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장으로 노화를 되돌린다

전자기장으로 노화를 되돌린다

전자기장으로 노화를 되돌리는 실험이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동국대학교 생명과학과 연구팀이 올해 4월 발표한 이 논문은, 특정 주파수의 극저주파 전자기장(EMF)으로 살아있는 생쥐의 몸속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원격으로 켜고 끌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담고 있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세 가지 분야에 적용해 노화 역전, 알츠하이머 모델 구현, 우울증 치료 효과를 각각 보고했다. 전자기장을 일종의 무선 리모컨으로 삼아 유전자를 제어하는 이 플랫폼은 유전자 및 세포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평가와 함께, 아직 풀리지 않은 메커니즘과 임상 적용까지의 거리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유전자를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켜고 끄는 기술을 ‘유전자 스위치’라 부른다. 기존에도 항생제 성분인 테트라사이클린이나 빛, 초음파를 이용한 스위치가 개발돼 있었지만, 각각의 한계가 뚜렷했다. 약물을 사용하면 의도하지 않은 생체 반응이 생길 수 있고, 빛은 피부 몇 밀리미터를 넘어서면 조직을 투과하지 못한다. 반면 전자기장은 피부와 두개골을 포함한 신체 조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통과하고, 전원을 끄는 순간 자극이 사라지며, 주사나 절개 없이 외부에서 가할 수 있다. 연구팀이 전자기장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팀이 구축한 시스템의 핵심은 Lgr4라는 유전자의 프로모터 영역에서 450염기쌍 크기의 특정 조각을 찾아낸 데 있다. 이 조각을 원하는 유전자 앞에 붙여두면, 전자기장을 가할 때만 해당 유전자가 발현되고 전자기장을 끄면 발현이 멈춘다. 연구팀은 이 스위치를 ‘Ei’라 명명했고, 반응 속도를 더 높인 2세대 버전인 ‘sEi’도 개발했다. 두 버전 모두 전자기장이 없는 상태에서는 배경 발현이 낮게 유지되어,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활성화를 최소화했다.

 

연구팀은 이 스위치가 어떤 경로로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유전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CRISPR-Cas9 스크리닝을 실시했다. 그 결과 ‘Cyb5b'(사이토크롬 b5 타입 B)라는 단백질이 필수적인 중간 매개체로 떠올랐다. Cyb5b가 없으면 전자기장을 가해도 스위치가 켜지지 않았고, Cyb5b를 다시 채워 넣으면 기능이 복구됐다. 연구팀은 Cyb5b가 전자기장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전자기장이 어떤 물리적 방식으로 Cyb5b의 분자 구조를 바꾸는지, 그 변화가 다음 단계로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직접 규명되지 않았다.

 

세포 수준에서 관찰된 현상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칼슘 신호의 패턴이다. 전자기장을 가하면 세포 안에서 칼슘 농도가 단순히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인 리듬을 가진 진동 형태로 변한다. 연구팀은 이 리드미컬한 칼슘 진동이 Sp7이라는 전사인자를 Ei 스위치 부위로 불러들여 유전자 발현을 촉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오노포어처럼 단순히 칼슘을 세포 안으로 쏟아 넣는 방식으로는 스위치가 켜지지 않았다. 전자기장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리듬이 있어야만 반응이 일어난다는 의미로, 연구팀은 이를 ‘생체 직교적(bio-orthogonal)’ 작동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 응용 실험은 노화 역전이었다. 연구팀은 Ei 스위치에 Oct4, Sox2, Klf4 세 가지 유전자로 이루어진 ‘OSK 카세트’를 연결했다. 이 세 유전자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의 역분화 연구로 잘 알려진 인자들로, 이들을 일시적으로 발현시키면 세포를 줄기세포 비슷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문제는 기존 연구에서 OSK를 지속적으로 켜두면 기형종이나 과증식 같은 부작용이 따랐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전자기장 스위치를 이용해 3일 켜고 4일 끄는 주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 위험을 피하려 했다.

