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협상 중에 공습을 결정한 미국과 이스라엘

핵 협상 중에 공습을 결정한 미국과 이스라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합동 공습을 개시한 것은 2026년 2월 28일 이른 새벽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에 ‘사자의 포효(Roar of the Lion)’, 미국은 ‘서사시적 분노(Epic Fury)’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공격 개시일이 “수주 전에 이미 결정됐고 수개월에 걸쳐 준비됐다”고 보도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 계획이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 테이블에 동시에 앉아 있던 시점에 확정됐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은 2025년 6월 1차 전쟁으로 협상이 중단된 지 8개월 만인 올해 2월부터 오만의 중재 아래 핵 협상을 재개했다. 재개의 직접적 배경에는 이란 내부의 급격한 정치적 변화가 있었다. 2025년 12월부터 경제 위기와 리알화 폭락에 분노한 이란 시민들이 전국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197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이란 정부는 대규모 유혈 진압으로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공격의 명분으로 적극 활용했다. 그는 협상 재개와 동시에 2월 20일 이란에 10일 내 합의를 요구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냈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역내 저항 세력 지원을 포기하도록 압박했다. 그 사이 ‘함대’로 불릴 만한 규모의 해군 전력을 중동 해역에 배치하며 협상이 결렬되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협상에서 이란은 핵물질 비축량 제한이라는 핵심 의제에 유연한 입장을 재차 시사했다.

 

