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발생 전에 잡는 트럼프의 대테러 전략과 전미 AI 감시망의 탄생

범죄를 발생 전에 잡는 트럼프의 대테러 전략과 전미 AI 감시망의 탄생

트럼프 백악관은 지난 5월 6일 16쪽 분량의 새 대테러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며, ‘반미적’ 또는 ‘반기독교적’ 이념을 가진 국내 단체를 테러 위협으로 규정하고,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차단하는 사전 범죄(pre-crime) 감시 기술을 공식화했다. 이 전략은 지난해 찰리 커크 암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안보대통령각서 7호(NSPM-7)를 근간으로 삼고 있으며, 팔란티어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반 감시 기업들이 이 체계의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단순히 좌파를 겨냥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의 이란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보수 논객 터커 칼슨조차 이 체계의 잠재적 표적으로 거론되면서, 감시 권력의 자의적 확장에 대한 우려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다.

 

백악관 수석 대테러 보좌관 세바스티안 고르카는 5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서에 서명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새 전략의 우선 과제가 “카르텔 작전을 무력화해 서반구 내 테러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국내 표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폭력적이고 세속적인 정치 단체, 즉 이념이 반미적이거나 급진적으로 트랜스젠더를 지지하거나 무정부주의적인 단체들을 식별하고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의 조직망을 추적하고 회원을 파악하며 법 집행 수단으로 ‘작전 능력을 마비’시키겠다는 계획도 명시했다.

 

새 보고서는 세 가지 주요 테러 유형으로 “나르코 테러리스트 및 초국가적 갱단”, “기존 이슬람 테러리스트”, “아나키스트 및 반파시스트를 포함한 폭력적 좌파 극단주의자”를 꼽는다. 이 가운데 세 번째 범주의 정의가 특히 광범위하다. 보고서는 “반미주의, 반자본주의, 반기독교주의, 미국 정부 전복 지지, 이민·인종·젠더에 관한 극단주의, 전통적인 미국의 가족·종교·도덕관에 대한 적대감” 등을 테러와 연관된 공통적 특성으로 제시했다. 어디까지가 범죄적 폭력이고 어디서부터가 헌법이 보호하는 이견인지, 문서 어디에도 그 경계가 명시되지 않는다.

 

이 전략의 토대는 2025년 9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NSPM-7이다. 찰리 커크 암살 직후 서명된 이 각서를 두고 국토안보 보좌관 스티븐 밀러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좌파 테러리즘을 해체하기 위한 범정부적 노력”이라고 규정했다. 이 각서는 정치적 폭력이 “일련의 고립된 사건이 아니며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지도 않는다”며, 익명 채팅 포럼, 소셜 미디어, 교육 기관을 통해 시작되는 “정교하고 조직화된 캠페인”이라고 명시했다. 나아가 검사와 연방 법 집행 기관에 이러한 단체들의 ‘잠재적 폭력 활동을 사전에 식별하고 예방’하도록 지시했다. 주류 언론은 물론 대안 언론에서도 이 각서는 사실상 보도되지 않았다.

 

연방수사국(FBI)이 공개한 2027년 의회 예산 요청서에는 이 전략의 실행 구조가 상세히 드러난다. FBI는 NSPM-7 공동임무센터(JMC)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10개 기관 소속 요원들로 구성된 이 센터는 “정보 통합, 작전 지원, 재정 분석을 결합해 국내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기소”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고 적시했다. 예산 문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역량’을 개발해 테러 대응에 활용하겠다고 명시하며, NSPM-7 이행 지속과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대비를 주요 활용 목적으로 제시했다. 전국 규모의 AI 감시 인프라가 이미 예산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체계의 핵심 도구로 지목되는 기업이 팔란티어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가 공동 창립한 팔란티어는 미 농무부(USDA), 연방항공청(FAA) 등과 잇달아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연방정부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올해 3월 팔란티어가 개최한 연례 포럼 ‘AIPCon 9’의 주제는 ‘비밀은 없다’였다. 이 자리에서 국방부 최고 디지털·인공지능 책임자는 팔란티어의 매이븐 스마트 시스템이 “표적 식별부터 타격 결정까지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한다”며 “이전에는 인간이 8~9개의 시스템을 오가며 수동으로 처리했지만, 이제는 한 번의 클릭으로 킬 체인을 완성한다”고 소개했다. 이 시스템은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NSPM-7은 국방부에도 대테러 임무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활용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가 트럼프 진영이 ‘글로벌리스트’로 비판하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의 단골 참석자라는 사실이다.

