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체이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금융 기관이지만, 최근 수년 사이 성적 비위와 인신매매 관련 소송이 연달아 터지면서 은행 내부의 권력 구조와 감독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뉴욕주 법원에 접수된 민사소송은 레버리지 파이낸스 부서의 37세 여성 전무이사 로나 하지디니가 인도계 남성 부하 직원을 수개월에 걸쳐 성적으로 착취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은 JP모건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금융 네트워크를 오랫동안 지원해왔다는 의혹으로 총 3조 6,500억 원이 넘는 합의금을 지불한 지 채 3년도 되지 않아 불거졌다.
소장에 따르면 피해 남성인 존 도(John Doe)는 인도계 아시아인으로 2024년 3월 선임 부사장 겸 이사로 입사했다. 하지디니는 그보다 한 달 뒤 같은 팀의 상급자로 합류했고, 소장에 따르면 그녀의 피해자에 대한 접근은 같은 해 5월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책상 근처에서 그의 다리를 더듬는 신체 접촉에서 출발한 행위가 빠르게 노골적인 위협으로 번졌다. “곧 나와 자지 않으면 너를 망가뜨릴 것이다. 내가 너를 소유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라.” 소장에 인용된 하지디니의 발언이다. 남성 피해자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익명 처리를 선택했다.
소장은 하지디니가 자신의 직위를 남용해 피해 남성의 개인 은행 계좌에 무단으로 접근하고 그의 동선을 감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가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알려진 로히프놀과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약물을 피해자 모르게 투여한 뒤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두 명의 증인이 소장에서 피해 남성의 진술 일부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기재됐다. 소장은 하지디니 개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JP모건 자체도 이 사실을 묵인하고, 피해자가 내부 신고를 한 이후에는 그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했다고 적고 있다.
피해 남성은 2024년 여름, 하지디니가 자신이 머물던 아파트까지 찾아와 은행 내 미래와 연관 지어 성적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연말 승진을 원하냐? JP모건에서 계속 일하고 싶냐? 이렇게 간단한 문제인데 왜 거부하는지 모르겠다.” 소장이 인용한 그녀의 발언이다.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힐수록 협박은 더욱 구체적으로 변했고, 그는 직업적 보복이 두려워 요구에 굴복했다고 밝혔다. 하지디니는 이 과정에서 피해 남성의 아내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다. 9월에도 유사한 협박이 이어졌고, 피해자는 성과 부진을 이유로 추가 질타를 받았다.
2024년 말 이직을 시도한 피해 남성은 하지디니를 비롯한 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부정적인 추천서를 제공해 그의 구직 활동을 방해했다. 2025년 5월, 그가 성적 학대와 인종 및 성별 기반 괴롭힘을 포함한 정식 신고를 은행에 제출하자, 오히려 경고 조치와 함께 시스템 접근을 차단당하고 강제 휴직 처분을 받았다. 신고 직후에는 정체불명의 전화가 걸려와 “뉴욕에 돌아오면 두고 보자”는 협박과 함께 이민단속국(ICE)에 신고하겠다는 위협도 이어졌다.
JP모건은 자체 조사를 실시했으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은행 대변인이 밝혔다. “철저한 조사 결과 이 주장들을 지지하는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디니는 현재도 은행에 재직 중이며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형사 고발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사건은 뉴욕주 법원에서 민사 절차로 진행 중이다. 피해 남성 측 변호인 대니얼 J. 카이저는 의뢰인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으며 이 사건으로 인한 평판 훼손으로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JP모건이 제프리 엡스타인 인신매매 사건의 핵심 연루 기관으로 지목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뉴욕 연방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JP모건이 2008년 엡스타인이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그를 고객으로 유지했으며, 거액 현금 인출 등 명백한 이상 징후를 외면했다. 소장들은 더 나아가 은행이 엡스타인의 성 착취 사업을 가능케 한 금융 인프라 역할을 했다고 지목했다.
2023년 6월, JP모건은 엡스타인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2억 9천만 달러(약 4천억 원)에 합의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당국이 제기한 소송도 7천5백만 달러(약 1,040억 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두 합의 모두 불법 행위 인정 없이 이뤄졌다. 버진 아일랜드 법무장관은 이 합의가 한 은행이 인신매매를 조력한 혐의에 대해 이뤄진 최초의 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은행은 향후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내부 정책과 절차를 수립 및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연달아 불거진 내부 성 비위 소송과 외부 범죄 연루 의혹은 세계 최대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의 내부 감독 체계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해왔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번 하지디니 사건에서 피해 남성은 반복된 거부 의사 표시에도 수개월간 상급자의 위협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엡스타인 사건에서도 은행은 내부의 반복적인 경보 신호를 무시하고 관계를 지속했다는 점이 소송에서 드러났다.
JP Morgan lawsuit takes a wild turn after John Doe is reportedly unmasked#JPMorgan | @Bcass28 https://t.co/rDnEF90Pv8
— The Liberty Line (@LibertyLinePHL) May 1,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