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적그리스도에 비유하며 결별을 선언한 터커 칼슨

트럼프를 적그리스도에 비유하며 결별을 선언한 터커 칼슨

이란 전쟁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이 트럼프와 전면 결별하고 나섰다. 칼슨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트럼프를 적그리스도에 빗대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고, 트럼프는 이에 맞서 칼슨을 “저능아”라고 부르며 응수했다. 이번 충돌은 트럼프의 이란 정책을 둘러싼 미국 보수 진영 내 균열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칼슨은 4월 7일 방송된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트럼프의 이란 전쟁 수행 방식에 종교적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쟁에 영적인 요소가 있는 건 아닐까요? 단순히 잘못 설계된 전쟁의 확전 과정인지, 아니면 더 큰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는 건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예수에 대한 믿음, 즉 진정한 신앙에 대한 은밀하고도 효과적인 공격일 수 있습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넘어선 어떤 ‘더 높은 지위’의 성취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칼슨이 말하는 적그리스도는 기독교 종말론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신의 대리인인 척 위장하고 정치적 권력을 휘두르며 세계를 파국으로 이끄는 존재를 가리킨다. 요한계시록과 데살로니가후서 등에 근거한 이 개념에서 적그리스도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등장해 신자들을 신앙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인물로 그려진다. 칼슨은 트럼프가 취임식에서 선서 시 성경에 손을 대지 않은 행위 등을 거론하며 이 틀 안에서 트럼프를 읽어내도록 유도했다.

 

트럼프는 이에 즉각 반응했다. 그는 뉴욕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터커는 저능아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 사람이 항상 전화하는데 나는 받지 않는다. 나는 영리한 사람들과 일하지 바보들과는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때 칼슨을 부통령 후보로 거론할 만큼 가까웠던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에 이른 셈이다. 폭스뉴스 시절부터 트럼프의 두 차례 대선 승리를 위해 맹렬히 선거 운동을 펼쳤던 칼슨은, 재선 이후 엡스타인 파일 공개 문제와 이란 전쟁을 계기로 트럼프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칼슨의 이탈은 더 넓은 흐름의 일부다. 전 폭스뉴스 진행자 메건 켈리, 팟캐스터 조 로건, 알렉스 존스까지 이란 전쟁에 반기를 들었다. 존스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했는데, 이는 부통령과 내각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불능을 선언해 권한을 부통령에게 이양하는 절차다. 트럼프 지지 성향 미디어 안에서도 이란 전쟁 비판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을 넘어선 신호로 읽힌다.

 

이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이스라엘 일부 랍비와 시오니스트 종교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마시아흐 벤 요세프, 즉 유대교의 최종 메시아 도래를 준비하는 선구자적 존재로 본다. 예루살렘 수도 인정, 골란고원 이스라엘 주권 승인 등 트럼프의 정책들이 그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칼슨이 트럼프에게 적그리스도의 그림자를 씌운 배경에는 이 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트럼프의 최측근 영적 조언자인 폴라 화이트 목사다. 그녀는 부활절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열린 신앙 지도자 행사에서 트럼프를 향해 “당신이 치른 대가만큼 대가를 치른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주 예수님이 보여주신 것과 같은 패턴입니다”라고 말해 신성모독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X와 유튜브를 합쳐 2,1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칼슨은 보수 미디어 생태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중 하나다. 2024년 JD 밴스의 부통령 후보 선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8년 대선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칼슨은 이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번 충돌을 계기로 이란 전쟁에 회의적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트럼프와 거리를 두는 흐름이 가속화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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