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작성한 엑스 계정 소유주의 이름이 이스라엘에서 검색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작성한 엑스 계정 소유주의 이름이 이스라엘에서 검색되고 있다

X(구 트위터)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던 이용자들이 자신의 실명이 이스라엘에서 대거 검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것은 X가 유료 인증 서비스에 도입한 신원 확인 소프트웨어 ‘오텐틱스’다.

 

“제 법적 이름, 미들네임까지 포함한 전체 이름이 하루 만에 이스라엘에서 11차례나 검색됐다”고 익명 계정 ‘TransFemPOTUS’ 운영자가 밝혔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프로필에 내건 또 다른 익명 계정 사용자 ‘TheAtlantean9’도 “최근 이스라엘에서 내 실명이 검색된 것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아티스트 ‘비오니코 반디토’는 특정 게시물을 올린 직후 자신의 이름이 이스라엘에서 100번 넘게 검색됐다고 전했다. 일본의 보수 성향 계정부터 미국의 음모론 계정까지, 다양한 국적과 성향의 익명 사용자들이 구글 트렌드 데이터를 근거로 비슷한 경험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X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 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신원 확인 절차다. X는 2023년부터 프리미엄 구독자가 더 넓은 도달 범위를 확보하려면 오텐틱스를 통해 본인 확인을 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여권 등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업로드하고 기기 카메라로 얼굴 스캔까지 허용해야 한다. 오텐틱스 측은 수집된 데이터를 72시간 내에 삭제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방법은 없다. 한 이용자는 “오텐틱스와 X만이 내 신원 확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고 단언했고, 일각에서는 “X는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큰 허니팟 작전”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사태의 핵심에는 오텐틱스의 설립 배경이 있다. 이 회사는 2002년 이스라엘 군 정보 엘리트 부대인 ‘8200부대’ 출신의 론 아츠몬이 창립했다. 그의 부친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전 재무담당자였다. 아츠몬 본인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게시물이나 가자 전쟁 반대 시위대를 KKK에 빗대어 비난하는 콘텐츠를 자신의 링크드인에 올리고 있다. 직원 구성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16년까지 8200부대에서 근무한 엘리란 레비는 2022년 개발자로 합류했고, 리오르 에무나는 8200부대 정보 분석관 출신으로 현재 애널리틱스 매니저를 맡고 있다. 사라 베니타 역시 8200부대 이동통신 시스템 운용 요원에서 오텐틱스 엔지니어로 자리를 옮겼으며, 제품 관리 이사 샤이 레흐테르는 이스라엘군 고위 지휘관 출신이다.

 

8200부대는 이스라엘 방위군 최고의 사이버 정보 부대로 ‘이스라엘의 하버드’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이 부대가 개발한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는 전 세계 5만 명 이상의 기자, 정치인, 외교관을 감시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를 활용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동향을 파악한 뒤 튀르키예에서 그를 살해했다. 2024년 레바논에서 수천 개의 전자기기를 동시에 폭발시켜 42명을 숨지게 한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도 이 부대의 작전으로 알려졌으며, 전직 CIA 국장 레온 파네타조차 이를 “테러 행위”라고 공개 비판했다.

 

가자지구에서는 ‘프로젝트 라벤더’라는 AI 프로그램으로 주민 전체를 점수화해 표적 살해 명단을 자동 생성했으며, 작전 초반 몇 주 만에 3만 7,000명 이상이 명단에 올랐다. 8200부대는 팔레스타인인의 통화, 문자, 검색 이력, 의료 기록, 사생활까지 수집해 협박과 포섭에 활용한다.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팔레스타인 사회의 특성상, 성적 지향은 개인을 압박하는 데 특히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전직 부대원 한 명은 훈련 과정에서 아랍어로 된 동성애 관련 표현들을 감청 시 식별하기 위해 암기하도록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8200부대가 수십 년간 갈고닦은 감시와 포섭의 기술이 오텐틱스라는 민간 기업을 통해 X 이용자 수백만 명의 신원 정보와 맞닿아 있다.

 

오텐틱스를 통한 정보 접근이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는 것은 2024년 6월에 드러난 보안 사고가 보여준다. 사이버보안 업체 스파이더실크의 연구진이 오텐틱스의 관리자 계정 정보가 18개월 넘게 온라인에 노출돼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자격 증명은 2022년 12월 악성 프로그램에 탈취된 뒤 2023년 3월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됐으나, 2024년 6월 연구진이 확인했을 때도 여전히 유효했다. 이 계정으로 접근 가능한 로깅 플랫폼에는 이름, 생년월일, 국적은 물론 여권과 운전면허증 사진, 얼굴 스캔 결과까지 담겨 있었다. 오텐틱스는 “실제로 악용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X는 끝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주목할 것은 유럽연합(EU)과 영국, 유럽경제지역(EEA) 이용자들은 이 인증 의무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유럽의 개인정보 보호법이 생체 정보를 이스라엘 기업에 이전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EU로부터 GDPR 적정성 인정을 받은 나라임에도 제외 목록에 없어, 한국 이용자들 역시 여권과 얼굴 사진을 오텐틱스에 넘기고 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포괄적 개인정보 보호법 자체가 없다. 자국민의 생체 정보가 외국 정보기관 출신 기업으로 흘러가는 동안, 미국 정부는 이를 막을 도구를 스스로 갖추지 않은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X 소유주 일론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친구”라고 불렀다. 머스크가 수백만 이용자의 신원 확인을 이스라엘 군 정보 출신 기업에 맡긴 것이 단순한 비즈니스 결정인지, 아니면 이 관계의 연장선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오텐틱스 사태는 더 넓은 맥락에서도 읽힌다. 현재 호주, 영국 등 여러 나라가 아동 보호를 명분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이용자 신원 확인을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누가 그 데이터를 보관하고 누구에게 제공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차별금지법이나 표현의 자유 규제와 결합될 경우, 신원 확인 의무는 특정 집단이나 의견을 겨냥한 검열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다. 익명성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권력에 맞서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키는 방패다. 그 방패를 걷어내는 순간, 누가 그 정보를 쥐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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