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암살 사건의 피고인 타일러 로빈슨에 대한 예비심리가 지난 6일 유타주 프로보의 제4지방법원에서 시작돼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심리는 검찰이 로빈슨을 정식 재판에 넘길 만한 상당한 근거를 갖추었는지를 토니 그라프 판사가 판단하는 절차로, 유죄 여부를 가리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틀간 공개된 증언에서 수사 초기 대응과 증거 처리 과정의 공백이 잇달아 확인됐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도 이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그라프 판사는 심리 초반 검찰 측에 총격 장면을 담은 영상이 존재하는지 직접 물었고, 검찰은 그런 영상은 없다고 답했다. 로빈슨의 변호인 캐서린 네스터는 이 답변을 재차 확인하면서, 검찰이 제시할 수 있는 영상은 저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로시 센터 건물 옥상에서 한 인물이 가장자리로 이동해 엎드린 자세를 취한 뒤 자리를 뜨는 장면뿐이라고 못박았다. 유타밸리대학교(UVU) 캠퍼스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발사 순간 자체를 포착한 영상은 사건 발생 열 달이 지난 현재까지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다.
사건 수사를 총괄한 유타주 수사국 데이비드 헐 요원은 로빈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사건 당일 오전 8시 30분경 캠퍼스에 도착해 원형극장 쪽으로 이동한 뒤 커크가 설립을 주도한 보수 성향 청년단체 터닝포인트USA(TPUSA) 관계자들과 접촉한 사실을 감시영상과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로빈슨은 이후 캠퍼스를 떠났다가 총격 약 두 시간 전 캠퍼스 인근 치크필레이 매장에서 음식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헐은 로빈슨으로 보이는 인물이 이날 캠퍼스를 총 네 차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세 번째 방문 당시에는 복장이 바뀌고 다리를 저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이 동선은 로빈슨이 사건 당일 캠퍼스에 있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으로, 검찰 측 증거로 법정에 제시됐다.
현장에 처음 도착한 경찰관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배글리는 사건 당일, 저격이 이뤄진 것으로 지목된 로시 센터 옥상을 수색하던 중 자신의 바디캠 배터리가 방전됐다고 증언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사건에는 총격 순간 자체를 담은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데, 배글리의 바디캠은 사건 직후 그 현장을 가장 먼저 기록할 수 있었던 자료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글리는 오전 11시부터 근무를 시작한 지 약 1시간 44분 만에 카메라가 꺼졌다고 말했다. 왜 재충전하거나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았느냐는 변호인 네스터의 반대신문에, 그는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워 다시 가지러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결과 그가 옥상에서 확보한 영상은 할 오브 플래그스 통로에서 시작해 옥상에 도착한 직후 끊기는 약 27분 분량이 전부였다.
네스터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배글리의 보고서에 몇 가지 항목이 빠져 있는 점을 지적했다. 감시영상에는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이 총기 케이스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도 이는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았고, 옥상에 배글리와 동행한 사복 경찰관의 신원도 특정되지 않았다. 배글리는 또한 커크가 쓰러진 직후 잔디밭에서 비어 있는 권총 홀스터를 목격했다고 증언했지만, 이를 증거로 수거하거나 별도로 보전하지는 않았다고 시인했다. 배글리는 이 물건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유타주 수사국 요원 데이비드 헐은 옥상에서 탄피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현장 잔디밭에서 발견된 총알 한 발에 대해서는, 총기를 점검하던 경찰관이 약실을 비우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지만, 정확히 어느 경찰관이었는지, 그 총알이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밖에 법정 증언에서 새롭게 확인된 내용도 있다. 헐은 사건 현장에서 배낭에 담긴 권총 등 다른 총기류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로빈슨의 DNA가 저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제르 98 소총을 감싼 수건과, 옥상에서 발견된 스크루드라이버에서 검출됐다고 밝혔다. FBI 감정관 어맨다 배커는 두 물품에서 로빈슨의 전 룸메이트이자 연인인 랜스 트윅스의 DNA도 함께 검출됐다고 증언했다. 배커는 자신의 감정 결과가 로빈슨을 확정적으로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배제할 수 없는 기여자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트윅스의 시료는 수사팀의 가설에 따라 배제용 대조군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트윅스는 현재까지 기소되지 않은 채 수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로빈슨이 범행을 인정하는 듯한 메시지를 건넸다고 진술한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은 로빈슨의 캠퍼스 내 동선을 담은 편집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려 했으나, 그라프 판사는 확대와 축소, 원 표시 등 후반 작업이 가해진 상태라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판사는 검찰에 원본 영상을 요구했고, 검찰은 이후 편집 요소를 제거한 영상을 다시 제출했다. 헐은 UVU로부터 확보한 전체 영상 가운데 로빈슨이 캠퍼스를 오간 장면만 발췌해 편집했다고 시인했으며, 이는 원본 촬영 전체 분량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헐은 사건 다음 날 새벽 도어벨 카메라에 포착된 차량이 로빈슨의 차량으로 추정된다고 증언했다. 네스터 변호인은 해당 도어벨 카메라의 소유자가 애초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 즉 차량 운전자가 대머리였고 차 안에 세 명이 더 타고 있었다는 진술을 언급했다. 헐은 그 진술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법정에 제출된 영상에서는 차량에서 내리는 인물이 단 한 명뿐이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진술과 영상 사이의 불일치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은 법정에서 나오지 않았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헐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옥상 위 인물을 촬영한 또 다른 목격자 두 명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점도 인정했다. 이 목격자들은 자신들이 찍은 영상 속 인물의 체형과 복장이 로빈슨과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헐은 해당 목격자들이 영상 속 인물을 경계근무 중인 경찰관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도 확인했다. 이 부분이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아직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저명 인사가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가운데 암살된 첫 사례로 꼽히며, 심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각종 의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기돼 왔다. 터닝포인트USA 출신 방송인 캔더스 오언스는 로빈슨이 범행 당일 캠퍼스에 아예 있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심리에서 헐이 제시한 캠퍼스 동선 증언과 감시영상은 이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같은 단체 대변인 앤드루 콜벳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두고 산더미 같다고 표현했다.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는 이미 타일러 로빈슨을 용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리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그라프 판사는 심리가 끝난 뒤 정식 재판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사건은 유명인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가운데 암살된 첫 사례로 꼽히며, 심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돼 왔다.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는 암살 11일 후 열린 추모식에서 타일러 로빈슨을 용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리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그라프 판사는 심리가 끝난 뒤 정식 재판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