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 군용기가 남부 접경 마을들에 농업용 제초제를 대규모로 살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레바논 농업부와 환경부는 성명을 통해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실험실에서 분석한 결과,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부 시료에서는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수치의 20배에서 30배에 달하는 농도가 확인됐다.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번 살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스라엘의 주권 침해이자 환경적, 공중보건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레바논 외무부는 이 사안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공식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BBC의 논평 요청에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으며, 살포의 목적 역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유사한 방식을 가자 지구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사용해 왔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기샤(Gisha)의 정보공개 청구에 응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국방부는 2016년 2014년부터 가자 지구 외곽 경계 펜스 주변에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를 항공 살포해 왔으며, 그 목적이 “최적의 지속적 보안 작전”을 위한 것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이번 레바논 사건은 국경 지대의 밀생한 초목이 부대 운용에 장애가 된다는 이스라엘군 내부의 인식이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레바논 남부 접경 마을 주민 다수가 항공기로부터 물질이 뿌려지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관련 피해를 신고했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휴전 협정이 타결된 지 1년여 지난 시점에 발생했다.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은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접경 지역 에 “무해 화학 물질”을 살포할 예정이라는 사전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따라 열두 건 이상의 작전을 취소하고 대피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 영토 상공에서 정체불명의 화학 물질을 살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살포의 범위는 레바논을 넘어 시리아까지 이어졌다. 1월 말 이스라엘 농업용 항공기가 시리아 남부 쿠네이트라 지역 농경지 상공에서 정체불명의 물질을 살포하는 장면이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최소 세 차례 포착됐으며, 살포된 지역에서는 초목과 농작물이 누렇게 변색되는 피해가 잇달아 보고됐다. 레바논 농업부 장관 니자르 하니는 이번 살포가 “국경 지대에서 식생을 제거해 완충지대를 만드는 관행의 일환으로, 사실상 조직적 사막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메드 인권감시단은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에서 되풀이해 온 초토화 정책의 연장선으로 규정했다. 감시단은 “민간 농경지를 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것은 민간인 생존에 불가결한 대상을 공격하거나 파괴하는 것을 금지한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며, 명확한 군사적 필요 없이 사유재산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행위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독립적인 진상 조사단 파견과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의 수사 개시도 촉구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레바논 연구원 람지 카이스는 이번 사태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은 지역 공동체에 또 다른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지역은 올리브 농장, 담배 등 농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사건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생업을 회복하고 폐허가 된 삶을 재건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2023~2024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투로 수만 명이 여전히 피난 생활을 이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제초제 살포는 귀환과 재건의 길을 한층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25년 4월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분쟁으로 레바논 농업 부문이 입은 피해와 손실은 7억 달러(한화 약 1조 원)를 웃돌며, 남부 지역과 베카 계곡이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레바논 환경단체 ‘초록남부사람들(Green Southerners)’은 이번 살포가 이미 백린탄으로 훼손된 생태계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며, “곤충 군집과 자연 수분 매개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쳐 생물 다양성과 식량 안보, 주민 생계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글리포세이트를 2015년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Laboratory analysis identified that the spray contained glyphosatehttps://t.co/yT1NcBSftI
— The Kinzie Report (@thekinziereport) February 6, 2026
BREAKING:
Israel is using internationally-banned white phosphorus bombs to burn villages and farmlands in South Lebanon. Aga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remains mute. Of course. pic.twitter.com/pALvDP85cY
— sarah (@sahouraxo) August 3,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