 

조로증 쥐에게 이 주기적 유도를 3개월간 적용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생존율이 높아지고 외관상 노화 징후도 줄어들었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자연 노화 생쥐에서도 생존 이점이 관찰됐다. 그러나 논문에는 생존 기간이 정확히 몇 퍼센트, 혹은 며칠 늘어났는지 수치가 명시되지 않았다. 생존 곡선(카플란-마이어 곡선) 그래프가 제시됐지만 정확한 중앙값은 표로 제공되지 않았다. 또한 연속으로 4일 이상 전자기장을 가하면 오히려 사망률이 높아지고 체중이 감소했다. 치료 효과와 독성 사이의 간격이 좁다는 사실은, 이 플랫폼이 임상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중요한 장벽 중 하나다.

 

두 번째 실험은 알츠하이머 모델 구축이었다. 기존 알츠하이머 동물 모델은 돌연변이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PP) 유전자를 태어날 때부터 지속적으로 발현시켜왔다. 이렇게 하면 뇌의 노화와 아밀로이드 축적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두 요인의 영향을 분리해 분석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Ei 스위치를 이용해 노화가 충분히 진행된 시점에서만 돌연변이 APP를 발현시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우회했다. 나이 든 쥐에서 유도된 아밀로이드 축적, 신경염증, 인지 기능 저하가 젊은 대조군보다 심하게 나타났고, 이는 노화 맥락이 알츠하이머 병리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하게 포착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풀이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하는 Tph2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기능하지 않는 우울증 모델 쥐가 사용됐다. 연구팀은 sEi 스위치에 정상 Tph2를 연결해, 세로토닌이 원래 분비되는 일주기 리듬에 맞춰 주기적으로 발현을 유도했다. 주기적 유도를 받은 쥐는 세로토닌 관련 지표가 회복됐고 우울 유사 행동도 개선됐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기장을 지속적으로 가했을 때는 신경 활성 지표인 c-Fos가 오히려 더 강하게 나타났음에도, 행동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유전자 발현의 양보다 리듬이 치료 효과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안전성과 관련해 연구팀은 정상 쥐를 대상으로 6개월간 전자기장에 반복 노출한 결과, 신경계, 신장, 간, 혈액, 대사 지표에서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체 유전자 발현 분석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플랫폼의 기초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그러나 이 실험은 바이러스 벡터 전달, 반복 유도에 따른 장기 영향, 더 큰 뇌와 몸을 가진 동물에서의 전자기장 투과 및 표적화 정밀도 등을 다루지 않는다. 쥐에서의 안전성이 인간에게 그대로 이어질지는 별도의 대형 동물 연구와 임상 시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이 연구가 지닌 가장 선명한 강점은 자극에 반응하는 유전자 스위치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작동 경로를 탐색하고 세 가지 구체적인 생체 내 적용으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반면 가장 큰 미결 과제는 Cyb5b가 어떻게 전자기장을 물리적 신호로 변환하는지, 즉 가장 근본적인 인과 관계다. 이 단계가 분자 수준에서 규명되지 않으면, 임상 응용을 위한 최적화와 안전성 예측에 한계가 생긴다. 논문 전반에 걸쳐 인간 세포 실험은 제한적으로만 포함됐고, 연구 대상의 대부분은 생쥐였다. 전자기장 장치의 소형화와 인체 규모에서의 조준 정밀도 문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공학적 과제로 남아 있다.

 

동국대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전자기장이라는 물리적 에너지를 유전자 제어의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개념적 가능성을 살아있는 동물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포치료와 유전자치료가 빠르게 발전하는 현재, 외과적 개입 없이 유전자의 켜짐과 꺼짐을 원격으로 조율할 수 있다면, 그 파급력은 노화와 신경질환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다. 다만 실험실 생쥐에서 임상 현장까지의 거리는, 설령 결과가 아무리 인상적이더라도 항상 멀고 험난하다. 이 연구가 그 거리를 얼마나 좁혔는지는, 후속 대형 동물 연구와 메커니즘 규명 결과가 나올 때 비로소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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