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로 ‘이슬람’을 쓸 줄 모르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런던 유대인 자원봉사 구급차 방화

아랍어로 ‘이슬람’을 쓸 줄 모르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런던 유대인 자원봉사 구급차 방화

지난 3월 24일, 영국 런던 북부의 유대인 밀집 지역 골더스 그린에서 유대인 자원봉사 구급대 하트살라(Hatzola) 소속 구급차 4대가 불에 탔다. 주류 언론들은 일제히 이 사건을 “반유대주의 혐오범죄”로 규정하며 이란과 연계된 신흥 무장단체의 소행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보당국도 이란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범행 이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책임을 자처한 단체는 ‘이슬람 우파 인민 운동(Harakat Ashab al-Yamin al-Islamia)’이었다. 이스라엘 디아스포라부와 반유대주의 대응부는 이 단체를 “친이란 네트워크와 연계된 신생 조직으로, 해외에서 지령을 받아 슬리퍼 셀(sleeper cell, 평소엔 일반인처럼 위장해 생활하다가 지령이 내려지면 활동에 나서는 비밀 요원 조직)이나 개인을 통해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런던 방화뿐 아니라 벨기에 리에주 유대교 회당 폭발, 네덜란드 로테르담 유대교 회당 폭탄 테러, 암스테르담 유대인 학교 공격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CBS 뉴스는 이 단체 텔레그램 채널 관리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보도하며 단체의 실재를 기정사실화했다. 최근 소유 구조가 바뀐 이 매체는 신생 단체와 단독으로 교신한 유일한 언론이었다.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복수의 언론이 영국 정보당국이 이란 개입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 단체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을 겨냥하는 정교한 테러 조직”으로 묘사했다. 주류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는 사이, 이 서사 전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증거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의문은 단체 자체의 이력이다. 이스라엘 반유대주의 대응 국가센터가 3월 2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단체는 “이달 이전 알려진 작전 이력이 전무”하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3주 전까지 어떤 대테러 데이터베이스에도 이 단체의 기록이 없었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채널은 런던 방화 이틀 전인 토요일에야 개설됐다. 정교한 다국적 테러 조직이 흔적 하나 없이 갑자기 출현했다는 설명 자체가 낯설다.

 

수사 결과도 주류 언론의 서사와 엇갈린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경찰은 이 단체의 책임 주장을 “근거 없음”으로 반복해서 규정했다. 실제 용의자들을 단체와 연결하는 물리적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런던 방화 현장에서 체포된 두 남성도 곧 보석으로 풀려났다. 다국적 테러 네트워크의 실행 조직원이라면 구금을 유지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가디언은 후속 보도에서 이 사건이 여전히 “반유대주의 혐오범죄”로 분류되는지조차 불분명해졌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의 타이밍도 설명이 필요하다. 방화 사실이 런던 소방청에 최초 접수된 지 수 분 만에, 정통파 유대인 언론 예시바 월드 뉴스가 현장 영상을 게재했다. 통상적인 지역 언론 대응 속도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다음 날에는 이스라엘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이 “불에 탄 4대를 대체할 신형 구급차 5대가 도착했다”고 공표했다. 피해 발생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새 차량이 준비됐다는 사실은, 하트살라가 노후 구급차 교체 작업을 이미 진행 중이었음을 시사한다.

 

단체 자체가 내보낸 메시지들도 석연찮다. CBS 뉴스가 직접 교신했다고 밝힌 텔레그램 채널 관리자는 미국식 영어로 메시지를 작성했다. 이란 연계 이슬람 무장단체의 채널 관리자가 아랍어나 페르시아어 대신 미국식 영어를 구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독립 언론 민트 프레스 뉴스는 이 단체가 사용한 언어에서 또 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이슬람 무장 조직이 팔레스타인을 지칭할 때 “이스라엘 땅”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이는 이슬람 친팔레스타인 세력이 사용하지 않는 이스라엘식 용어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단체의 로고와 채널명에서 나왔다. 국제 대테러 센터(ICCT)는 단체 로고 하단에 새겨진 아랍어 문구에 다수의 오류가 있으며, 그 가운데 ‘이슬람’이라는 단어의 아랍어 철자 자체가 틀렸다고 밝혔다. 자신들을 이슬람 무장 조직이라 주장하는 단체가 정작 그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이다. ICCT는 또 텔레그램 채널명의 아랍어 표기도 잘못됐으며, 이는 아랍어 원문이 아닌 영어를 기계 번역한 흔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쯤에서 30년 전의 선례 하나가 떠오른다. 1994년, 런던 중심가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차량 폭탄이 터졌다. MI5 전직 정보관 애니 맥혼은 공개 증언을 통해, 당시 담당 수석 조사관이 작성한 공식 평가서의 결론을 밝혔다.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자국 대사관 앞에서 통제된 폭발을 직접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대사관 경비 강화를 MI5에 거듭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자 위협 상황을 직접 연출했다는 판단이었다.

 

그 폭발의 여파는 더 심각했다. 당시 런던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을 벌이며 영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공감을 넓혀 가던 팔레스타인 공학자 사마르 알라미와 자와드 보트메흐가 공모 혐의로 체포돼 각각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맥혼은 MI5가 두 사람의 무고함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쥐고 있었음에도 재판을 방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감옥에 갇힌 사이 활발히 움직이던 팔레스타인 지지 네트워크는 와해됐고, 그 타격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직이 없는 곳에서 조직을 만들어 내고, 범인이 없는 곳에서 범인을 지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한 차례 공식 기록으로 남은 셈이다.

 

현재 사건으로 돌아오면, 이 ‘이슬람 우파 인민 운동’과 단독으로 교신한 언론은 CBS 뉴스뿐이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경찰 모두 이 단체의 주장을 입증할 물적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체포된 두 남성은 조용히 보석으로 풀려났다. 단체가 자신들의 이름으로 쓴 아랍어에는 철자 오류가 있고, 메시지는 미국식 영어로 작성됐으며, 팔레스타인을 가리키는 데 이스라엘 측 용어를 사용했다. 3주 전까지 이 단체의 흔적은 지구 어디에도 없었다.

 

이란이 배후라는 주장의 근거는 단체 스스로 내건 선언뿐이다. 수사당국은 그것을 입증하지 못했고, 기소로 이어진 사례도 없다. 그럼에도 주류 언론들은 ‘이란 연계’라는 표현을 마치 확인된 사실처럼 반복한다. 1994년 런던 대사관 폭탄 테러가 공식적으로 모사드의 자작극으로 결론 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지, 혹은 진실이 끝내 공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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