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3개 주로 확대되고 있는 조력 사망 제도

미국 13개 주로 확대되고 있는 조력 사망 제도

올해 2월 미국 뉴욕 주지사 캐시 호컬이 “의사조력사망법(Medical Aid in Dying Act)”에 서명했다. 6개월 이내 사망이 예상되는 말기 환자가 스스로 약을 복용해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뉴욕에 앞서 일리노이주도 지난해 12월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미국에서 이 같은 형태의 조력 사망을 합법화한 주는 워싱턴 DC를 포함해 모두 13개로 늘었다.

 

법 지지자들은 스스로 죽음의 방식과 시점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존엄사’의 논리를 내세운다. 옹호 단체인 ‘존엄한 죽음(Death with Dignity)’은 말기 환자가 자신의 마지막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주법은 정신건강 전문가의 평가, 환자 요청에 대한 음성 및 영상 기록, 처방전 발급까지 5일 대기 기간, 거주자 요건 등 다른 주보다 엄격한 안전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콜럼비아대 의과대학의 리디아 더글데일 교수는 이 흐름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상의학윤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고통을 효율적으로 끝내는 방법이라는 공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생명이나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택하는 행위를 정상화함으로써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 ‘새로운 문제’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더글데일 교수는 캐나다를 지목했다. 캐나다는 2016년 ‘의사조력사망(MAID)’을 합법화한 이후 관련 사망자 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시행 첫해 약 1,000명이었던 수치는 2024년 1만 6천 명을 넘어섰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20명 중 1명 이상이 MAID로 생을 마감한다. 더글데일 교수는 “이 수치가 나를 더욱 걱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제도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는 점이다. 캐나다는 2021년 MAID 자격 요건을 확대해, 죽음이 ‘임박하지 않은’ 환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마거릿 마르실라는 아들 키아노가 당뇨와 실명을 앓고 있었고 우울증 병력도 있었지만 말기 질환이 없음에도 의사들이 MAID 기준을 충족하도록 도왔다고 주장한다. 마르실라는 올해 2월 이 사실을 공개하며 제도의 허점을 고발했다.

 

더글데일 교수는 조력 사망의 합법화가 중증 환자 돌봄을 둘러싼 사회의 태도 자체를 바꾼다고 지적한다. “아픈 이를 죽음의 순간까지 돌보는 길고 힘든 과정에 헌신하는 대신, 손쉬운 탈출구를 선택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장애인이나 타인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족의 짐이 되지 않으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부담이나 노인 돌봄 비용 같은 현실적 요인들이 환자의 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연구 결과들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더글데일 교수에 따르면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지역에서는 비조력 자살, 즉 스스로 선택한 일반 자살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 사회가 죽음을 요구하고 이를 들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의사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으로 정당한 선택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내 제도 완화는 이미 시작됐다. 일부 주가 거주자 요건을 폐지하고 대기 기간을 단축했다. 더글데일 교수는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여러 지역에서 초기의 제한 조항들이 ‘접근 장벽’이라는 이유로 차례로 삭제되거나 약화되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뉴욕 주의 현행 안전장치들이 앞으로 유지될 것인지에 대해서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더글데일 교수는 죽음을 해결책으로 보는 시각이 아니라, 환자가 삶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질 높은 완화 의료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가 선명해집니다.” 그녀는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관계와 삶의 우선순위를 새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리 모두가 자신의 날들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간다면, 죽음뿐 아니라 삶 자체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MAID 합법화 주들의 지형은 다른 보건 정책과도 정확히 겹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의료종사자 백신 의무화를 시행한 주는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코네티컷, 일리노이, 메인, 매사추세츠, 뉴멕시코, 뉴욕 등으로, MAID를 합법화한 13개 주와 사실상 동일하다. 반대로 백신 의무화를 법으로 금지한 20개 주는 모두 공화당 주지사 주였으며, 이 중에 MAID를 합법화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낙태권 보호, 코로나 백신 명령, 조력 사망 합법화라는 서로 달라야 하는 세 가지 정책을 같은 주들이 채택한 사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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