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치료제로 개발된 클라스코테론(clascoterone)이 남성형 탈모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네소타대학교 피부과학과 마리아 호딘스키 교수 연구진이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1,4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이 바르는 치료제가 6개월 만에 모발 성장을 최대 539%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제약사 코스모 파마슈티컬스(Cosmo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이 치료제의 SCALP 1과 SCALP 2 임상시험은 바르는 탈모 치료제 연구 중 최대 규모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두피에 문신으로 작은 표시를 남긴 후, 동일한 부위를 매번 촬영하고 모발 수를 세는 방식으로 효과를 측정했다. 참가자 절반은 클라스코테론을, 나머지 절반은 위약을 하루 두 번 발랐다. 6개월 후 한 연구에서는 모발 수가 539% 증가했고, 다른 연구에서는 168% 증가했다. 위약 그룹에서는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호딘스키 교수는 “환자들은 이미지상 몇 가닥이 늘어난 수준이 아니라, 눈에 띄게 더 풍성하고 밀도 높은 모발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클라스코테론의 핵심은 작용 방식의 차이다. 남성형 탈모는 테스토스테론 파생물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모낭을 수축시켜 발생한다. 기존 약물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체내 DHT 수치 자체를 낮추지만, DHT가 성욕과 전립선 기능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성욕 감퇴 같은 부작용이 따른다. 반면 클라스코테론은 모낭에서만 DHT의 작용을 차단한다. 전신적 호르몬 수치를 건드리지 않고 국소적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이번 임상 3상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약간의 피부 붉어짐이나 가려움 정도였으며, 이는 위약 그룹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했다.
모든 전문가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탈모 협회 창립자인 스펜서 코브렌은 “539%라는 숫자는 모발이 다섯 배 늘어났다는 뜻이 아니라, 매우 작은 측정 영역에서 위약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호딘스키 교수는 “환자들이 스스로 눈에 띄는 차이를 느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더블린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데즈먼드 토빈 교수는 “매우 중요한 돌파구”라고 평가하면서도 “사용을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호딘스키 교수는 초기 단계 탈모를 겪는 젊은 남성, 부작용 우려로 피나스테리드를 거부한 사람, 미녹시딜에 반응하지 않았거나 근본 원인을 타겟으로 삼는 치료를 원하는 사람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모는 올해 봄 미국과 유럽의 의약품 규제 기관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말 영국 약국에 도착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코브렌은 ‘규제되지 않은 암시장 버전이 빠르게 등장할 수 있다’며 ‘진짜 제품을 기다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Cosmo, which reports a 539% increase in hair growth in trials, will finish its safety review by spring 2026 before applying for FDA and EMA approval.
If the process moves normally, the clascoterone hair-regrowth treatment could be available in the US and Europe by 2027. pic.twitter.com/ePJIugrMrr
— Current Report (@Currentreport1) December 7,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