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후 수개월에서 수년간 다양한 증상이 지속되는 ‘롱코비드’ 현상의 생물학적 원인을 규명하려는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가 발표됐다. 프랑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공동연구팀이 롱코비드 환자의 혈액에서 비정상적인 미세 혈전 덩어리와 면역세포가 방출하는 그물망 구조가 물리적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동료 심사를 거쳐 2025년 10월 2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것은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암연구소(IRCM)의 알랭 티에리 박사 연구팀이다. 티에리 박사는 혈중 유리 DNA와 암 진단 분야에서 오랜 연구 경력을 가진 전문가로, 이번 연구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 대학교 연구진과 협력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스텔렌보스 대학교 측에서는 혈액 내 미세 혈전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연구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첫 번째 현상은 ‘미세 혈전’이다. 우리 몸에서 피가 굳는 과정은 피브리노겐이라는 단백질이 피브린으로 변환되면서 그물망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특정 염증 상황에서는 이 피브리노겐이 정상적인 혈액 응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비정상적으로 뭉쳐 작은 덩어리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미세 혈전은 일반적인 혈전과 달리 몸의 자연적인 혈전 분해 시스템으로 잘 제거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만으로도 이러한 미세 혈전이 형성될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두 번째 현상은 ‘NETs(Neutrophil Extracellular Traps, 호중구 세포외 덫)’라 불리는 면역 반응이다. 호중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우리 몸의 1차 방어선 역할을 담당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자를 감지하면 호중구는 자신의 DNA와 여러 항균 효소들을 그물망처럼 세포 밖으로 방출해 병원체를 물리적, 화학적으로 포획하고 제거한다. 이 과정을 ‘NETosis(넷오시스)’라고 부른다. 감염 초기에는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지만, 이 반응이 과도하거나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오히려 혈관과 조직에 손상을 입히고 비정상적인 혈전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롱코비드 환자 50명과 건강한 대조군 38명의 혈액을 비교 분석했다. 대조군은 프랑스에서 24명,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4명을 모집해 지역적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확인했다. 롱코비드 환자군의 평균 연령은 50세였으며 여성이 32명, 남성이 18명이었다. 모든 참가자는 혈액 응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응고제나 아스피린 등의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사람들로 선별됐다.
분석 결과, 롱코비드 환자의 혈액에서 미세 혈전 수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전체 미세 혈전 수는 중앙값 기준으로 약 19.7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미세 혈전을 크기별로 나누어 분석했는데, 모든 크기 범위에서 롱코비드 환자의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큰 크기의 미세 혈전 비율이다. 건강한 사람 중 가장 큰 크기(1600 제곱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미세 혈전을 가진 비율은 13.1%에 불과했지만, 롱코비드 환자에서는 이 비율이 60%에 달했다. 이는 롱코비드 환자에서 미세 혈전이 단순히 수가 많을 뿐 아니라 크기도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NETs 관련 지표들도 롱코비드 환자에서 크게 상승해 있었다. MPO(골수과산화효소)는 건강한 사람 대비 3.5배, NE(호중구 엘라스타제)는 14.9배, 혈중 유리 DNA는 5.7배 높았다. 형광현미경 관찰 결과, NETs의 DNA 성분과 MPO 효소가 미세 혈전 내부 또는 표면에서 함께 발견됐으며, 일부에서는 NETs가 미세 혈전을 감싸거나 두 미세 혈전을 연결하는 구조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NETs가 미세 혈전에 결합해 분해를 방해하고, 이로 인해 미세 혈전이 혈액 내에 더 오래 머물면서 작은 혈관을 막아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롱코비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10~30%가 어떤 형태로든 롱코비드를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피로감, 인지 기능 저하(일명 ‘브레인 포그’), 호흡 곤란, 심계항진, 관절통 등 200가지 이상의 다양한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명확한 진단 기준이나 확립된 치료법이 없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생체지표의 발견은 진단과 치료 양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건강한 사람만을 대조군으로 포함해 당뇨병이나 패혈증 등 다른 염증성 질환과의 비교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연구 대상자 수도 88명으로 적은 편이다. 두 현상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됐으나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감염 후 롱코비드 증상을 보이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백신 접종 이력을 수집했으나, 접종 여부에 따른 차이는 분석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더 큰 규모의 후속 연구와 다른 질환군과의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ong COVID patients show elevated microclots structurally linked to NETs, driving persistent inflammation.
These biomarkers enable 91% diagnostic accuracy, revealing a thrombo-inflammatory feedback loop behind lasting symptoms.https://t.co/GuC0DQqDDn pic.twitter.com/bE2vZ4dhu2
— David Lingenfelter, PhD (@dlingenfelter) November 30,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