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의 무능을 비판하며 탈퇴한 미국

세계보건기구의 무능을 비판하며 탈퇴한 미국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공식 탈퇴를 완료했다고 보건복지부(HHS)가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취임 첫날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정확히 1년 만이다. 1948년 WHO 설립 이후 회원국으로 활동해온 미국이 77년 만에 국제 보건 협력 체제에서 이탈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탈퇴의 핵심 이유로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실패를 지목했다. HHS는 공식 성명에서 “WHO는 코로나19 초기 단계에서 세계 공중보건 긴급사태와 팬데믹 선언을 지연시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동안 세계가 중요한 몇 주를 잃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WHO 지도부는 초기 과소보고, 정보 억제, 인간 대 인간 전염 확인 지연에 대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응을 반복적으로 칭찬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관계는 미국의 WHO 불신을 키운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HHS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WHO 운영 예산의 최대 25%를 지원했지만 단 한 번도 미국인이 WHO 사무총장을 맡은 적이 없다”며 “반면 훨씬 적은 자금을 제공한 중국이 조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HHS 장관은 지난해 5월 WHO 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WHO 예산의 상당 부분을 제공했지만 중국과 같은 국가들이 자국 이익을 위해 조직 운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미국 측은 탈퇴가 글로벌 보건 리더십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HHS 관계자는 “미국을 실망시킨 조직에서 떠나는 것이지, 글로벌 보건 리더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무부가 지난해 12월 수십 개국과 다년간 양자 글로벌 보건 협력 협정을 체결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국제기구가 아닌 개별 국가들과 직접 협력해 질병 감시와 공중보건 우선순위를 다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WHO는 미국이 2024년과 2025년 분담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탈퇴하더라도 돈은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법에 따르면 탈퇴 전 1년 전 통지와 약 2억6천만 달러의 미납금 지불이 필요하지만, 미 국무부는 탈퇴 전 지불 조건이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이를 거부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국민은 이미 충분히 많은 돈을 냈다”고 잘라 말했다. HHS는 트럼프 대통령이 WHO가 미국에 수조 달러의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향후 모든 정부 자원의 WHO 이전을 중단할 권한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탈퇴 여파가 즉시 나타났다. 목요일 제네바 WHO 본부 앞에서 미국 국기가 철거되는 모습이 목격됐다. 전통적으로 WHO 전체 예산의 약 18%를 부담해온 미국의 이탈로 WHO는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WHO는 경영진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업무 규모를 줄였으며, 올해 중반까지 전체 직원의 약 4분의 1을 감축할 예정이다. WHO 회원국들은 2월 집행이사회에서 미국의 탈퇴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WHO의 구체적인 실책들을 열거하며 탈퇴를 정당화했다. 특히 WHO가 2020년 1월 공중보건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도 여행 제한 조치에 반대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국제 여행과 무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행 금지가 사례 유입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고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적 자세를 취하면서도 이후 봉쇄에 대해서는 제한적 효과를 인정하는 모순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이 WHO의 권고를 무시하고 자체적으로 여행 제한을 시행했고, 이들 국가 중 일부는 실제로 바이러스 확산 지연에 성공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공기 중 전염에 대한 WHO의 인정 지연이었다. WHO는 코로나19 초기에 바이러스가 주로 비말과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고 강조하며 공기 중 전염 가능성을 부정했다. 239명의 과학자들이 2020년 7월 공개서한을 통해 공기 중 전염 증거를 제시했지만, WHO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WHO가 마침내 ‘공기 중 전염(airborne)’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2021년 12월이었다. 2년 가까운 지연 기간 동안 전 세계는 표면 소독과 손 씻기에 집중했고, 많은 기업과 정부가 설치한 플렉시글라스 차단막은 효과가 미비하거나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0년 4월 공기 중 전염을 우려한 과학자들이 WHO를 방문했을 때, WHO는 이를 격렬히 거부하고 그들을 “무단 침입자” 취급하며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WHO는 심지어 2020년 3월 소셜 미디어에 “팩트: 코로나19는 공기 중 전염이 아님”이라고 게시하며 일부 과학자들의 경고가 잘못된 정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미국 탈퇴의 의미를 성명에서 밝혔다. “우리는 요양원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한 미국인들, WHO가 주도한 규제로 파괴된 소상공인들, 이 기구의 무책임한 무활동으로 인해 삶이 산산이 부서진 미국인들을 위해 우리의 깃발을 되찾겠습니다. 우리의 탈퇴는 그들을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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