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위이자 핸들러로 불리는 재러드 쿠슈너

트럼프의 사위이자 핸들러로 불리는 재러드 쿠슈너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의 사위라는 수식어 뒤에 가려져 있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던 시기,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그를 트럼프의 ‘핸들러’라고 지칭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미국의 대응 기조에서도, 가자 전쟁을 둘러싼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도 쿠슈너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가문과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개인적 친분은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주류 언론은 그의 역할을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만 다루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그의 영향력은 그 틀을 훨씬 벗어나 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제프리 엡스타인 네트워크와 연결된 자금과 인맥의 흔적이 나타난다.

 

쿠슈너와 네타냐후 가문의 인연은 단순한 외교적 친분이 아니다. 어린 시절 네타냐후가 쿠슈너 가족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재러드가 자신의 침대를 내어줬다는 일화는 두 가문의 관계가 얼마나 오래되고 깊은지를 보여 준다. 재러드의 아버지 찰스 쿠슈너와 네타냐후는 수십 년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친분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노골적인 정책 편향으로 나타났다. 쿠슈너가 직접 설계한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사실상 배제한 채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었다. 협정의 수혜자는 이스라엘과 UAE였고, 두 나라는 모두 쿠슈너 가문이 자금 관계로 얽혀 있는 나라들이다. 이 협정은 외교적 성과로 포장됐지만,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트럼프 1기 재임 기간 내내 쿠슈너는 중동 정책에서 국무부보다 더 큰 발언권을 행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란 핵 합의 탈퇴, 예루살렘 주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에 대한 사실상의 면죄부 등 굵직한 결정들이 줄줄이 그의 조언 아래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미국의 소극적 대응을 두고도 쿠슈너가 배경에서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그가 공식 직함도 없이 이처럼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트럼프와의 가족 관계 외에도, 그를 뒷받침하는 자금과 네트워크가 있었다.

 

그 네트워크의 핵심 인물이 뉴욕 사업가 앤드루 파카스다. 탐사 매체 언리미티드 행아웃의 보도에 따르면, 쿠슈너 가문의 여러 주요 부동산 거래에서 실질적인 자금줄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파카스였다. 2015년 맨해튼 아파트 16채 인수와 뉴저지 아파트 2곳의 1억 200만 달러(약 1,400억 원) 매입에서 파카스가 이끄는 C-III 캐피털 파트너스가 핵심 재원을 공급했다. 같은 해 파카스는 재러드와 형 조시가 공동 창업한 부동산 스타트업 캐드리에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쿠슈너 가문이 성과의 주인공으로 보이지만, 실제 돈은 파카스에게서 나온 구조다. 이 같은 방식은 엡스타인이 뉴욕 부동산 시장에서 작동했던 방식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레슬리 웩스너, 레온 블랙 같은 억만장자들의 자금을 대리 운용하며 표면상 ‘개발업자’로 불렸던 엡스타인처럼, 쿠슈너 가문 역시 다른 이의 자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채 거래를 성사시켜 왔다.

 

파카스의 이름이 더 무거운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가 엡스타인과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아메리칸 요트 하버를 공동 소유했기 때문이다. 이 마리나는 엡스타인의 사설 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로 여성과 소녀들을 실어 나르는 거점이었다고 수사 당국은 밝혔다. 파카스는 2007년 이 마리나를 인수한 뒤 지분 절반을 엡스타인에게 넘겼고, 이후 두 사람은 세금 혜택을 함께 조율하고 트러스트 계약의 공동 수탁자로 이름을 나란히 올리며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사진에는 파카스가 엡스타인의 요트에서 인신매매 공모자 장-뤽 브뤼넬, 그리고 여러 젊은 여성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스라엘 측 연결고리도 이 네트워크를 통해 그려진다. 엡스타인의 이메일에는 그가 UAE 핵심 인사 술탄 빈 술라임을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에게 소개하는 장면이 담겨 있으며, 바라크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보기관 연계 기업 카르바인은 현재 미국 전역의 911 긴급전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쿠슈너가 트럼프 1기를 마친 후 행보도 이 네트워크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자신의 투자사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통해 UAE와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 7,600억 원) 이상을 유치했다. 파카스가 2002년 UAE 측과의 첫 만남을 주선하고 이후 트럼프 가문과 UAE를 연결한 흐름은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 결과다. 파카스는 UAE 두바이 월드의 핵심 인사 빈 술라임과 ‘절친한 사이’로 지내며 트럼프와의 첫 공동 사업을 두바이 팜 아일랜드 개발로 연결해 줬고, 두 사람은 2017년 트럼프 취임식 행사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왜 이 연결고리가 수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파카스는 공화당에서도 민주당에서도 보호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의 수십 년 최대 후원자이자 사설 고용주였다. 쿠오모가 HUD 장관 시절 파카스의 사업에 유리한 결정을 잇달아 내린 뒤 공직을 떠나자, 파카스는 연봉 120만 달러(약 16억 5,000만 원) 자리를 그에게 제공했다. 쿠슈너와의 밀착 관계는 공화당이 그를 겨냥하지 못하게 만들고, 쿠오모와의 관계는 민주당도 손대기 어렵게 만든다. 엡스타인 스캔들이 결국 드러낸 것은 한 범죄자의 일탈이 아니라, 양당을 가로지르며 침묵으로 유지되는 과두 네트워크의 민낯이다. 쿠슈너를 이해하려면 그의 공식 직함이 아니라, 그를 뒤에서 움직인 돈과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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