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이 지지하는 조력 사망 법안을 통과시킨 프랑스 하원

마크롱이 지지하는 조력 사망 법안을 통과시킨 프랑스 하원

프랑스 하원인 국민의회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강력히 지지하는 조력 사망 법안을 가결했다. 중증 환자가 치명적 약물을 투여받아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우파 정당과 가톨릭교회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왔다. 법안은 이제 상원으로 돌아가며 양원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오는 7월 15일 하원이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된다.

 

좌파와 진보 성향 정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민의회는 화요일 표결에서 찬성 295표, 반대 232표, 기권 35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이 대체로 찬성표를 던진 반면 보수인 국민연합과 공화우파 그룹은 대부분 반대표를 행사했고, 나머지 정파들은 표가 갈렸다.

 

법안에 따르면 조력사를 신청할 수 있는 환자는 만 18세 이상의 프랑스 국적자이거나 합법적인 거주자여야 한다. 또한 진행성 또는 말기 단계의 중증 불치병을 앓고 있어야 하고, 치료로도 완화되지 않거나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며, 자유롭고 명확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절차상 의사는 다른 의료진, 전문의, 필요할 경우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거쳐야 한다. 결정은 신청 후 15일 이내에 내려져야 하며, 이후 최소 이틀의 숙고 기간을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약물 투여는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이 직접 하도록 되어 있다. 신체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는 의사나 간호사가 대신할 수 있지만, 의료진은 양심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심리적 고통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반드시 질병과 직접 연관되어 있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야엘 브라운피베 국민의회 의장은 법안의 하원 통과를 환영하며 “수년간의 작업과 진지함, 존중, 품위를 갖춰 진행된 충분한 공론화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존엄한죽음권협회 회장 조나탕 드니는 이를 “보건 민주주의의 놀라운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최종 결정은 환자 본인이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연합 소속 크리스토프 벤츠 의원은 법안의 안전장치가 “일시적”이며 “허구적”이라고 말했다. 공화우파 소속 쥐스틴 그뤼에 의원은 상당수 취약 성인들이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조력 사망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표결에 앞서 가톨릭 지도자들은 의원들에게 당론이 아닌 양심에 따라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조력사 법안이 안락사와 조력자살을 합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취약 계층이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마르크 아블린 추기경 역시 “죽음을 주는 것”이 삶을 끝까지 동행해야 할 의무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오늘날 프랑스 조력 사망 운동의 뿌리는 영국이다. 프랑스에서 조력 사망 입법 로비를 주도해온 존엄한죽음권협회(ADMD)는 1980년 미셸 리 랜다가 설립했는데, 그녀는 런던에서 열린 한 학회에 다녀온 뒤 현재 존엄사협회(Diginity in Dying)로 이름을 변경한 영국의 조력 사망 단체 Exit를 모델 삼아 조직을 설립했다. 협회의 로고 역시 Exit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생명의 사슬이 끊어지는 형상으로 죽음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랜다가 참고한 영국 단체 Exit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생학 운동과 만난다. 1935년 이 단체를 자발적안락사합법화협회(Voluntary Euthanasia Legalisation Society)라는 이름으로 창설한 인물은 공중보건 의사 찰스 킬릭 밀러드였다. 밀러드는 안락사 운동에 뛰어들기 전에는 산아제한 운동에서 활동하며 레스터 지역 최초의 산아제한 클리닉 설립을 도왔다. 단체 창립 당시 부회장단에는 줄리언 헉슬리가 이름을 올렸는데, 헉슬리는 2차대전 이후 나치의 만행으로 우생학이라는 용어가 신뢰를 잃자 이름을 ‘트랜스휴머니즘’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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