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 보호의 이름으로 뿌려진 화학물질이 전 지구적 오염으로 되돌아오다

오존층 보호의 이름으로 뿌려진 화학물질이 전 지구적 오염으로 되돌아오다

오존층 파괴 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화학물질들이 지난 이십여 년간 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TFA)이라는 잔류성 오염물질을 전 지구적으로 대량 확산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발표됐다. 오존층을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해법이 또 다른 형태의 환경오염을 낳은 이번 연구 결과는 대기를 상대로 한 대규모 개입이 수십 년 뒤 어떤 방식으로 되돌아올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국의 랭커스터대 연구팀은 냉매와 마취제로 쓰이는 여러 불소화합물이 대기 중에서 분해되는 과정을 컴퓨터 모델로 추적했다. 그 결과 2000년부터 2022년 사이 이 물질들로 인해 약 33만 5,500톤의 TFA가 대기에서 지표면으로 쌓인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를 이끈 루시 하트 박사는 CFC를 대체한 화학물질들이 TFA의 가장 큰 발생원이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며, 유해 화학물질을 대체할 때 규제당국이 더 폭넓은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화학물질들은 대기 중에 오래 남아 북극과 같은 먼 지역까지 이동한 뒤 그곳에서 분해돼 TFA로 바뀐다. 하트 박사는 북극 빙하에서 나타나는 TFA 증가 추세가 이 화학물질들만으로 거의 다 설명된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가 처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에어컨에 최근 쓰이기 시작한 새로운 냉매는 지금까지의 증가 추세를 설명하는 주된 원인은 아니지만, 사용이 늘면서 앞으로 그 비중이 커질 것으로 지목됐다. 라이언 호세이니 교수는 기후친화적 대안으로 알려진 이 냉매의 사용이 늘면서 앞으로 TFA 농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TFA는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환경에 오래 남는 영구화학물질, 즉 과불화화합물(PFAS)의 일종이다. 실제로 사람 몸에서 검출되는 PFAS 가운데 가장 흔한 물질로 꼽힌다. 독일 정부는 최근 이 물질을 생식독성 물질로 분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고용량을 먹인 개체의 간이 비대해지는 증상이 확인됐고, 유럽식품안전청은 지난해 재평가에서 생식독성 실험 중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낮아진 사례를 근거로 인체 안전기준값을 새로 제시했다. 유럽화학물질청은 TFA를 수생생물에 유해한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랭커스터 환경센터의 크리스 홀솔 교수는 TFA가 과거에는 일부 농약의 분해산물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냉매와 용매, 의약품 등 훨씬 다양한 화학물질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TFA라는 새로운 오염물질이 등장하기까지, CFC 규제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1974년 CFC의 오존층 파괴 가능성이 처음 제기되자, 최대 생산업체 듀폰은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듀폰은 뉴욕타임스 전면광고까지 동원해 가설을 반박하면서 수년간 규제에 맞섰다. 이런 업계의 저항 속에서 미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CFC의 위험성을 부각하기 위해 오존층 파괴에 더해 지구온난화 가능성까지 동원하기 시작했고, 언론은 두 사안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CFC를 두 재앙의 공통 원흉으로 그려냈다. 그 결과 대중은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를 같은 문제로 착각하는 혼란이 발생했다. 그러다 1986년 듀폰이 대체물질에 대한 새로운 특허를 확보하면서 CFC의 전면 금지를 촉구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결국 CFC는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오존층을 지키자는 이 국제 협약이 반세기 가까이 지난 뒤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지금 진행 중인 또 다른 대기 개입 실험에 질문을 던진다.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성층권에 반사입자를 뿌려 햇빛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려는 기술이다. 흔히 태양복사관리 또는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이라고 부른다. 화산이 폭발한 뒤 대기 중 황산염 입자가 지구를 일시적으로 식히는 자연 현상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로, 최근 들어 학계의 논의를 넘어 민간 기업들이 실제 살포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메이크 선셋츠는 2022년 루크 아이즈먼과 앤드루 송이 만든 회사다. 이산화황을 채운 풍선을 하늘에 띄워 터뜨리는 방식으로 햇빛을 반사시키겠다며 이른바 냉각 크레디트를 판매해왔다. 2023년 2월 미국 네바다주에서 첫 실험을 한 이후 지금까지 풍선 147개를 발사했고, 이산화탄소 12만 8천 톤 상당의 온난화를 상쇄한다며 냉각 크레디트 12만 8천 개를 판매했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 측은 풍선이 지상 22~24km 사이 상공에서 터지도록 설계했고, 발사 활동을 국립해양대기청에 보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실험은 시작부터 논란을 낳았다. 2023년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에서 사전 통보 없이 풍선을 발사한 사실이 알려지자, 멕시코 정부는 자국 영토에서 기후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모든 행위를 금지했다. 미국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2025년 4월 미국 환경보호청은 메이크 선셋츠에 이산화황의 출처와 발사 고도, 지상에서 풍선이 터진 적이 있는지를 묻는 정보 제출 요구서를 보냈다.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은 벤처 투자자의 지원을 받는 개인들이 크레디트를 팔려고 대기오염물질을 뿌리는 상황이 기후를 향한 극단주의가 상식을 압도한 결과라고 밝혔다.

 

환경단체 인바이런멘털 인테그리티 프로젝트의 데이비드 북바인더 국장은 성층권 살포 자체를 규율할 법이 아예 없다는 점을 근본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국립해양대기청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보를 모으는 것뿐이며, 정말 걱정해야 할 상황은 누군가 아무 제약 없이 대량의 물질을 성층권에 쏟아붓기 시작할 미래라고 경고했다. 이산화황을 성층권에 뿌리는 방식은 화산 분화와 비슷한 원리로 지구를 식히지만, 바로 그 이산화황이 오존층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존층을 지키자는 대체물질이 TFA라는 새로운 오염을 낳았듯, 온난화에 대응한다는 개입이 오존층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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