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혐오범죄 대응법안’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캐나다 ‘혐오범죄 대응법안’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캐나다에서 혐오범죄를 강력히 처벌하기 위한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의 기본 원칙을 위배한다는 우려 속에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9월 연방 의회에 제출된 ‘혐오범죄 대응법안(Bill C-9)’은 최근 급증한 종교시설 공격과 혐오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안은 혐오범죄를 독립적 범죄로 규정하고, 종교시설이나 문화센터 접근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며, 공공장소에서 테러조직이나 혐오단체의 상징 게시를 금지한다. 정부는 형법에 ‘혐오’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추가해 법 적용의 일관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캐나다시민자유협회, 캐나다노동회의, 캐나다변호사협회, 캐나다가톨릭주교회의, 캐나다무슬림협회 등 정치적 성향이 다른 56개 단체가 법안 수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혐오’의 정의 변경이다. 현행법은 범죄적 혐오를 “극도로 강렬하고 극단적인 성격으로 명백히 비방과 증오와 연관된” 감정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법안은 이를 “혐오나 비방을 수반하며 단순한 경멸이나 싫어함보다 강한” 감정으로 바꿨다. 혐오의 기준이 대폭 낮아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종교적 표현의 자유 보호 장치 삭제다. 현행 형법 319조 3항은 선의로 종교 경전을 해석해 표현한 경우 혐오 선동 혐의로 기소할 수 없도록 보호한다. 이 조항은 2001년 하딩 사건에서 대법원이 종교적 견해 표현은 강력히 보호되지만 혐오를 전달하는 ‘트로이 목마’로 악용될 수 없다고 판결하며 확립됐다. 그러나 자유당 정부가 블록퀘베코이당 지지를 받아 추진한 수정안은 이 보호 조항을 아예 삭제한다. 종교계는 이로 인해 설교나 경전 낭독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안은 혐오 선전 범죄 기소 시 법무장관의 사전 동의 요건도 삭제했다. 이 절차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기소를 방지하는 안전장치였다. 법무장관 동의가 사라지면 경찰과 검찰의 재량이 커지고, 과도한 기소나 유죄 협상 강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경찰 77%와 피해자 지원기관 82%는 법무장관 동의 요건이 신속한 기소에 장애가 된다고 답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신중한 기소야말로 기본권 보호의 핵심이라고 반박한다.

 

종교시설이나 학교 접근을 방해하는 행위를 범죄화한 조항도 문제다. 최대 10년 징역형을 규정하는데, ‘방해’와 ‘간섭’의 정의가 불명확하다. 변호사협회는 이로 인해 합법적 시위까지 범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노동회의는 이 조항이 파업 피켓 라인까지 형사 처벌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자의 합법적 쟁의 행위가 최대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 지지자들은 캐나다 권리헌장이 종교적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소된 후에야 헌장 소송을 통해 권리를 방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종교단체나 시민단체가 장기간의 비용이 많이 드는 헌법 소송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권리는 침해된 후 사후에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자체에서 사전에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Bill C-9는 현재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며, 2월 9일 18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청문회에는 31명의 증인이 출석했고 56개 단체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캐나다는 이미 괴롭힘, 협박, 기물파손, 혐오 동기 폭력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을 갖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문제는 법의 부재가 아니라 집행이며, 모호한 법으로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보수당 레슬리 루이스 의원은 법안의 이러한 모순을 꼬집는다. 2021년 이후 100개 이상의 교회가 방화와 훼손 공격을 받았는데도, 정부 보도자료는 반유대주의, 이슬람혐오, 동성애혐오, 트랜스혐오만 언급하고 기독교인에 대한 혐오범죄 증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의회 연설에서 ‘혐오와 싸운다’는 법안이 기독교 혐오에 대해 완전히 침묵한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루이스는 이 법안이 새로운 보호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법적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혐오의 정의를 희석시켜 국가 권력을 확대한다고 비판했다. ‘보호한다’고 주장하는 법안에 정작 보호받아야 할 당사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다.

 

캐나다의 Bill C-9는 고립된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유는 19년 연속 하락했고, 그중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가장 많이 하락한 지표로 나타났다. 언론 자유 최저 점수를 받은 국가가 2005년 14개국에서 2022년 33개국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 기준 157개국에서 언론 자유가 압박받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는 2024년 전 세계 국가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4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악화됐다고 보고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민주주의 후퇴가 25년간 지속되면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주의 국가보다 독재 국가가 더 많아진 현실이다. 팬데믹 전후로 시작하여 온라인 안전, 아동 보호, 팩트체크, 혐오 근절, 증오 방지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안들이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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