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지난 6월 1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오슬로 프리덤 포럼(Oslo Freedom Forum) 무대에 올라,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권위주의 정권의 통제 기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권재단(HRF) 주최로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서 두로프는 ‘소통 기술과 자유를 향한 투쟁’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삼았던 서구 사회가 실제로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이 써온 감시·검열 수법을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설은 타이태닉호의 일화로 시작됐다. 빙산과 충돌한 뒤에도 승객들은 거의 두 시간 동안 배를 떠나지 않았고, 침몰하지 않으리라는 믿음 속에 구명정은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떠났다. 마지막 30분이 되어서야 공포가 번졌지만 이미 손쓸 방법은 없었다. 두로프는 지금의 서구 사회가 바로 이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개인의 자유라는 배는 이미 빙산에 부딪혔고,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는 비유다.
이 같은 진단의 근거는 20년에 걸친 자신의 경험이었다.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며 권위주의 정권들이 자유를 억압할 때 동원하는 홍보 전술과 법률적 수단, 정치적 압박, 그리고 그럴듯한 명분을 모두 지켜봤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수법들이 더 이상 동구권이나 중동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로프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매년 수천 명이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이유로 체포되며, 정치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발언을 온라인에 올리면 벌금형이나 실형까지 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 최대 회원국인 독일에서도 정치인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매년 수천 명이 체포되거나 기소되고, 최대 3년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이런 처벌 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이 실명 사용을 꺼리게 됐다는 점도 두로프가 짚은 대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모든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신분증을 제시해야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공식적인 명분은 아동 보호이며,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나이 확인을 위한 신분증 제출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고 두로프는 말한다. 러시아가 대규모 감시와 검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텔레그램 전체를 차단했지만, 러시아 청소년의 95%는 여전히 매달 텔레그램을 쓰고 있다. 방법은 VPN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수백 개의 VPN을 매달 차단하고 모든 인터넷 제공업체의 데이터센터에 감시 장비까지 설치하며 막대한 비용을 들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란 역시 2018년부터 텔레그램을 차단했지만 국민 다수가 여전히 사용 중이다. 두로프는 일부 인구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막으면 사람들이 VPN으로 우회할 뿐이라고 지적하며, 그 결과 청소년들이 차단되어 있던 불법적이고 위험한 콘텐츠에 오히려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정책이 실패할 것이 자명한데도 유럽연합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계속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국 정부가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고 두로프는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작년 고등법원에 제출한 문서에는,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Act)의 핵심 목적이 공공 담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플랫폼을 통제하는 데 있다고 직접 명시돼 있었다. 공개적으로는 아동 보호를 내세웠지만 비공개 문서에서는 정치적 발언에 대한 통제력 확보가 목적이었음을 인정했다.
아동 보호라는 명분이 갖는 위력에 대해서도 두로프는 분석을 내놓았다. 누군가 아동 보호를 언급하는 순간 인간의 뇌 깊은 곳에 있는 오래된 본능이 작동하며, 논리와 토론, 합리성을 모두 건너뛰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권위주의 정권들은 바로 이 명분을 앞세워 각종 억압적 법안을 통과시켜 왔다. 같은 논리는 현재 유럽연합의 챗 컨트롤(Chat Control) 구상에도 동원되고 있다. 5년째 추진되고 있는 이 법안은 모든 메신저 앱에 암호화 백도어 설치를 의무화하려는 시도로, 텔레그램이나 왓츠앱을 통해 주고받는 모든 메시지와 사진이 자동으로 감시되고 불법 행위 의심 시 당국에 통보되는 구조다. 프랑스에서는 비슷한 감시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에서 막힌 상태다.
프랑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테러와 마약 범죄 대응이었다. 두로프는 이런 거래, 즉 일시적 안전을 위해 본질적 자유를 내놓으라는 제안이 인류 역사에서 늘 사기였다고 강조하며 벤저민 프랭클린을 인용했다. “일시적 안전을 위해 본질적 자유를 내놓는 자는 둘 다 누릴 자격이 없습니다.” 러시아와 이란 국민들에게 10~15년 전보다 지금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물어보라는 것이 그의 제안이었다. 자유는 분명히 줄었지만 안전이 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 집행기관이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되더라도 범죄자들은 가장 먼저 더 안전한 도구로 옮겨갈 뿐이며, 인공지능 시대에는 직접 암호화 메신저를 코딩할 수도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범죄자가 아니라 법을 준수하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결론이다.
이 같은 우려에는 두로프 자신의 경험이 깔려 있다. 15년 전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였던 VK를 운영할 당시, 러시아 경찰로부터 이상한 데이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사 대상자들이 실제 혐의 사건과 무관한 인물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경찰 조직 일부가 부패해 무고한 사람들의 개인 메시지에 접근한 뒤 협박과 거래에 활용하고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런 일이 서구에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두로프는 말한다. 작년 프랑스에서는 세무 공무원이 대규모 암호화폐 및 자산 보유자들의 금융 정보를 빼내 범죄자들에게 판매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유출 사건들이 이어진 결과 2026년 1분기 동안 프랑스에서 40명 이상이 납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두로프의 설명이다. 정부가 너무 많은 데이터를 원하면서도 이를 지키지 못한 결과였다.
