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가짜 뉴스’ 막겠다며 유튜브 노출 순위에 공영방송 우선 배치 추진

영국 정부, ‘가짜 뉴스’ 막겠다며 유튜브 노출 순위에 공영방송 우선 배치 추진

영국 정부가 유튜브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BBC, ITV 같은 공영방송 뉴스를 우선적으로 노출시키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에 유튜브는 창작자들에게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6월 23일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가 발표한 ‘워치 디스 스페이스, 영국 미디어의 새로운 전략적 방향’이라는 제목의 그린페이퍼다. 이 문서는 8월 31일까지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며,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공영방송 콘텐츠와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이용자에게 더 잘 보이도록 만드는 입법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프컴(Ofcom) 조사에 따르면 상위 10개 뉴스 소스 가운데 4개가 소셜미디어이며, 16~24세 이용자들에게는 소셜미디어가 뉴스를 접하는 주된 경로로 자리 잡았다. 영국 정부는 알고리즘이 정확성보다 이용자 참여를 우선시하며, 시청자들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BBC, ITV, Channel 4, Channel 5, STV, S4C 등 공영방송사들의 오랜 문제 제기가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TV 방송에서는 프로미넌스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미디어법에 따라 공영방송은 전자 프로그램 가이드에서 앞자리 채널 번호를 배정받는 등의 보호를 받아왔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없어 알고리즘이 창작자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해외 퍼블리셔의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더 노출시킨다는 것이 이들의 문제 제기였다.

 

영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제공자’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2023년 온라인안전법 56조가 정의한 ‘인정된 뉴스 퍼블리셔’ 개념을 기초로 삼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DCMS의 이언 머리 장관은 우선 플랫폼과의 자발적 협의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규제와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논의가 BBC나 ITV에 국한되지 않으며, 지역 언론 생태계 전반과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튜브는 영국 창작자들에게 직접 경고 메시지를 발송했다. “제안된 영국 규정이 여러분의 피드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를 여러분의 것으로 지키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KeepYouTubeYours 캠페인을 전개하며, 창작자들에게 정부 의견수렴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유튜브는 그동안 모든 창작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원칙 위에서 운영해왔다고 설명하면서, 새 규정이 일부 채널을 다른 채널보다 우위에 두도록 강제할 경우 창작자들의 채널 성장 가능성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프로미넌스 체제’가 시청자의 실제 선호와 무관하게 특정 채널을 밀어낼 수 있으며, 창작자와 시청자 사이의 유대 관계 자체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의미이다.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텔레그래프가 이 문서를 ‘스타머 정부가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BBC 등 공영 콘텐츠 우선순위를 강제한다’는 취지로 보도하면서 논란이 확산됐고, 하원에서는 이를 둘러싼 토론이 벌어졌다. 야당인 보수당의 나이절 허들스턴 그림자 문화부 장관과 리폼 UK의 로버트 젠릭 의원 등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전국 및 지역 신문사들을 대표하는 뉴스미디어협회(NMA)의 테오 밤버 대표는 프로미넌스 제도가 공영방송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언론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도 이용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한 이용자는 이번 조치가 “표현의 자유와 스스로 판단할 권리를 점진적으로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라고 밝혔고, 다른 이용자는 영국 정부가 “자체 소셜미디어 채널을 만들고 다른 플랫폼에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응했다. 비판자들은 영국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의 순서 자체를 문제 삼는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언론 신뢰도는 37%, 영국은 전년 대비 5%포인트 하락한 30%로 10년 전보다 20%포인트 낮아졌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건 가짜 뉴스가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기존 방송사와 신문에 대한 신뢰가 먼저 하락했고 이에 따라 시청자들이 소셜미디어와 독립 창작자 콘텐츠로 옮겨간 흐름이다.

 

정부의 빅 테크 알고리즘 개입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럽방송연맹(EBU)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이제 TV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며 방송사와 시청자 관심을 놓고 직접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VMSD) 개정을 통해 유럽 차원의 프로미넌스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이미 2020년 주간미디어협정을 통해 플랫폼의 콘텐츠 우선순위 결정에 법적 책임성을 부과한 바 있고, 영국 내 싱크탱크 데모스는 캐나다와 프랑스의 선례를 따라 동영상 플랫폼 매출의 일부를 걷어 자국 미디어를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의견수렴은 8월 31일 마감되며, 이후 영국 정부는 자발적 협의를 통한 해결을 계속 시도할지 아니면 입법을 추진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결국 온라인 뉴스 소비가 급증하는 시대에 국가가 플랫폼의 알고리즘 노출 방식에 개입하는 것이 허위정보 대응을 위한 정당한 조치인지, 아니면 신뢰를 잃어가는 기존 매체를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편집권 개입 인지로 압축된다. 시청자들이 왜 레거시 미디어를 떠나 다른 곳에서 뉴스를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노출 순위만 되돌리려는 접근이 근본적인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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