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밤 로스앤젤레스 돌비 시어터. 코미디언 지미 킴멜이 다큐멘터리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자 장내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용기를 언급한 뒤 이렇게 말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지 않는 지도자를 둔 나라들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기 곤란하지만, 북한과 CBS 정도라고만 해둡시다.” 예년과 달리 이번 오스카 시상식은 처음부터 정치적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은 개막 인사에서 “오늘 밤은 정치적인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고 미리 예고할 정도였다.
이날 시상식에서 표현의 자유 문제는 단순한 농담을 넘어선 상징이었다.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은 최우수 국제영화상을 발표하면서 “전쟁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말로 운을 뗐다. 다큐멘터리 최우수작으로 뽑힌 ‘푸틴에 맞선 무명씨(Mr. Nobody Against Putin)’의 데이비드 보렌스타인 감독은 “민주주의가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상식과 품위를 되찾을 세대”를 언급했고,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제임스 볼드윈을 인용해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지 말자”고 촉구했다.
킴멜이 CBS를 겨냥한 것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트럼프 동맹인 데이비드 엘리슨의 스카이댄스가 CBS 모회사 파라마운트를 인수한 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방송 면허를 무기로 언론사를 압박하는 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FCC 위원장 브렌던 카는 킴멜의 ABC 방송 발언에 대해 “쉬운 방법도 있고 어려운 방법도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오스카 시상식 당일에도 트럼프는 이란전 관련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하며 방송 면허 취소를 거론했다. 백스테이지에서는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이 킴멜을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정부가 방송 면허를 빌미로 비판적 보도를 틀어막으려 한다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하지만 오스카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불편한 질문 하나를 피할 수 없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과 2022년, 미국의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빅테크의 콘텐츠 검열을 앞장서 요구한 주역이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3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및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81%가 테크 기업이 허위정보를 제한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고, 70%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허위정보를 규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불과 5년 전인 2018년에는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40%만이 정부의 개입을 지지했으나 그 수치가 거의 두 배로 뛴 것이다. 같은 기간 공화당 성향 응답자의 지지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노스이스턴 대학이 2021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92.1%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허위정보에 경고 딱지를 붙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반면 보수 성향 응답자의 동의율은 60.1%에 그쳤다. 또한 민주당 지지자의 70% 이상이 트럼프의 게시물을 단순 라벨링이 아닌 보다 강력한 조치로 규제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 중 그런 의견을 가진 비율은 훨씬 낮았다. 표현의 자유 단체인 파이어(FIRE)가 인용한 서퍽대학과 USA투데이의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의 79%가 소셜미디어 기업이 혐오 발언과 허위정보를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 통제 문제는 이 아이러니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당시 바이러스의 실험실 기원 가능성을 제기하는 게시물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삭제되거나 차단됐고, 진보 진영은 이를 가짜뉴스 차단의 필연적 결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미 정보기관이 실험실 기원설을 진지하게 다루는 방향으로 무게를 옮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백신 부작용을 언급하는 게시물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허위정보로 분류돼 삭제됐던 일부 내용은 이후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MSNBC의 한 분석 기사는 “진보 좌파 다수가 지난 10여 년간 표현의 자유를 중도나 우파가 내세우는 논리로 취급해왔다”며 “이는 언제나 잘못된 태도였지만, 트럼프가 이 취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낙관론이 정권 교체와 함께 정반대로 뒤집혔다는 사실이다. 파이어가 트럼프의 2기 취임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의 표현의 자유 낙관론이 급등한 반면, 진보 성향 응답자의 낙관론은 뚜렷하게 하락했다. 파이어의 네이선 허니컷 수석 연구원은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감정은 누가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느냐에 크게 달려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어느 정당도 검열의 독점자가 아니라는 점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인식해온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스카 무대에서 킴멜이 CBS와 북한을 같은 선상에 놓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송 압박에 대한 합당한 반발이었지만 자기모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검열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진보가 이제 표현의 자유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검열은 누가 권력을 쥐고 있든 용납될 수 없다. 그 원칙을 지켜내는 일은 특정 정파의 몫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의 과제다.
JIMMY KIMMEL: “As you know, there are some countries whose leaders don’t support free speech… Let’s just leave it at North Korea and CBS.”pic.twitter.com/yutMOnL456
— Resist the Mainstream (@ResisttheMS) March 16, 2026
The words “Free Palestine” were cut from the coverage of the Oscar’s by Germany’s biggest public broadcaster Tagesschau. pic.twitter.com/ozskwwDxO5
— HatsOff (@HatsOffff) March 17, 2026
Stunning numbers among Dems in RCOR’s new poll on free speech and censorship:
47% of Dems say free speech should be legal ‘only under certain circumstances.
34% of Dems say Americans ‘have too much freedom’
75% of Dems say government has a responsibility to censor ‘hateful’…
— Tom Bevan (@TomBevanRCP) September 24, 2023
These are the Democrat Senators demanding Big Tech censor Americans ahead of the election:
Ben Ray Lujan, D-N.M.
Jeanne Shaheen, D-N.H.
Elizabeth Warren, D-Mass.
Ron Wyden, D-Ore.
Jeff Merkley, D-Ore.Keep this in mind during the next election. pic.twitter.com/QqmT5L443s
— TaraBull (@TaraBull) September 26, 2024
Top Democrats are now openly calling for censorship of Americans. pic.twitter.com/3xezOn4511
— @amuse (@amuse) October 6, 2024
To all the low IQ Hollywood leftists at the Oscars tonight. Please follow the advice from Ricky Gervais: Take your little award, thank your agent. thank your God, and F*ck Off! pic.twitter.com/kEfPTGUd1N
— Vince Langman (@LangmanVince) March 15, 2026
가짜뉴스를 뿌리 뽑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입니다.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가짜뉴스로 정치·선거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습니다.AI 악용 등 가짜뉴스 대응 관계장관회의(’26. 2. 26.) 국무총리 김민석#총리의한마디… pic.twitter.com/arXpAQCRlq
— 대한민국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OPM) (@PrimeMinisterKR) February 26,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