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공격에 반격을 예고한 러시아와 미사일 부족으로 종전을 요청한 우크라이나

기숙사 공격에 반격을 예고한 러시아와 미사일 부족으로 종전을 요청한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방공 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 나섰으나, 러시아 점령 지역 대학 기숙사에 대한 드론 공격이 도화선이 돼 러시아의 대규모 보복 공세가 이어졌다. 러시아는 키예프에 주재하는 외국 외교관들에게 도시를 떠나라고 경고하며 추가 공습을 예고하고 있다.

 

협상 재개의 배경에는 미사일 부족이라는 구조적 압박이 자리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미사일 공습을 막아낼 핵심 무기인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을 2022년부터 4년간 불과 620발 공급받는 데 그친 사실을 공개했다. 독일은 자국 재고를 이미 소진했고, 미국의 월간 생산량도 25발 수준에 불과해 우크라이나와 중동 동맹국의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동 분쟁으로 걸프만 국가들이 대공 미사일을 대규모로 소모할 경우 글로벌 물량 부족이 심화되고 우크라이나의 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군사적 압박 속에서 5월 16일 이스탄불에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직접 회담이 열렸다. 포로 1,000명 대 1,000명 교환이라는 성과를 냈으나 휴전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고, 후속 회담이 6월 2일로 잡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약속한 휴전 초안 각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러시아는 이스탄불에서 각서를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섰다.

 

협상 분위기는 닷새 만에 깨졌다. 5월 21일 밤, 러시아가 점령한 루한스크 지역의 도시 스타로빌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루한스크 국립교육대학교 부설 칼리지 기숙사를 덮쳤다. 당시 14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 86명이 취침 중이었으며, 5층 건물 상층부가 2층까지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 당국은 사망자를 21명, 부상자를 42명으로 집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해당 지역에 주둔한 러시아 드론 지휘통제 부대 루비콘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밝혔는데, 공격 주체임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민간인 피해 의도만 부인한 셈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해명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루비콘 사령부가 ‘스타로빌스크 지역’에 있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위치나 기숙사와의 거리는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푸틴은 기숙사 인근에 군사시설이나 특수기관이 전혀 없다고 직접 밝혔다. 또한 이번 공격은 4시간에 걸쳐 3차례 반복적으로 같은 지점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단순한 오폭이라면 1차 타격 이후 수정이 가능했을 텐데, 같은 목표물을 향한 집중적이고 반복적인 타격은 의도적 공격의 정황으로 읽힐 수 있다.

 

이번 공격의 배후를 둘러싸고 주목할 만한 주장도 제기됐다. 러시아 측은 드론이 3차례에 걸쳐 AI 알고리즘과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통신망으로 유도됐으며, 잔해에서 스타링크 단말기 파편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미국 방산 데이터 기업 팔란티어가 표적 지정을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CEO는 앞서 자사가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군 표적 지정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어 이 주장에 일정한 근거를 더한다.

 

러시아 외무부는 현장 취재를 위한 외신 투어를 조직했으나 BBC는 공식 거부했고, CNN은 “담당 기자들이 휴가 중”이라는 이유를 댔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현장을 방문한 일부 서방 기자들이 편집국으로부터 보도 자제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며 공개 비난했다. BBC와 CNN은 이에 대해 공식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자하로바는 서방 언론이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함으로써 이후 러시아의 키예프 보복 공습을 ‘대응’이 아닌 ‘침략’으로 프레이밍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즉각 보복을 군에 지시했고, 5월 24일 러시아군은 키예프를 향해 미사일 90발과 드론 600대 이상을 쏟아부었다. 이 공격에는 음속의 10배로 비행하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오레시니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이 동원됐다. 키예프 시 당국에 따르면 이 공습으로 최소 4명이 숨지고 8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거주 지역과 시장, 쇼핑센터 등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주택 보상 신청은 키예프에서만 1,000건에 육박했다.

 

대규모 공습 하루 뒤인 5월 25일, 러시아 외무부는 외교단과 외국 시민들에게 키예프를 즉시 떠날 것을 촉구하며 수도 내 방산 시설에 대한 “체계적 공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 외교관 대피를 직접 요청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를 “푸틴의 위협”이라고 일축했고, 70여 개국 외교사절단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키예프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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