협상의 마지막 3차 회의가 열린 것은 공습 이틀 전인 2월 26일 제네바에서였다. 중재자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회의 직후 소셜 미디어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마무리했다”고 밝혔고, 이란의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일부 의제에서는 합의에 도달했다”며 “일주일 내로 4차 협상을 개최하기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알부사이디는 CBS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폭탄 제조에 쓰일 핵 물질을 ‘결코 보유하지 않겠다’는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를 2015년 오바마 시절 핵합의에도 없던 “완전히 새로운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블룸버그를 통해 협상단이 “실망한 채 제네바를 떠났다”는 메시지를 흘렸고, 공식 논평은 끝내 내놓지 않았다. 이틀 뒤 공습이 개시되자 알부사이디는 “진지하게 진행 중이던 협상이 또다시 의도적으로 훼손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지타운대 카타르 캠퍼스의 이란학 전문가 메흐란 캄라바 교수는 이스라엘이 “협상을 무산시키기 위해 설계된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2009년 작성한 전략 문서 “페르시아로 가는 길”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일찌감치 청사진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해당 문서는 미국이 공격에 앞서 협상을 진행함으로써 이란이 “좋은 제안을 거부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고, 전쟁의 책임을 이란에 돌릴 수 있다고 권고했다. 공습 일주일 전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참모들이 “이스라엘이 먼저 이란을 공격해 보복을 유발하면 미국 여론이 참전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17년 전 싱크탱크 문서의 논리가 2026년 백악관 내부 논의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이란은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집무실에서 사망했다고 이란 국영 통신이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으로 숨진 이란 고위 인사 7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모하마드 팍푸르, 최고안보회의 대표 알리 샴카니, 국방장관 아지즈 나시르자데, 군 참모총장 압돌라히 무사비, 카타물안비야 비상사령부 정보국장 살레 아사디, 군사국장 모하마드 시라지, 방위혁신연구기구 전현직 수장 호세인 자발리아니와 레자 모자파리니아가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모든 결정을 내리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말했으며, 미국 언론은 초기 공습에서 약 40명의 이란 관리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IRGC는 이스라엘과 역내 미군 기지를 향해 대규모 탄도미사일과 드론 포격을 퍼부었으며, 이란군은 미군이 주둔한 27개 기지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시에 혼합 발사하는 ‘포화 공격’ 전술은 방어 시스템을 교란시켜 일부 미사일이 요격망을 뚫고 그대로 통과하도록 만든다. 2025년 6월 전쟁에서도 이미 확인된 이 전술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과 미군의 방공망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탄두를 장착한 이란 탄도미사일 한 발이 텔아비브 아파트 건물에 직격해 외벽이 뜯겨나갔다. 사망자 1명, 입원 27명, 인근 건물 40여 동이 파손됐으며 이스라엘군은 언론 검열로 피해 규모를 통제하고 있으나, 공개된 영상에서 텔아비브와 베에르셰바 등지의 피해가 상당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란 적신월사는 이란 전역 131개 군에서 787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최소 11명으로 집계됐고, 이란군의 쿠웨이트 공격으로 미군 병사 6명이 전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24개 주에 1,200발 이상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에서는 공습 직후 전기와 인터넷이 동시에 끊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넷블록스에 따르면 이란 전국의 인터넷 연결이 평시의 4%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이는 전력망 피해와 맞물려 테헤란 전역에서 암흑이 이어졌다.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파키스탄 카라치에서는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에 난입해 6명이 사망했으며, 이라크 바그다드의 그린존과 걸프 지역 곳곳에서도 긴장이 고조됐다. 바레인에 위치한 미 해군 중부사령부 및 5함대 기지도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아 시설 일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미 당국은 공식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의 반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3월 2일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정유 시설인 아람코의 라스 타누라 정유소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우디 국영 통신은 드론 2대가 시설 인근에서 요격되면서 발생한 파편으로 제한적 피해가 났으며 인명 피해는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이란 외무부 차관 마지드 탁트-라반치는 CNN에 출연해 “이미 사우디 형제들과 직접 소통했다. 이란은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에 책임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란 반관영 통신사 타스님은 이 공격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습 일주일 전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이 이란 공습에 사우디를 ‘끌어들이기 위해’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과 면담한 사실이 미들이스트아이 보도로 알려지면서, 걸프 국가들을 분쟁에 직접 끌어들이기 위한 위장 작전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언론은 공습 직후 이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최고지도자의 죽음을 기뻐하며 춤을 췄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소셜 미디어 영상에 근거한 것으로,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미사일이 쏟아지는 공습 당일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춤을 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앞서 2025년 6월 12일 전쟁 당시에도 동일한 언론들이 이란 시민의 환호 장면을 잇달아 보도했지만, 이후 상당수 영상이 전혀 다른 지역과 시점에서 촬영된 것이거나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조작물로 드러났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상, 중국의 화재 장면, 심지어 서부영화 스틸컷까지 이란 관련 영상으로 유통됐다. 이번에도 같은 언론사들이 유사한 영상을 근거로 동일한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란 관련 허위정보 여부를 판별하는 사실 확인 작업 자체가 서방 주류 언론사와 이스라엘 측 기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내부 언론은 봉쇄되어 있고, 독립적인 검증 채널은 극히 제한되고 있어 누가 가짜이고 누가 진짜인지를 가리는 권한이 사실상 한쪽에 쏠려 있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 대법원장, 헌법수호위원회 법학자 대표로 구성된 3인 임시 지도체제를 구성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죽음을 “모든 인간 도덕 및 국제법 규범에 대한 냉소적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CBS 방송 인터뷰에서 “하루 전보다 외교적 해결이 훨씬 쉽게 됐다”며, “그들이 심각하게 얻어맞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이터 단독 보도에 따르면 CIA는 공격 2주 전부터 하메네이가 제거될 경우 IRGC 강경파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정보 당국 소식통 2명이 전했다. 협상에서 오히려 이란이 더 강경해질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습이 그대로 진행된 것이다. 실제로 이전 대결들에서 이란의 대응은 미미하고 형식적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미군 기지를 직접 타격하며 긴장 완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공습으로 핵 프로그램이 “사실상 수십 년 퇴보했다”고 주장했지만, 미 정보기관의 초기 평가는 ‘수개월 후퇴’에 불과하다고 파악했다.

 

이번 전쟁에서도 IAEA의 역할은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5년 6월 1차 전쟁 당시 IAEA 이사회는 이란이 핵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결의안을 6월 12일 통과시켰고, 이스라엘은 바로 다음 날 이란을 공격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그로시는 결의안 통과 나흘 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성격임을 검증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됐다”고 밝혔지만, 열흘 뒤에는 “이란에서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증거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결의안은 통과시킨 셈이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는 이 결의안을 군사행동의 근거로 즉각 인용했다. 이번 2차 전쟁 직전에도 그로시는 이란의 핵물질 대부분이 1차 공습 후에도 “대량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공개 발언했다. 전쟁이 재개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핵물질이 지하에 그대로 있다는 발언은, 의도했든 아니든 추가 공격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공습 직후에는 다시 “방사성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위험을 경고하는 역할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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