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쟁’ 뒤편에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국의 노림수

‘마약 전쟁’ 뒤편에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국의 노림수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향해 다시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우며 군사 및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베네수엘라 고위 인사들이 수년간 마약 조직과 결탁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명분이 얼마나 실증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독립 언론과 국제 연구자들은 미국 정부 발표가 상당한 공백과 과장을 포함하고 있으며, 보다 큰 전략적 목적을 가리는 데 마약 프레임이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베네수엘라가 코카 및 코카인 ‘생산국’이라는 인식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연례 ‘세계 마약 보고서’는 여러 해 동안 주요 생산국을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로 명시해 왔고, 베네수엘라는 생산 인프라나 재배 통계에서 중심국으로 분류된 적이 없다. 또한 미국 정부 산하 DEA가 공개하는 ‘국가 마약 위협 평가’에서도 베네수엘라를 ‘핵심 생산국’으로 정의한 사례는 드물다. 다만 지리적 특성상 일부 경유 경로로 활용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미국 정부가 묘사하는 위협 규모를 입증할 만한 공개 증거는 부족하다는 것이 여러 연구자의 평가다. 미국 내 정책연구소 WOLA(워싱턴라틴아메리카연구소)도 수년간의 분석에서 비슷한 결론을 반복적으로 제시해 왔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군부 내 일부 세력이 마약 조직과 결탁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태양의 카르텔’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이 개념은 학술적으로 검증된 용어가 아니며, 정치적 서사에 가깝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독립 언론들은 이러한 명칭의 등장이 과거 미국의 개입 사례에서 보였던 패턴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파나마의 노리에가 축출, 1980~90년대 중미 지역에서의 개입, 멕시코·콜롬비아 마약전쟁을 둘러싼 불투명한 작전들은 모두 ‘범죄 척결’이라는 표면적 명분이 실제 목적을 흐리게 만든 전례로 자주 언급된다.

 

최근 보도에서 미국 행정부가 CIA의 비공개 해외 작전에 청신호를 줬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이는 역사적으로 CIA와 같은 정보기관의 비정규 작전이 ‘정권교체 목표’와 결합해 마약 거래에 불투명한 방식으로 개입한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의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1990년대 ‘다크 얼라이언스’ 논쟁, 그리고 이란 콘트라 사건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는 정보기관이 지정학적 목표를 위해 현지 범죄 생태계와 비의도적으로 얽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최근 미군이 베네수엘라 연안과 인접 해역에서 수행한 고강도 작전은 단순한 ‘마약 단속’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선박 타격과 정찰 강화가 실제로 마약 조직의 활동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베네수엘라 정권에 군사적 압박을 가해 정치적 균열을 유도하는 전략의 일부인지에 대해 공개적 검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고, 독립 언론은 미국의 대응이 위협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크고 공격적이라는 점을 문제 삼는다.

 

주류 언론은 미국 정부의 발표를 기반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베네수엘라=마약 허브’라는 인식이 반복적으로 강화된다. 반면 독립 언론들은 왜 지금, 어떤 근거로, 얼마나 검증된 위협을 이유로 미국이 행동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미국의 보다 큰 전략적 이해관계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급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이며, 러시아와 중국의 투자가 깊이 들어와 있다. 미국이 마두로 정권 변화에 관심을 가진 배경에는 에너지, 지정학, 서반구 영향력 회복이라는 현실적 계산이 포함되어 있다는 분석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결국 현재 국면에서 중요한 질문은 ‘마약이 실제로 얼마나 위협적인가’가 아니라 ‘이 명분이 미국의 정치·군사 전략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에 있다. 마약 범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규모와 구조는 미국 정부의 설명만큼 명확하지 않으며,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의 다년간의 보고는 그 과장을 지적해 왔다. 반면 정권교체 압박, 러시아 및 중국 견제, 미국 내 정치적 어젠다 등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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