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에서 열린 CIA 마인드 콘트롤 프로그램 청문회

미 하원에서 열린 CIA 마인드 콘트롤 프로그램 청문회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산하 연방기밀해제 태스크포스가 지난주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CIA의 냉전기 마인드 컨트롤 프로그램인 MKULTRA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마인드 컨트롤과 책임규명: CIA MKULTRA 프로젝트의 진실을 밝히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청문회는 프로그램의 역사적 실체를 재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과 신경과학이 발전한 오늘날 유사한 형태의 정신 조작 기술이 여전히 존재하거나 진화하고 있을 가능성까지 다뤘다.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애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은 피해자 보상과 별도의 법 집행 절차 필요성을 제기했고, 역사학자 스티븐 킨저와 탐사보도 기자 톰 오닐이 증인으로 출석해 각자의 연구 결과를 증언했다.

 

MKULTRA는 1953~1973년에 20년 가까이 운영된 CIA의 1급 기밀 실험 프로그램으로, 최소 149개의 세부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요원들은 자각하지 못한 민간인에게 LSD를 투약하고 최면, 감각 차단, 전기충격 등을 동원해 인간의 정신을 통제하는 기법을 개발하려 했다. 실험은 은신처와 병원, 교도소 등에서 은밀하게 이뤄졌으며 1973년 리처드 헬름스 당시 CIA 국장의 지시로 대부분의 기록이 파기됐다. 남아 있는 문서만으로도 프로그램이 사실상 아무런 감독 없이 운영된 정황이 드러난다.

 

가장 널리 알려진 MKULTRA 관련 사건 중 하나는 ‘미드나이트 클라이맥스 작전’이다. CIA 안가에서 성노동자들이 손님에게 LSD를 몰래 투약하면 요원들이 이중거울 뒤에서 그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확인된 사망자도 있다. CIA 소속 과학자 프랭크 올슨은 1953년 CIA 회의 중 LSD를 투약당한 뒤 그날 밤 호텔 창문에서 추락해 숨졌으며,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지금까지도 미국 정보기관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킨저는 MKULTRA를 설계한 CIA 화학자 시드니 고틀립의 전기 ‘포이즈너 인 치프’의 저자다. 킨저는 “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파괴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MKULTRA는 미국 정부 기관이 인간을 대상으로 실행한 실험 중 가장 극단적인 형태였다”고 증언하며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는 의료 고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소련이나 중국 공산당이 이미 마인드 컨트롤의 비밀을 알아냈다는, 훗날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냉전기의 공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킨저에 따르면 고틀립은 “누군가의 뇌에 새로운 정신을 주입”하려면 먼저 기존의 정신을 파괴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고, 이것이 그가 지시한 실험들의 잔혹성으로 이어졌다. 미국 내에서는 병원과 교도소, 연방 마약치료시설 등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로 대상이 됐다. 해외에서는 고틀립이 CIA 지부에 “사라져도 아무도 찾지 않을 사람들”, 이른바 ‘소모품’을 요청할 수 있었다고 킨저는 증언했다.

 

킨저는 CIA 내부에 고틀립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 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무지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 CIA와 다른 정보기관들의 문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모든 책임이 기관이 아니라 고틀립 개인에게 돌아갔다고 설명하면서 “처음부터 그것이 계획이었다. 그가 고용된 이유이자, 결국 그가 모든 책임을 떠안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인 오닐은 자신의 저서 ‘카오스’를 위해 수년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정신과 의사 루이스 졸리언 웨스트와 고틀립 사이의 서신을 발견한 경위를 증언했다. 웨스트는 196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찰스 맨슨과 그의 추종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위한 클리닉과 사무공간을 제공한 인물이다. 오닐은 이 사실이 이후 발생한 맨슨 일가의 연쇄 살인 사건과 CIA의 LSD 실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오닐은 1977년 상원 청문회 당시 위원들이 MKULTRA 피해자들을 확인하고 보상하며 평생 의료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어느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같은 해 열린 청문회에서 고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기관 스스로도 이 실험들이 과학적으로 거의 의미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관찰을 맡은 요원들은 자격을 갖춘 과학적 관찰자가 아니었고, 실험 대상자들은 첫 몇 시간이 지나면 접근조차 어려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케네디는 헤로인 중독자들이 헤로인을 보상으로 받는 조건으로 LSD 실험에 유인된 사례까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무게 있게 다뤄진 대목은 MKULTRA 유형의 정신 조작 기술이 오늘날 어떤 형태로 진화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킨저는 “사이버 기술과 인공지능, 신경과학 분야에서 지난 수십 년간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며 “정보기관들은 이제 고틀립조차 상상하지 못했을 마인드 컨트롤 도구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늘날의 여건에서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한지 여부는 “아마도 우리 자국을 포함한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의 머릿속에 이미 떠올랐을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루나 의원은 청문회 도중 CIA가 새롭게 발견된 MKULTRA 관련 문서 상자들을 기밀 해제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하며, 그 안에 ‘위조 프로그램’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프로그램이 종료될 당시 이를 운영하던 인물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증거를 파기함으로써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하며 이 사안 전체를 “본질적으로 범죄”라고 규정했다. 루나는 정부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청문회에서 미국 내 소년원에 수용된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전했다.

