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에 대한 의회 증언을 거부하는 팸 본디 전 법무장관

엡스타인 파일에 대한 의회 증언을 거부하는 팸 본디 전 법무장관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은폐 의혹이 미국 정가를 흔들고 있다. 법무장관직에서 전격 해임된 팸 본디가 의회 증언을 거부하고, 법무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나서면서 수사 외압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엡스타인의 피해자 명단과 이른바 ‘고객 리스트’에 대한 공개 요구는 여전히 묵살된 상태이며,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나란히 비판 대열에 합류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팸 본디를 법무장관직에서 해임하자, 법무부는 곧바로 그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의회 소환 요구가 ‘공직자 자격’으로 발부된 만큼, 장관 직을 잃은 본디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양당 의원들은 이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공화당의 낸시 메이스 의원과 민주당의 로 카나 의원은 공동 성명을 통해 “본디가 장관직을 잃었다고 해서 의회의 정당한 감독 권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메이스 의원은 더 나아가 “그녀가 자리를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오히려 지금의 증언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본디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의회 모독죄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본디가 엡스타인 파일 문제와 “백악관의 은폐 공작”에 대해 “즉각 출석해 증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론자들은 법무부의 논리가 법무부의 선례와 모순된다고 지적한다. 로레타 린치, 에릭 홀더, 빌 바, 메릭 갈런드, 제프 세션스, 앨버토 곤잘레스 등 전직 법무장관 6명이 퇴임 후에 의회 요구에 응해 출석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이 자리한다. 의회는 지난해 법을 통과시켜 법무부가 엡스타인 관련 비밀 해제 문서 전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본디는 올해 2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의 ‘고객 리스트’가 “지금 내 책상 위에 있다”고 언급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7월 들어 법무부는 태도를 돌변해 “그런 리스트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으며 추가 문서 공개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본디의 파일 공개 거부는 여야를 막론하고 광범위한 비판을 받고 있으며, 그녀가 신변 위협을 이유로 군 숙소로 거처를 옮겼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 같은 급격한 태도 변화를 두고 공화당 하원의원 토머스 매시는 한발 더 나아간 주장을 내놓았다. 본디가 애초에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할 의사가 있었으나, 외부 압력을 받고 이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경로로 압력을 가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매시의 발언은 법무부의 공개 거부가 단순한 절차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개입의 결과일 수 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실어준다. 본디 스스로 공개 의지를 내비쳤다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엡스타인의 인맥 전반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엡스타인의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 억만장자 레스 웩스너 등이 이미 증언을 마쳤다. 이런 흐름 속에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도 오는 6월 10일 비공개 면담 형식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그의 대리인은 게이츠가 “엡스타인의 불법 행위를 목격하거나 가담한 적이 없다”면서도 위원회의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밀 해제 문서에는 게이츠와 엡스타인 사이의 교류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엡스타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선된 러시아 여성과의 관계 및 성병 치료 관련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게이츠는 올초 호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의 만남이 글로벌 보건 모금 논의에 국한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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