세 번째로 두로프가 지적한 것은 선택적 법 집행이라는 수법이다. 먼저 한 산업 전체를 준수가 불가능할 정도로 과도하고 상호 모순적인 규제로 압박해 모든 사업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 그런 뒤 정부에 협조적인 사업자는 눈감아 주고, 협조하지 않는 사업자에게만 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두로프는 이런 일을 2013년 러시아에서 직접 겪었다.
같은 수법이 서구에도 옮겨오고 있다는 근거로 두로프가 든 것은 일론 머스크의 사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머스크의 플랫폼에서 특정 정치적 서사에 대한 검열을 요구하며 그 대가로 벌금과 규제 적용을 면제해 주겠다는 비공개 제안을 했다. 머스크는 이를 거절했고, 이후 투명성 관련 사유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두로프는 이 주장이 미국 의회 조사 결과로도 간접적으로 뒷받침된다고 덧붙였다. 의회가 공개한 이메일에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관계자들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관계자들 사이에서 특정 계정과 서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가 담겨 있었다.
당시 명분은 가짜 정보와 음모론 대응이었다. 그러나 코로나의 인위적 기원 가능성이나 방역 조치의 제한적 효과, 학교 폐쇄가 젊은 세대에 끼친 피해처럼 한때 음모론으로 치부됐던 내용들은 지금 공개적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두로프는 이런 서사들이 침묵당한 이유가 사실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권력자들에게 불편했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정치적 검열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냐고 물었다.
두로프 자신도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 선택적 법 집행을 겪었다. 2024년 파리에서 체포된 뒤 프랑스 정보당국 수장으로부터 특정 정치적 목소리를 침묵시켜 달라는 비공개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고, 그 결과 여전히 수사를 받으며 오랜 수감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연설은 파리 구금 기간 중 겪은 일화로 마무리됐다. 법원이 배정한 통역사가 사흘에 걸친 심문이 끝난 뒤 두로프에게 털어놓은 말이었다. 자신은 자유가 제한되고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1980년대 소비에트연방을 떠났지만, 지금 목격한 일들 때문에 다시 소비에트연방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것이었다. 두로프는 이것이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지금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1980년대 소비에트연방보다 더 어두운 사회로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모 세대는 편지나 전보를 보낼 때 KGB가 모든 것을 읽을 자원이 없기를 바랄 수 있었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모든 메시지와 초안, 생각, 관계가 분석되고 점수화될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 국가의 반체제 인사들은 서구로 망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10년이나 20년 후에는 그들이 억압적인 모국을 떠난 것인지, 또 다른 개방형 감옥으로 들어간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서구에 예비된 두 번째 문명이나 대체 계획은 없다. 수백 년간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등대 역할을 해온 서구라는 배가 가라앉으면 나머지 세계도 뒤따라 자유를 잃게 된다. 유일한 길은 이 배를 고치는 것이라는 말로 두로프는 연설을 마쳤다.
두로프가 오슬로에서 던진 경고는 고립된 목소리가 아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025년 2월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유럽 스스로의 핵심 가치로부터의 후퇴라고 진단했다. 유럽 전역에서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였다. 그는 루마니아 대선 무효화 사례와 허위정보 대응법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침묵시키는 데 활용되는 행태를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론 머스크 소유의 엑스는 유럽연합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을 이유로 2025년 12월 1억 4천만 달러(약 1,900억 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이 벌금은 회사뿐 아니라 머스크 개인에게도 연대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는 절차적 오류와 편향된 조사가 있었다며 2026년 2월 EU 일반법원에 항소했고,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EU의 디지털서비스법이 미국식 표현의 자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콘텐츠 통제를 해외 플랫폼에 강제하고 있다며 청문회를 열었다.
🔺Telegram founder Pavel Durov compares the lack of panic during the sinking of the Titanic with the current lack of awareness in Europe as citizens freedoms are stripped away: “I came here today to tell you-that we find ourselves in a similar predicament. In a similar situation.… pic.twitter.com/DPCzxMQZav
— Southampton Times (@sotontimes) June 15, 2026
호주에 이어 영국도 금지한 16세 미만 SNS, 우리는 이대로 괜찮을까요?
영국이 호주에 이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강하게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나오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과 “청소년 보호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함께 제기될 것입니다.… pic.twitter.com/WXHMsno7Qd
— 국회의원 백승아 (@bakseunga0225) June 15, 2026
[2835]bb33bet অফিসিয়াল লগইন | বিকাশ ডিপোজিট ও সেরা ক্যাসিনো বোনাস,bb33bet অ্যাপ ডাউনলোড করে উপভোগ করুন সেরা লাইভ ক্যাসিনো বোনাস। বিকাশ দিয়ে দ্রুত ডিপোজিট এবং অনলাইন স্লট গেমের নিয়ম জানতে আজই ভিজিট করুন। visit: bb33b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