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새벽에 정부 재난경보 채널을 통해 날아온 ‘외계인 침공’ 문자

브라질 새벽에 정부 재난경보 채널을 통해 날아온 ‘외계인 침공’ 문자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 6월 19일과 20일 새벽 1시 30분경, 수백만 명의 시민이 공식 재난경보 시스템을 통해 ‘외계인 침공’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벨루오리존치와 리우데자네이루 등지에 발송된 이 경보는 극단적 기상 상황이나 민방위 경보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경고음을 내며 수신자들을 잠에서 깨웠고, 짧은 시간이나마 상당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벨루오리존치 수신자들에게 전달된 메시지에는 “스스로를 보호하라: 외계인 공격, 사람들이여, 우리가 도착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공식 재난경보 채널을 통해 발송된 탓에 처음에는 실제 비상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리우데자네이루 수신자들에게는 두 번째 메시지가 전달됐다. ‘미산트로포 ADRESS RJ 부호스 dmsppr’, 포르투갈어 속어와 축약어를 뒤섞은 이 문장은 대략 “인류혐오자가 리우에 왔다, 멍청이들아, 스스로 보호해”로 읽힌다.

 

메시지를 받은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스크린샷을 올리며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는 “어떤 외계 문명이 침공을 알리면서 저렇게 오탈자를 내느냐”며 조롱했고, 다른 이들은 “새벽에 공식 경보음이 울리니 순간 진짜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웃음 뒤에 남은 건 불편한 사실이었다. 공식 재난경보 시스템이 허가 없이 접근 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가민방위청은 이번 경보가 ‘무허가 제3자’에 의한 시스템 침해 결과라고 밝혔다. 당국은 추가 오용을 막기 위해 시스템 일부를 즉시 차단했으며, 사건은 연방경찰에 이첩돼 침해 경위와 배후를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용의자를 공개적으로 특정하거나 체포를 확인한 내용은 없다.

 

이번 사건이 드러낸 문제는 메시지의 황당한 내용에 그치지 않는다. 새벽 1시 반에 울린 공식 경보음은 수신자들을 잠에서 깨웠고, 적지 않은 이들이 짧은 순간이나마 실제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재난경보 시스템이 수백만 명에게 즉각 도달할 수 있는 이유는 수신 거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해킹 집단의 장난으로 끝났지만, 더 정교하게 설계된 메시지가 같은 경로를 통해 발송될 경우 어떤 규모의 혼란이 빚어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87년 전 선례를 떠올리게 한다. 1938년 10월 30일 핼러윈 전야, 미국 CBS 라디오에서 23세의 연출가 오손 웰스가 H.G. 웰스의 소설 ‘우주 전쟁’을 각색해 방송했다. 화성인의 뉴저지 침공을 알리는 가짜 뉴스 속보 형식으로 편성된 이 드라마는 방송 시작 시 허구임을 고지했지만, 중간에 채널을 돌린 청취자들은 40분가량 해명 없이 방송을 들어야 했다. 긴급 속보 형식은 경계심보다 강했다. 경찰서와 신문사에 전화가 폭주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를 시도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방송 직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록펠러 재단이 자금을 지원하는 프린스턴 라디오 연구 프로젝트팀이 즉각 청취자 반응 조사에 착수했다. 심리학자 해들리 캔트릴이 이끈 이 팀은 애초에 라디오가 대중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조직이었다. 팀의 핵심 구성원 프랭크 스탠턴은 CBS 조사 책임자였다. 훗날 스탠턴은 자신의 조사 결과가 대규모 공황이 없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캔트릴의 1940년 연구서는 수백만 명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서사를 학술적으로 고착시켰으며, 록펠러 재단 내부 증언에 따르면 스탠턴과 라자스펠트가 원고를 사실상 다시 써서 캔트릴 이름으로 출판했다.

 

이 연구의 후속 경로가 의미심장하다. 캔트릴은 이후 프린스턴에 공론조사연구소를 설립해 CIA의 전신인 전략정보국(OSS)의 선전물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스탠턴은 CBS를 떠난 뒤 RAND 연구소 의장을 맡았는데, RAND는 대중 매체를 통한 대규모 인식 조작을 핵심 연구 의제로 삼은 기관이었다. 웰스 본인도 진주만 공습 직후 넬슨 록펠러의 미주담당조정관 사무소 의뢰로 브라질에 파견돼 정부 선전 영화 제작에 투입됐다.

 

1938년 방송이 정부 기관의 사전 기획이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공식 채널의 형식적 권위가 내용의 진실 여부를 압도했던 그 방송은 이후 심리전 연구의 핵심 데이터 원천이 됐다. 오손 웰스가 라디오 속보 형식으로 만든 드라마, 그리고 2025년 브라질에서 해킹 집단이 공식 재난경보 채널로 수행한 침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이 메시지의 내용보다 채널을 먼저 믿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오늘날 이 채널은 수신 거부가 불가능한 형태로 한국, 미국,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수억 대의 스마트폰에 합법적으로 내장돼 있다.

 

이 채널이 얼마나 취약한지는 미국에서도 확인됐다. 2025년 11월 INC 랜섬웨어 그룹은 미국 수천 개 지방정부가 사용하는 긴급경보 플랫폼 코드레드를 해킹해 전국 경보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주민 개인정보가 대거 탈취됐고, 일부 지역은 대피 명령을 소셜미디어로 대신 전달해야 했다. 세계경제포럼이 2020년부터 수차례 시뮬레이션으로 경고한 시나리오, 긴급경보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현실이 되었다. 미국과 브라질 사건 모두 배후는 확인되지 않았고 해커들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표적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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