되지 않도록 하며, 국무부와 USAGM이 미국인을 표적으로 하는 “은밀한 디지털 영향력 작전”을 위해 비밀 소셜미디어 계정, 웹사이트, 팟캐스트를 만드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프로파간다 자료를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하되 20년간 공개를 지연하고 미국 정부가 자료의 출처이며 외국 청중을 위한 것이었음을 밝히는 면책 조항을 추가하도록 요구한다.

 

유타주 공화당 상원의원 마이크 리는 지난달 ‘찰리 커크 법’이라는 이름의 상원 동반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성명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오바마 행정부까지 미국 정부가 국무부의 해외 방송 장치를 사용해 미국 시민을 프로파간다로 표적화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2013년 이러한 보호 장치가 제거됐다. 내 법안은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위한 미국의 순교자인 찰리 커크의 이름으로 이 안전장치를 복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1948년 스미스-먼트법을 제정해 정부의 국내 프로파간다를 금지한 것은 건국 이념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미국은 과도한 정부 권력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나라로,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고 명시한다. 정부가 언론과 정보 흐름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근본적으로 경계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정부는 필요악이며, 작을수록 좋다”는 정부 불신의 전통이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공유되며, 권력 분립과 견제가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 속에서 토마스 매시 같은 의원이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문제 삼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정부가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을 계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특히 한국은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며 유능한 정부가 국민을 이끌어야 한다는 발전 국가 모델이 깊이 내재화됐고, 주요 언론사들이 정치권력과 재벌에 종속되어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감시하기보다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적으로는 삼권분립이지만 행정부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법이 권력자에게는 유연하게 적용되며 정권이 바뀌면 과거 정권의 불법행위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정부를 신뢰하지 말라”는 원칙 위에 세워진 나라라면, 한국은 “정부가 국민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원칙 위에 세워진 나라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이 법안은 가파른 난관에 직면해 있다. 존슨 하원의장이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을 뿐 아니라, 매시가 지적했듯이 민주당 공동 발의자가 단 한 명도 없다. 게다가 스미스-먼트 현대화 법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한 후 민주당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서명했다. 정치 기득권층이 국가가 후원하는 프로파간다를 명백히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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