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숨은 공범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숨은 공범들

2026년 2월 22일, 멕시코 특수부대는 할리스코주 타팔파 인근 은신처를 급습해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를 사살했다. 그의 별명은 엘 멘초.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약왕의 죽음은 순식간에 폭력의 방아쇠를 당겼다. 수시간 안에 고속도로가 봉쇄됐고, 차량이 불탔으며, 20개 주에 걸쳐 총격전이 벌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과 세계를 위한 쾌거라며 환영한 그 작전의 후폭풍은, 멕시코 카르텔이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라 정규군과 맞먹는 무장 세력으로 성장했음을 세계에 다시 한번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 영웅 서사에는 불편한 질문 하나가 끼어든다. 엘 멘초는 과연 제거 직전까지 실질적인 권력자였는가. 그의 아들 루벤은 2020년 미국에 인도됐다. 아내는 2021년 자금세탁 혐의로 구금됐고, 형제 둘은 멕시코 교도소에 있었다. 후계 라인은 이미 끊겨 있었다. CJNG는 지역 사령관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구조로 분권화된 지 오래였고, 조직의 실질적 운영은 그에게서 멀어진 상태였다. 인사이트크라임의 보안 분석가 크리스 달비는 알자지라에 이렇게 말했다. “엘 멘초 제거는 CEO를 내보내면 회사가 망한다는 말과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조직의 수장이라기보다 조직의 상징에 가까웠다.

 

타이밍이 그 해석을 뒷받침한다. 미국과 멕시코의 USMCA 재협상이 공식 개시된 것은 2026년 1월 28일이었다. 엘 멘초 사살은 불과 25일 뒤였다. 연간 9,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멕시코 교역을 규율하는 이 협정의 갱신은 셰인바움 정부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트럼프는 25퍼센트 관세 위협과 단독 군사 개입 가능성을 동시에 흔들며 멕시코를 압박해왔다. 텍사스 KPRC의 멕시코 전문가 호르헤 살리나스는 이 구도를 이렇게 요약했다. “셰인바움은 USMCA 재협상이 미국에게 카르텔 문제에서 멕시코를 압박할 강력한 지렛대가 된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했다. 그녀가 행동할 경우 받게 될 보상은 협정 갱신이었다.” 멕시코는 이미 기울어진 조직의 간판을 내어주고 협상 테이블에서 자리를 지켰다. 트럼프는 승리를 선언했고 마약은 계속 이동하고 있다.

 

이 교환 구조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멕시코 카르텔의 현재 군사력은 수십 년에 걸친 외부의 설계와 방조 위에 세워졌다. 인터넷에 퍼진 영상 속 중무장 전투원, 장갑차, 드론 편대는 단지 멕시코의 문제가 아니다. 멕시코 국방부 장관 리카르도 트레비야 트레호 장군은 셰인바움 대통령 취임 이후 압수된 약 2만 3천 정의 무기 가운데 80퍼센트가 미국산이며 나머지 20퍼센트는 이스라엘산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전직 CIA 계약 분석가 데이비드 맥마이클은 이렇게 증언했다. “비밀 작전을 위한 공급망을 구축하면, 그것은 동시에 마약 공급로가 됩니다.”

 

미국과 중남미 마약 카르텔의 연루 관계는 냉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는 니카라과 좌파 산디니스타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반군 조직 콘트라를 비밀리에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CIA는 콘트라의 자금 조달 경로가 코카인 밀수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을 감았다. 1989년 케리 위원회가 주도한 상원 조사에서는 국무부가 콘트라를 지원하기 위해 마약 밀수업자들에게 직접 자금을 지불한 사실이 확인됐다. CIA 내부 조사 역시 소속 요원들이 콘트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마약 밀수업자들과 협력한 사실을 인정했다.

