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를 동결한 뉴욕이 베를린의 전철을 밟나

임대료를 동결한 뉴욕이 베를린의 전철을 밟나

뉴욕 시장 조란 맘다니가 지난달 취임 직후부터 공언해온 임대료 동결 정책이 지난 26일 현실화됐다. 임대료 기준위원회가 약 100만 가구에 달하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에 대해 1년 및 2년 계약 모두 인상률 0%를 의결한 것이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임하는 맘다니 시장에게는 선거 공약의 첫 번째 이행이었으나, 경제학계와 해외 사례는 이 같은 조치가 단기 안도감 뒤에 장기 공급 붕괴와 건물 노후화를 불러왔음을 반복해서 기록하고 있다.

 

이번 표결의 성격을 먼저 짚을 필요가 있다. 임대료 기준위원회는 법적으로 독립된 기구지만 9명의 위원 전원이 시장이 임명한다. 맘다니는 취임 한 달여 만에 6명을 새로 임명했고, 위원회는 7 대 1로 동결안을 통과시켰다. 집주인 대표로 위원회에 참여했던 크리스티나 스미스는 표결 직전 사임하면서 “위원회는 사실 확인 기구이기를 멈췄다. 답을 먼저 정해놓고 거꾸로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뉴욕 아파트협회 케니 버고스 대표도 “건물 유지·보수조차 불가능해져 결국 더 많은 건물이 황폐해지고 압류와 파산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단체들은 이미 법적 이의 신청을 준비 중이다.

 

가장 가까운 전례는 베를린이다. 독일 수도 베를린은 2020년 2월에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해 2014년 이전 건축된 아파트 약 150만 가구의 임대료를 동결했다. 법 시행 즉시 임대료는 하락했다. 그러나 임대 매물은 전년 대비 60%가 줄었고, 집주인들은 임대 수익 하락을 피하기 위해 건물을 매각하거나 리모델링을 구실로 세입자를 내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동결 이후 8개월 만에 베를린 임대 매물은 59% 감소했으며, 대신 매매 매물은 23% 늘었다. 세입자들이 ‘의자 한 개에 1만 유로(약 1,500만 원)’와 같은 편법 웃돈을 집주인에게 요구받는 음성 시장도 생겨났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3월 이 법이 연방 입법 권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전면 위헌 결정을 내렸고, 세입자들은 동결 기간 동안 내지 않은 차임 차액을 소급해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역사는 비슷한 경고를 반복해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임대료 규제 대상을 확대한 결과, 집주인들이 임대 대신 분양 전환을 선택하면서 임대 주택 공급이 15%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경제학회(American Economic Review)에 실렸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임대료 규제가 단기적으로 현재 세입자를 보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택 가용성을 줄이고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한다고 분석했다. 공급 위축은 규제 바깥 시장의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낳는다. 동결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더 좁아진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뉴욕 자체의 역사도 참조할 수 있다. 뉴욕 지하철 기본요금은 1904년부터 1948년까지 5%로 묶였고, 가격 통제는 민간 운영사의 수익을 잠식하다 결국 공영화로 이어졌다. 이후 지하철 시스템은 수십 년간 노후화와 운영 위기를 반복했다. 현재 약 10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임대료 안정화 제도는 이미 시 전체 주택 공급의 40%를 차지하며, 소득 제한 없이 운영된다. 이 때문에 고소득층도 이 혜택을 누린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맘다니 시장 자신도 취임 전까지 퀸스의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에 거주했으며, 당시 연봉은 약 15만 달러(약 2억 원)였다. 민주당 출신의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는 이를 “역겨운 일”이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동결의 즉각적 수혜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뉴욕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 거주자 약 200만 명은 올해 임대료 인상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정책이 얼마나 취약계층에 집중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소득 연동 기준이 없는 구조에서 임대료 동결이 만들어내는 수혜는 누가 어느 아파트를 먼저 점유했는지에 달려 있다. 위원회가 대규모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표결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이 정책이 경제적 분석보다 정치적 상징성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임대료 동결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공급 감소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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