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자 동의 없이 약 4GB 규모의 인공지능(AI) 모델을 기기에 몰래 내려받고 있다는 사실이 보안 연구자의 조사로 드러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용자가 이 파일을 직접 찾아 삭제하더라도, 브라우저를 재시작하는 순간 아무런 고지 없이 자동으로 재설치된다는 점이다.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인물은 ‘댓 프라이버시 가이(ThatPrivacyGuy)’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보안 연구자 알렉산더 한프다. 그는 크롬 설치 경로 안에서 OptGuideOnDeviceModel이라는 폴더를 발견했고, 그 안에는 weights.bin이라는 파일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파일의 정체는 구글의 경량 온디바이스 AI 모델인 ‘제미나이 나노’의 학습된 AI 모델 데이터, 즉 가중치 데이터다.
한프의 조사에 따르면 이 모델은 사용자의 기기가 최소 하드웨어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자동으로 설치된다. 설치 전 동의를 구하는 팝업도, 설정 페이지의 안내 문구도 없다. 쿠키 동의창조차 띄우지 않는다. 그는 윈도우와 맥OS 양쪽에서 이 현상을 직접 재현해 보였다.
구글 대변인은 지디못(Gizmodo)의 취재에 “제미나이 나노는 2024년부터 크롬에 탑재된 경량 온디바이스 모델”이라며 “사기 탐지, 개발자 API 등 주요 보안 기능을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장 공간이 부족할 경우 자동 삭제되며, 올해 2월부터 사용자가 직접 크롬 설정에서 모델을 끄거나 삭제하는 기능을 순차적으로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글의 설명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연구자 한프의 분석에 따르면, 크롬의 가장 눈에 띄는 AI 기능인 주소창의 ‘AI 모드’는 로컬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입력값은 구글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된다. 즉, 정작 사용자가 체감하는 AI 기능은 온디바이스가 아니며, 4GB짜리 로컬 모델을 설치해 놓고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GB는 결코 작은 용량이 아니다. 데이터 무제한 광랜 환경의 사용자에게는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데이터 용량 제한이 있는 모바일 핫스팟 사용자, 유선 데이터 비용이 비싼 개발도상국 이용자, 저용량 저장장치를 쓰는 사용자에게는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실질적인 금전적 손해를 안기는 행위다.
한프는 환경 측면의 피해도 수치로 제시했다. 크롬 전체 사용자의 약 30%인 10억 명에게 이 모델이 배포된다고 가정하면, 다운로드 과정에서만 약 24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이 소모되고, 이는 약 6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해당한다. 모델을 실제로 구동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별도다.
구글은 왜 따로 동의를 구하지 않았을까. 회사 측은 크롬 서비스 약관으로 이를 정당화한다. 해당 약관에는 “서비스 개선의 일환으로 소프트웨어가 기기에서 자동 업데이트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약관을 꼼꼼히 읽는 일반 사용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문구는 사실상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 형태의 사건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프는 불과 몇 주 전, 앤트로픽의 클로드 데스크톱 앱이 사용자도 설치하지 않은 브라우저 5종을 포함해 여러 크로미움 기반 브라우저에 통합 파일을 사용자 모르게 설치하고, 삭제 시 자동 재설치한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빅 테크 기업들이 사용자의 기기를 자사 기능의 ‘배포 서버’로 간주하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프는 두 사례 모두 EU의 ePrivacy 지침과 GDPR(개인정보보호 규정)의 투명성 요건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아직 법적 판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업이 이미 설치된 앱의 ‘기능’이라는 명목하에 무엇이든 사용자 기기에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이 불붙고 있다.
내 기기에 제미나이 나노가 깔려 있는지 확인하려면 크롬 주소창에 chrome://on-device-internals를 입력하면 된다. 모델의 설치 여부와 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삭제 방법은 크롬 버전에 따라 다르다. 설정 메뉴가 업데이트된 경우, 설정 → 시스템 → 온디바이스 AI 켜기/끄기 메뉴를 통해 비활성화할 수 있다. 해당 메뉴가 없는 경우, 주소창에 chrome://flags를 입력해 AI 관련 플래그를 비활성화하면 재다운로드를 막을 수 있다. 일부 사용자는 weights.bin 파일의 속성을 읽기 전용으로 변경하는 우회책을 쓰기도 한다. 단, 모델 삭제 후 일부 AI 기능이 오작동할 수 있다.
구글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번 사태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구글은 공식 지원 페이지에 “위치 기록을 끄면 당신이 가는 장소는 더 이상 저장되지 않는다”고 명시했지만, 2018년 AP통신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치 기록을 꺼도 구글 맵을 여는 것만으로 위치가 저장됐고, ‘초콜릿 칩 쿠키’처럼 위치와 무관한 검색어를 입력해도 정확한 위도 및 경도가 계정에 기록되고 있었다.
2012년에는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의 쿠키 차단 설정을 몰래 우회해 사용자를 추적한 사실이 드러났고, 구글은 잘못을 부인하면서도 관행이 공개되자 그제야 중단했다. 프랑스 당국은 광고 개인화에 대한 동의를 받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전체 개인정보 정책을 확인하려면 5~6단계를 거쳐야 하는 구조로 사용자를 기만했다며 5천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껐다고 말하면서 계속 수집하고, 약관 뒤에 숨기고, 공개되면 그제야 멈추는” 패턴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
Google Chrome silently installs a 4 GB AI model on your device.
> No consent dialog. No opt-out UI. Re-installs itself if the user removes it manually.
That is the true definition of malware. pic.twitter.com/njDW3s4NFS
— nixCraft 🐧 (@nixcraft) May 5,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