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외무부가 후원하는 중동 최대 성소수자 축제와 나치의 탄압 속에 미국으로 이동한 프랑크푸르트 학파

이스라엘 외무부가 후원하는 중동 최대 성소수자 축제와 나치의 탄압 속에 미국으로 이동한 프랑크푸르트 학파

이스라엘이 사해 인근에서 중동 최대 규모를 표방하는 성소수자 축제 ‘프라이드 랜드’를 2026년 7월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주최 측은 행사를 중동 역사상 가장 큰 성소수자 모임으로 홍보하고 있다.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프라이드 랜드는 사해 연안 에인 보케크에서 7월 1일부터 4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단순한 행진 방식에서 벗어나 공연, 파티, 전시, 예술, 퀴어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 목적지형 행사로 기획됐으며, 호텔과 입장권을 묶은 패키지 상품과 전용 행사장 ‘돔 엑스’도 운영된다. 주최 측은 성인 중심 콘텐츠 외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아동 친화 구역을 함께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식 엑스 계정은 이번 축제가 “쉼 없는 4일간의 축제, 공동체, 연대”를 선사할 것이라고 소개했고, 예루살렘 포스트는 중동 지역 성소수자 행사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다만 ‘역사상 최대’라는 표현은 객관적 사실로 확인된 것이 아니라 홍보 목적의 주장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텔아비브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중동 최대 성소수자 행사로 홍보해 왔는데, 이 행사는 가자 전쟁이 진행 중이던 2024년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이어진 2025년에 잇따라 취소됐다.

 

이번 행사는 이스라엘 내 성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복잡한 법적 환경 속에서 추진된다. 이스라엘에서는 혼인이 종교 당국 소관이라 동성 결혼이 국내에서 거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에서 체결된 동성 결혼은 법적으로 인정되며, 외교부는 이스라엘 법원이 입양과 가족 권리 등에서 동성 커플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종합하면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성소수자에게 비교적 넓은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로 분류된다.

 

이스라엘의 성소수자 행사 개최는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서구 담론의 긴 역사와 맞닿아 있다. 트랜스젠더 개념의 임상적 선구는 유대인 의사 마그누스 히르슈펠트가 1919년 베를린에 세운 성과학연구소였지만, 이를 본격적인 사회 이론으로 발전시킨 것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였다. 허버트 마르쿠제를 비롯한 학자들은 기존의 성별 규범과 가족 제도가 자본주의 지배 구조를 유지하는 장치라고 분석했고, 젠더 해방을 계급 해방과 동일한 비판이론의 과제로 삼았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록펠러 재단이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프랑크푸르트 학파 학자들의 정착을 후원한 것도, 이들이 자리를 잡은 뉴 스쿨 포 소셜 리서치의 운영을 후원한 것도 록펠러 재단이었다. 자본주의 타파를 내건 학자들을 자본가 재단이 후원한 것은 역설처럼 보이지만, 목적이 같았다. 록펠러 재단은 1937년 대중매체가 사람들의 의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연구하는 ‘프린스턴라디오리서치프로젝트(Princeton Radio Research Project)’를 직접 설립했고,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연구 기관으로 운영됐다. 사회 의식을 재편하고 문화를 통해 체제를 변혁한다는 목표를 재단과 학파가 공유했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이론이 전 세계로 퍼진 데는 나치의 억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하자 마르크스주의 확산을 우려한 게슈타포는 연구소를 즉각 폐쇄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유대인이 대다수였던 구성원들은 록펠러 재단의 도움을 받아 제네바를 거쳐 뉴욕으로 망명했고, 컬럼비아 대학교에 새 둥지를 틀었다. 나치를 피해 미국 땅을 밟은 이들은 CIA 전신인 전략정보국(OSS)의 나치 분석 작업에 협력하면서 미국 학계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독일에서 싹튼 비판이론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 학문의 토양에 이식되면서, 이후 젠더 해방 담론뿐 아니라 인종 억압을 법 제도의 문제로 분석한 비판적 인종이론(CRT)의 철학적 모태가 됐다.

 

CRT는 1970~80년대 미국 법학자들이 발전시킨 이론으로, 미국의 법과 제도가 백인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으며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은 구조적으로 차별받는다고 분석한다. 하버드 로스쿨 최초의 흑인 종신교수 데릭 벨이 초석을 놓았고, 법학자 킴벌리 크렌쇼가 이론을 체계화했다. 계급 해방을 목표로 삼았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문제의식을 인종 문제에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억압하는 대상이 자본가에서 백인으로 바뀌었을 뿐 기존 체제를 뒤엎어야 한다는 비판적 충동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CIA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포드 재단과 록펠러 재단이 흑인들의생명도중요하다(BLM) 운동을 후원한 사실은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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