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 형량 논란 속 프랑스 대선 출마 확정… 여론조사는 이미 독주

르펜, 형량 논란 속 프랑스 대선 출마 확정… 여론조사는 이미 독주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마린 르펜이 2027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파리 항소법원이 지난 7일 유럽의회 자금 유용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은 유지하되 피선거권 박탈 기간을 단축하면서, 르펜은 2017년과 2022년에 이어 네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설 길을 열었다.

 

항소법원은 르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이 중 2년을 집행유예로, 나머지 1년은 전자발찌를 부착한 가택구금으로 대체하도록 명령했다. 아울러 피선거권 박탈 기간을 기존 5년에서 45개월로 줄이고 이 중 30개월을 집행유예로 처리했으며, 벌금 10만 유로(약 1억 7500만원)를 별도로 부과했다. 재판부는 르펜이 2025년 3월 31일부터 이미 박탈 기간을 채워온 점을 인정해 이를 형기에서 공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유럽의회 보좌관 명목으로 지급된 자금이 실제로는 프랑스 내 국민연합 소속 직원들의 급여로 전용됐다는 의혹에서 출발했으며, 재판부는 이로 인해 유럽의회가 입은 손실이 280만 유로(약 49억원)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국민연합 역시 정당 차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200만 유로(약 35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이 중 절반은 집행유예 처리됐다.

 

1심 선고 당시 형량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같은 파리 형사법원의 동일 재판부는 2024년 2월, 유럽의회 보좌관 급여를 국내 정당 활동에 전용했다는 사실상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와 민주운동 소속 전직 의원 5명을 심리했는데 바이루는 무죄를, 나머지 5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데 그쳤다.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르펜에 대한 판결이 내려지기 며칠 전인 2025년 3월 22일 결정에서 피선거권 박탈이 유권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명시했는데, 형사법원은 항소 결과와 무관하게 즉각 효력이 발생하는 박탈형을 선고하면서 이 기준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르펜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유럽의회 측 소송대리인 파트리크 메종뇌브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여준다고 말했고, 르펜 측 변호인 로돌프 보셀뤼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하면서 최고법원인 파기원 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르펜은 판결 직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는 응하지 않았고, 이날 저녁 TF1 방송 인터뷰를 통해 대선 출마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후계자로 거론돼온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와 함께 “신속하게 대선 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당선될 경우 바르델라를 총리로 지명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르펜의 정치 이력은 2011년 아버지 장마리 르펜으로부터 국민전선을 물려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이후 당명을 국민연합으로 바꾸고 조직을 프랑스 제1야당 세력으로 성장시켰다. 이번 판결 이전까지는 유죄 확정으로 인해 출마가 불투명해지면서 바르델라가 대신 후보로 나설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판결로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 비바에 따르면 두 사람은 1차 투표 지지율에서 나란히 31~36%를 기록하며 다른 후보들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 즐피카르파시치는 “내 기억으로 대선 이 시점에 국민연합이 이 정도 수준으로 측정된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판결 직후인 7일과 8일 이틀간 르피가로와 LCI 의뢰로 이포프가 등록 유권자 9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르펜이 모든 결선투표 가상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총리 에두아르 필리프를 상대로는 54 대 46, 또 다른 전 총리 가브리엘 아탈을 상대로는 55 대 45, 좌파 성향의 장뤽 멜랑숑을 상대로는 70 대 30으로 각각 앞섰다. 1차 투표에서는 필리프가 중도 후보로 나설 경우 르펜이 36%를 얻어 19%의 필리프, 15%의 멜랑숑, 9%의 라파엘 글뤽스만, 8%의 브뤼노 르테아유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르델라는 여전히 당내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남아 있으며, 일부 조사에서는 르펜보다 근소하게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7일 출마 선언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국민연합 지지층이 르펜 쪽으로 결집하는 흐름이 확인됐고, 특히 젊은 유권자와 관리직 계층에서 르펜이 격차를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외교협회 파리사무소장 셀리아 벨랭은 국민연합이 르펜과 바르델라 두 사람을 동시에 내세울 수 있었던 지금이 오히려 당의 최전성기였을 수 있다며, 르펜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다소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도와 좌파 진영에서는 아직 최종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필리프와 아탈이 중도 진영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좌파 진영에서는 멜랑숑이 13%대 지지율로 가장 앞서 있지만 동시에 프랑스 정치인 중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인물로도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빅터 맬릿 선임기자는 멜랑숑이 결선에 오를 경우 중도 우파 유권자들이 국민연합 후보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국민연합의 승리 가능성이 오히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17년 대선에서 당시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던 에마뉘엘 마크롱이 몇 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선례를 들어, 아직 최종 결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르펜의 출마 자격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녀는 파기원에 재상고할 뜻을 밝혔으며, 검찰 측 역시 추가 상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법적 절차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과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연합이 2027년 대선에서 결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적인 것으로 보는 프랑스 정치권의 시각을 다시 한번 뒷받침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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