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짜뉴스를 판단하는가? 수질 고발 게시물로 체포된 미국 여성에서 한국 가짜뉴스법까지

누가 가짜뉴스를 판단하는가? 수질 고발 게시물로 체포된 미국 여성에서 한국 가짜뉴스법까지

지난 5월 8일, 텍사스주 트리니다드의 주민 제니퍼 콤스는 지역 상수도 오염 우려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중범죄 혐의로 체포돼 유치장에서 밤을 보냈다. 그녀의 게시물은 일부 주민이 수돗물 세균으로 입원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제보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경찰서장 찰스 그레고리는 이를 ‘허위 정보’로 규정하고 허위 경보 또는 허위 신고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시장은 인터뷰에서 1950년대에 매설된 노후 수도관 문제를 스스로 인정했고, 텍사스 환경품질위원회는 수질 민원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경찰이 허위라고 단정한 내용의 핵심은 사실이었다. 경찰이 증거도 확인하기 전에 발언의 진위를 판정하고 처벌을 집행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사전 검열의 전형이다.

 

이 구조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 이미 대규모로 작동했다. mRNA 백신 접종 이후 심근염을 경험했다는 게시물들이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에서 조직적으로 삭제됐다. 플랫폼들은 이를 ‘백신 기피를 조장하는 허위 정보’로 분류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mRNA 백신 접종 이후 특히 12세에서 29세 사이 남성에게 심근염 발생 위험이 실제로 높아진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이 부작용을 라벨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했고, 의학 저널 CIDRAP은 2026년 “심근염 신호는 실재했다”고 결론 내렸다. 플랫폼에서 삭제된 게시물들이 당국의 공식 발표보다 먼저 진실에 닿아 있었다. 당시 삭제의 기준은 허위였는지 여부가 아니라 당국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는지 여부였다는 사실이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민주적 검열은 법정 문서에서 확인된다. 미주리주와 루이지애나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은 2만 페이지 이상의 자료를 통해 1,400여 개의 사실관계를 제시했다. 2023년 연방지방법원은 백악관, 외과의총감실, CDC, FBI가 메타, 트위터, 유튜브와 “밀접하게 얽혀” 코로나19, 선거, 유가, 기후변화, 낙태 등 광범위한 주제에 걸쳐 시민의 표현을 억압했으며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정부가 최소 22차례에 걸쳐 플랫폼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는 2026년 원고 측과 합의해 연방기관이 소셜미디어에 콘텐츠 삭제를 강요하는 행위를 영구 금지하는 동의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판결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관행이 위헌적 검열이었음을 사실상 공인한 결과였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연방대법원은 2024년 원고 적격 문제로 사건을 각하하며 위헌 여부 판단을 끝내 회피했다. 사법부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의 수호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록펠러 재단은 2010년 ‘기술과 국제 개발의 미래를 위한 시나리오’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네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인 ‘록 스텝(Lock Step)’은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가 강력한 하향식 통제를 도입하고, 시민들이 감시와 제한을 자발적으로 수용하며, 그 통제가 팬데믹이 끝난 뒤에 오히려 강화된다는 궤적을 그리고 있다. 보고서는 이 시나리오가 예측이 아닌 ‘가설’이라고 명시하면서도, “시나리오는 큰 변화를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현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명확하게 적었다. 록 스텝이 묘사한 핵심 메커니즘은 억압 그 자체가 아니라 억압의 정상화다. 시민이 긴급 상황을 이유로 통제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그 수용이 긴급 이후에도 무의식 중에 이어지는 과정이다. 백신 부작용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되는 것을 시민들이 ‘공중보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였을 때, 그 타성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의 상황은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허위 및 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국내외 언론단체의 반발로 철회했다. 같은 법안은 2024년과 2025년에 재발의됐고, 2025년 12월 민주당이 주도해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꺾고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허위 또는 조작 정보를 유포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플랫폼에 최대 1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었다. 2026년 7월 시행을 앞두고 미국 국무부는 이 법이 “관점 기반 검열의 침해적 권한”을 행정기관에 부여한다며 공식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당은 법안을 통과시키며 “표현의 자유 확대와 국민 통합을 위한 기반”이라고 발언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검열 조치들은 표면상 서로 무관해 보인다. 가짜뉴스 단속, 저작권 보호, 혐오표현 규제, 대포폰 차단, 불법 콘텐츠 필터링.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방향은 하나다. 2026년 5월부터는 개정 저작권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법원 판단 없이 즉각 웹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AI가 모든 이미지와 동영상을 선제적으로 필터링하는 의무도 확대됐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부결되자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같은 목표를 우회 달성했다. 휴대폰 개통에는 안면인증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명의 도용 방지가 명분이었지만, 명의 도용의 주된 행위자인 외국인은 초기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반발에 부딪히자 시행을 7월 이후로 연기했다. 민주당은 이 모든 과정에서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모델로 삼고 있다. 각각 다른 이름을 달고 각각 다른 시점에 등장했지만, 국가가 온라인 발언을 감시하고,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신체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인프라가 단계적으로 완성되고 있다.

 

북한의 공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5호 담당제는 그 민주주의의 실체 중 하나다. 다섯 가구를 하나의 단위로 묶고, 정부가 배치한 선전원이 그 안에 앉아 주민들의 발언과 동향을 감시하며 당국에 보고한다. 북한이 말하는 인민민주주의는 국가가 인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논리 위에서, 그 이익에 반하는 발언을 제거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한국 민주당은 국민 통합을 위해 가짜뉴스를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해로운 정보를 제거한다는 이 논리는 인민민주주의의 언어와 구조가 같다. 5호 담당제가 공포 정치로 유지된다면, 현재의 구조는 편의와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유지된다. 진보 정권이 가짜뉴스 처벌 법안을 추진하면 진보 지지자의 절반이 옹호하고, 보수 정권이 같은 일을 하면 보수 지지자의 절반이 박수를 보낸다. 내 편이 쥔 칼은 정의고, 상대편이 쥔 칼은 탄압이라는 논리다. 표현의 자유가 원칙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소비되는 동안 그 원칙 자체가 소멸한다.

 

이 모든 사례가 공유하는 전제는 하나다. 공공 이슈에 관한 시민의 발언에 대해 그 진위를 판정하는 권한이 국가에 있다는 논리다. 이 논리가 왜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지는 콤스의 사건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경찰이 허위라고 판정한 내용은 조사 결과 사실이었고, 대배심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팬데믹 시기에 허위로 분류돼 삭제된 백신 부작용 게시물도 나중에 공식 인정됐다. 그러나 두 사례에서 핵심은 온라인 상의 발언 내용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는 것이 아니다. 공공 이슈에 관한 시민 발언의 진위를 국가가 판정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권리가 아니라 당국의 허가 여부에 따라 존재하는 조건부 특권으로 전락한다.

 

콤스는 연방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장은 수질 안전에 관한 시민의 발언이 “수정헌법 제1조의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명시했다. 그 당연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체포와 유치장을 거쳐 연방법원까지 가야 했다. 민주주의는 정부가 설계하고 국민에게 배포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민이 주권자로 행동함으로써 유지되는 질서다. 가짜뉴스라는 이름 아래 정부가 시민의 발언을 처벌하는 일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그리고 그 처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광장이 조용할 때, 민주주의의 토대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문서 위에 적힌 조항은 그것을 주장하는 시민이 있을 때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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