 

냉전의 논리는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미국 주류통제국(ATF)은 멕시코 카르텔로 흘러들어가는 총기 2,000여 정을 의도적으로 추적 포기하는 작전을 펼쳤다. 오퍼레이션 패스트 앤 퓨리어스다. 공식 설명은 유통망 추적 실패였지만, ATF 내부 고발자들의 의회 증언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멕시코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의 2014년 탐사 보도는 DEA가 2000~2012년까지 시날로아 카르텔에게 라이벌 조직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마약 밀수를 사실상 묵인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시날로아 카르텔 물류 총책 헤수스 비센테 삼바다-니에블라는 시카고 연방법원 제출 자료에서 미국 정부가 자신의 조직에 사실상 무제한 통행권을 부여했다고 폭로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주목할 점은 이 작전이 부시 행정부 때 시작된 오퍼레이션 와이드 리시버에서 이어졌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본격화됐다는 사실이다. 수년에 걸쳐 정권이 바뀌어도 ‘건워킹’ 전술은 지속됐고, 멕시코 당국은 물론 ATF 멕시코 사무소조차 의도적으로 차단됐다. 장관급에서 발동된 행정 특권이 관련 문서 공개를 막았고, 법무장관 에릭 홀더는 의회 모독죄로 제재를 받았다. 단순한 현장 실수로 설명하기에는 설계의 냄새가 너무 짙었다. 같은 구조는 이스라엘을 통해서도 작동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의회가 공개적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중남미 우익 세력에 무기와 훈련을 제공하는 대리인이었다.

 

칠레 피노체트 정권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었고, 니카라과 콘트라를 훈련했으며, 과테말라 군부를 지원했다. 이스라엘군 전직 대령 야이르 클라인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스피어헤드는 미국의 이익에 복무한 유일한 조직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우선순위가 바뀌자 우리를 버렸습니다.” 동기를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1989년 콜롬비아에서 클라인이 메데인 카르텔 연계 준군사 조직에 폭탄 제조와 암살 기술을 가르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적 파문이 일었다. 1991년 미 상원 조사는 퇴역 이스라엘 특수부대원들이 메데인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클라인을 끝내 콜롬비아에 인도하지 않았다.

 

이 구조는 민간 보안 시장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 퇴역 장교들이 스피어헤드 같은 용병 기업을 차려 훈련과 무기를 파는 관행은 수백 개 업체로 확산됐고,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묵인했다. CJNG와의 연계 의혹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전직 DEA 요원이 인용된 2017년 조사는 이스라엘 국적자들이 CJNG 조직원에게 저격 훈련과 전술 교육을 제공했다고 기술했다. 2019년 전 CJNG 조직원 프란시스코 역시 테레문도 인터뷰에서 훈련 캠프 교관 중 이스라엘 국적자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한편 멕시코 경찰에 합법 수출된 이스라엘산 갈릴 및 타보르 소총이 부패 경로를 거쳐 카르텔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국제 조사 보고서 데들리 트레이드로 문서화됐다. 멕시코 국방부가 압수 무기의 20퍼센트를 이스라엘산으로 공식 확인한 수치는 이 경로의 규모가 이미 통제 한계를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가장 최근에 부상한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2022년 이후 수천 명의 중남미 출신 용병이 키이우 편에서 러시아군과 교전했다. 상당수가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카르텔과 연계된 인물들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전장에서 살아 돌아와 드론 전술, 매복 기법, 즉석 폭발물 제조 기술을 조직 내에 전수했다. CJNG의 드론 운용 능력이 급격히 향상된 배경에 우크라이나 전장 경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전의 교범이 카르텔 훈련 매뉴얼로 둔갑하는 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의 연결 고리는 인적 경로에 그치지 않는다. 서방이 공급한 무기 일부가 암시장을 통해 중남미 카르텔로 흘러들어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쟁 상황에서 물량을 추적하는 것이 어렵고, 비공식 경로를 통한 무기 확산은 여러 분쟁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된 패턴이다. 실제로 CJNG 영상에서 포착된 일부 장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유통된 서방 군용품과 규격이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왔고, 카르텔 장갑차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부착된 사례도 확인됐다. 지금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화력 일부는 다른 전쟁을 위해 설계된 무기에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원한 것은 멕시코의 굴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셰인바움은 이미 기울어진 간판 하나를 내어주며 그 장면을 제공했다. CJNG는 수십 개 지역 조직이 느슨하게 연결된 프랜차이즈였고, 조직 자체는 건재하다. 마약은 멈추지 않는다. 냉전의 지정학적 도박, 수십 년에 걸친 총기 공급 경로, 용병의 전장 경험이 범죄 조직으로 흘러드는 경로 모두 멕시코 바깥에서 설계됐거나 방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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