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의 엡스타인 부인 성명, 그 하루 전날 터진 전 측근의 경고

멜라니아의 엡스타인 부인 성명, 그 하루 전날 터진 전 측근의 경고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영부인이 4월 10일 백악관에서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성명 발표 하루 전날인 4월 9일, 한 여성이 소셜미디어에서 멜라니아를 향해 “부패한 시스템을 무너뜨리겠다”고 경고했다. 그 여성의 이름은 어맨다 운가로다. 미성년자 시절 엡스타인 관련 인물들과 접촉한 기록이 남아 있는 인물이자, 지금은 멜라니아의 남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현직 특별외교관인 파올로 잠폴리의 아내다.

 

영부인의 성명 자체는 표면적으로 돌발 행동처럼 보였다. 백악관은 하루 전날 일정을 공개할 때 발언의 주제를 밝히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언론에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멜라니아는 엡스타인과 2000년에 잠깐 ‘마주쳤을 뿐’이라고 밝혔고, 기소된 엡스타인의 공범 길레인 맥스웰과도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녀는 맥스웰과 주고받은 이메일에 대해서는 ‘우연한 서신 교환’에 불과하다고 설명하면서, 피해자들이 의회 청문회에서 선서 증언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질문은 받지 않았다.

 

어맨다 운가로의 트윗은 영부인의 성명이 나오기 불과 하루 전에 터져 나왔다. 그녀는 영부인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직접 답글을 달며 “내 인생에 잃을 것이 없다. 당신과 당신 남편이 누구인지 나는 안다”고 적었다. 이어 “당신은 아이들과 관련된 사악한 임무에 나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내게는 품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썼으며, “내 ‘소아성애자 남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녀는 또 멜라니아와 20년 지기임을 공개하며 “2016년 당신이 내 아들 생일에 직접 비밀경호국을 보내 축하해 줬다”고 적었다. 이 트윗들이 공개된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멜라니아는 백악관 브리핑룸에 섰다.

 

엡스타인 기록에서 운가로의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시점은 2002년이다. 그해 그녀는 브뤼넬과 함께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타고 뉴욕에서 파리로 향했다. 1986년생인 운가로는 당시 만 16세 또는 17세였다. 브뤼넬은 엡스타인의 자금으로 운영한 모델 에이전시를 통해 에콰도르, 브라질, 유럽 등지에서 13세에 달하는 어린 여성들을 모집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2022년 구금 중 사망했다. 그로부터 수년 뒤 운가로는 당시 19세 나이로 파올로 잠폴리와 결혼했다. 잠폴리의 멘토인 존 카사블랑카스는 “십 대 소녀들”을 ‘차일드 우먼’이라 지칭하며 그 취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그 자신도 모델 경연대회에서 만난 브라질 출신 십 대와 결혼했다.

 

트럼프와 멜라니아는 공식적으로 1998년 잠폴리가 주최한 파티에서 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엡스타인 역시 두 사람을 처음 연결해 준 것이 자신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전해진다. 멜라니아의 당시 연락처가 엡스타인의 블랙북에서 트럼프 항목 아래 기재돼 있었고, 트럼프에게만 할당된 이메일 주소가 사실상 멜라니아의 개인 이메일 주소였다는 점도 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거론된다.

 

잠폴리의 이력은 단순한 모델 에이전트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유엔 환경 기구에서 활동하면서 엡스타인 사건의 핵심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길레인 맥스웰이 설립한 해양 비영리단체 TerraMar 프로젝트와 함께 지속가능한 해양 연맹(SOA)을 공동 창설했다. 유엔과 도미니카, 그레나다의 외교 직함을 차례로 취득하면서 영주권 제공형 투자 이민 사업에 관여했고, UNOPS의 관리와 영국 사업가를 연결해 5,880만 달러(약 840억 원)의 공금이 증발한 스캔들에도 이름이 오른다. 잠폴리는 단순 소개자였을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해당 사업가의 딸이 ‘그레나다 유엔 대표부 인턴십’을 계기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그 시절 그레나다 대표부를 이끈 인물이 바로 어맨다 운가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운가로의 트윗이 공개된 시점과 멜라니아의 성명 사이의 간격이 24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그녀는 자신이 ICE에 억류됐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성명 직전 상황과 맞물린다. 멜라니아의 성명이 피해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운가로의 폭로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인지를 두고 엡스타인 피해자 측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피해자 리사 필립스는 ‘대담한 움직임’이라면서도 “영부인이 피해자를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주프레의 유족과 다른 피해자 측은 “또 다른 정치적 쇼”라며 권력을 가진 이들을 보호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멜라니아의 성명이 진정성 있는 피해자 지원 선언인지를 검증할 기준은 단순하다. 그녀가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면서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약속했다 번복한 ‘엡스타인 파일’의 전면 공개다. 동시에, 잠폴리처럼 엡스타인 네트워크와 교차점을 가진 인물이 대통령의 신임 속에 외교 직함을 달고 활동하는 현실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영부인의 말처럼 “그때야 비로소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면, 그 진실을 가로막는 벽이 어디에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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