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확인 의무화로 신원 정보 플랫폼을 장악하는 빅 테크

연령 확인 의무화로 신원 정보 플랫폼을 장악하는 빅 테크

구글과 애플이 영국과 유럽 각국에서 디지털 신분증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나이와 신원을 증명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과 각국 정부의 연령 확인 의무 법제화 자리하고 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이 정부 입법을 발판 삼아 개인 신원 정보의 관리 주체로 부상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구글은 올여름부터 아일랜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등 유럽연합 5개국에서 구글 월렛을 통해 디지털 신분증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용자는 전면 카메라로 짧은 영상을 촬영하고 정부 발급 신분증을 스캔하면, 구글이 두 데이터를 대조해 앱에 디지털 신분증을 등록한다. 영국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곧’ 출시한다고 구글이 확인해 주었다. 현재 구글 월렛은 신용카드, 철도 카드, 공연 티켓, 슈퍼마켓 포인트 카드, 코로나19 접종 기록 등을 이미 저장하는 플랫폼으로 작동 중이다.

 

영국 출시 초기에는 철도 배달 그룹(Rail Delivery Group)과 제휴해 구글 월렛에 저장된 영국 여권 사본으로 일부 철도 카드 발급 자격을 확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은 또한 영국 과학혁신기술부(DSIT)의 디지털 신원 신뢰 체계 인증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 인증이 완료되면 구글 월렛 신분증으로 주류 구매 등 대면 상황에서도 연령 확인이 가능해진다. 단, 유럽연합과 달리 영국에서는 이 디지털 신분증으로 항공기 탑승이나 역내 이동이 허용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 흐름의 법적 근거는 2023년 제정된 영국 온라인 안전법이다. 이 법은 웹사이트와 앱이 자해 조장, 섭식장애, 집단 괴롭힘, 위험한 행동을 담은 콘텐츠 등을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노출하지 못하도록 연령 확인 의무를 부과한다. 온라인 성인물의 경우 안면 인식 스캔이나 신용카드 확인을 통한 엄격한 연령 관문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모두 저장된 신용카드 정보나 디지털 신분증을 활용해 기기 소유자의 나이를 확인하는 기능을 각각 개발해 왔다.

 

애플은 아이오에스 26.4 업데이트를 통해 영국 내 아이폰 및 아이패드 이용자에게 연령 확인 절차를 의무화했다. 확인을 거부할 경우 성인 전용 웹사이트 접근이 차단되고, 일부 고위험 소셜미디어 콘텐츠 열람이 제한되며 메시지와 페이스타임에서 이미지와 영상 속 나체를 감지하는 ‘커뮤니케이션 안전’ 기능이 강화된다. 메타의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도 이 연령 확인 체계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외신은 전했다.

 

개인 정보를 구글이나 애플에 맡기기 꺼리는 이용자를 위해 영국 정부는 자체 앱인 ‘GOV.UK 월렛’을 개발 중이다. 노동당 정부는 ‘일부 사람들이 곧 사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 앱은 정부 발급 디지털 문서를 저장해 나이, 신원, 지방정부 및 중앙정부 서비스 자격을 증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민간 앱과 달리 기차표나 공연 티켓 등 비정부 문서는 저장이 불가능하며, 사용은 어디까지나 선택 사항이라고 정부는 확인했다.

 

영국의 입법 움직임은 국제적 파급력을 낳고 있다. 미국 각 주와 다른 나라들에서도 유사한 연령 확인 규제 체계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며, 빅 테크 기업들은 이 규제 지형을 새로운 신원 인프라 시장으로 삼아 진입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법제화와 기업의 플랫폼 확장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스마트폰이 지갑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신분증 자체를 대체하는 현실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Source :

Share thi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