 

루나는 또한 독일 내 CIA 안가 한 곳에서 MKULTRA 피해자들에 대한 고문이 이뤄졌다는 정황을 최근에야 파악했다고 밝히며, 다음날 독일 의회 의원들과 만나 실종자의 유해를 찾고 피해자를 특정하는 작업에 독일 측 법 집행기관이 협력할 수 있는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법무부 차원의 별도 태스크포스 구성이 필요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루나는 증인 증언을 토대로 볼 때 당시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사실상 인간을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을 상당 부분 알아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며, 바로 이 지점이 역사적 기록을 바로잡는 작업 못지않게 현재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해체된 국제 원조 기구 USAID가 해외에서 ‘전쟁 포로’를 대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증인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며, MKULTRA와 유사한 기법이 국제 원조라는 이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MKULTRA는 미국의 동맹국에서도 진행되었다. 캐나다에서는 록펠러 재단의 자금으로 세워진 몬트리올 맥길대학교 부속 앨런 메모리얼 연구소의 정신과 의사 도널드 유언 캐머런이 CIA의 위장 자금을 받아 환자를 약물로 혼수상태에 빠뜨리고 녹음 테이프를 반복 재생해 인격을 지우려 한 이른바 ‘심리적 몰이’ 실험을 진행했으며, 1977년 문서가 공개된 뒤 캐나다 정부는 피해자 127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호주에서는 시드니 첼름스퍼드 병원의 정신과 의사 해리 베일리가 1962~1979년에 환자를 장기간 약물로 재운 채 전기충격을 병행하는 ‘딥 슬립 테라피’를 시행해 최소 24명이 숨졌다.

 

MKULTRA의 유산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도 확인된다. 국가안보문서보관소는 MKULTRA의 행동 통제 기법이 1963년 CIA 심문 교범 ‘쿠바르크 매뉴얼’에 반영됐고, 이것이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관타나모의 심문 관행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9/11 테러 이후 CIA는 군의 생존, 회피, 저항, 탈출 훈련, 즉 세어(SERE) 프로그램을 거꾸로 응용해 물고문과 수면 박탈, 감각 차단을 포함한 이른바 ‘강화된 심문 기법’을 심리학자 제임스 미첼과 브루스 제슨에게 개발하도록 의뢰했고, 이 기법은 아부 주바이다를 비롯해 최소 118명의 수감자에게 적용됐다.

 

킨저가 청문회에서 경고한 것처럼 정보기관이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을 동원해 고틀립도 상상하지 못했을 도구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공개된 정책 영역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정부는 2010년 세계 최초로 행동과학 전담 부서인 ‘넛지 유닛’을 설치했고,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에는 정부 과학자문그룹 산하에 SPI-B라는 별도의 행동과학 자문팀을 꾸려 대중의 심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이런 정황은 2023년에 텔레그래프에 공개된 당시 내각의 10만 건이 넘는 왓츠앱 메시지를 담은 ‘록다운 파일‘에서 한층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2020년 12월 핸콕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소식을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발표해 봉쇄 조치에 대한 순응을 이끌어내는 계획을 논의했다. 2021년 1월에는 사이먼 케이스 국무조정실장이 진행 중이던 3차 봉쇄를 국민들이 더 잘 따르도록 만들기 위해 공포와 죄책감의 활용을 제안했다. CIA가 약물과 전기충격이라는 물리적 수단으로 개인의 정신을 조작하려 했다면 넛지 유닛, SPI-B, 록다운 파일이 보여준 영국 내각의 대화는 정부가 공포와 죄책감을 동원해 대중 전체의 행동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개념이 은밀한 실험실을 넘어 정책의 영역으로 옮겨간 사례로 거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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