 

이민세관집행국(ICE) 역시 팔란티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ICE 요원들은 팔란티어가 제공하는 ‘신뢰 점수’라는 준 사회신용 시스템으로 체포 대상을 선별하고,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적의 소재를 시각화한다고 알려졌다. 올해 1월에는 ICE 작전을 촬영하려던 한 시민에게 요원이 “우리에게는 멋진 데이터베이스가 있고, 당신은 이제 국내 테러리스트로 등록됐다”고 경고한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또한 국토안보부(DHS)는 트럼프 행정부 비판자들의 소셜 미디어 익명 계정 정보를 기업들에 요구하는 행정 소환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범죄 감시 기술은 민간 부문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출신으로 폭스뉴스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에런 코언은 ‘기드온’이라는 AI 기반 위협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이 시스템이 “소셜 미디어, 레딧, 디스코드, 게임 채팅을 스캔해 누군가가 총을 들기 전에 행동 신호를 탐지한다”고 소개하며, 팔란티어·악슨·오픈AI 출신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탐지의 핵심은 나쁜 게시물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가”를 추적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코언은 이 시스템을 전국 단위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사전 범죄 감시 구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와 소셜 미디어 기업들에게 “대량 살인범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이를 탐지하는 도구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뉴스위크는 팔란티어가 이 역할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미국인 전체의 개인 정보를 한곳에 집약하는 ‘마스터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팔란티어에 의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2023년 1월, 바이든 행정부 당시 FBI 리치먼드 지부는 ‘전통 가톨릭 신자들’을 인종 및 민족 동기의 잠재적 폭력적 극단주의자로 분류한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 내부고발자를 통해 공개된 이 문건은 가톨릭 교회에 요원을 침투시키고 성직자를 정보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담고 있었다. 공화당은 이를 ‘반가톨릭 편향’이라며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후 확인된 1,300쪽 이상의 관련 문서는 리치먼드 지부 한 곳의 일탈이 아니라 여러 FBI 지부가 연계된 광범위한 작업이었음을 보여줬다. 지금 동일한 공화당이 구축하는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그 전례와 다르지 않다.

 

이 체계가 정치적 적대자만 겨냥하는 도구가 아닐 수 있다는 신호는 이미 나타났다. 대테러 보좌관 고르카는 이달 브라이트바트 편집장과의 인터뷰에서 우익 극단주의 위협 여부를 묻는 질문에 터커 칼슨과 닉 푸엔테스를 거명하며 “이들이 보수주의자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내세운 근거는 정치적 폭력이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에 반대한 것이었다. 칼슨은 BBC 인터뷰에서 이란 공습을 “혐오스럽고 부도덕하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언론인 켄 클리펜스타인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라고 재정의한 뒤 좌익 극단주의자로 표적화하는 것이 이 테러 전략의 실제 작동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이 논리의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은 새 대테러 전략 보고서에서 “우리의 대테러 작전은 비정치적으로 수행될 것”이라며 “우리의 정책에 단지 동의하지 않는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 데 대테러 권한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보고서 곳곳에 등장하는 ‘반미,’ ‘반기독교,’ ‘급진적 젠더 이념’ 같은 표현들은 정의가 불분명하며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열려 있다. 2001년 9/11 이후 제정된 애국법은 공화당이 만들었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 더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지금 구축되는 AI 기반 감시 인프라와 NSPM-7 공동임무센터도 다음 정권이 그대로 물려받는다. 약 1조 5천억 달러(약 2,100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국방 예산과 전국적 감시망 확장이 맞물리는 가운데, 바이든 시대의 전례와 트럼프 시대의 확장이 보여주는 것은 한 가지다. 이 체계는 정권을 초월해 작동하며, 표적이 누구인지는 다음 서명자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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