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가 지켜보지 않을 때는 물리적 실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설이 실험실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전직 미 항공우주국(NASA)·국방부 물리학자 토너스 캠벨은 우주가 비디오 게임처럼 작동해 관찰자가 데이터를 요청할 때만 물질을 렌더링한다고 말하며, 이를 뒷받침할 다섯 가지 양자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의 일부는 이미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Cal Poly) 연구팀과 함께 진행돼 첫 단계가 마무리된 상태다.
캠벨의 가설은 2017년 학술지 ‘국제 양자 기초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Quantum Foundations)’에 실린 논문 “시뮬레이션 이론 검증(On Testing the Simulation Theory)”에서 처음 제시됐다. 그는 이중슬릿 실험과 지연 선택 양자 지우개 실험을 변형해 관찰자가 존재하지 않을 때 기록된 정보 자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입자가 얽힘을 통해 거리와 무관하게 연결된다고 보는 기존 양자역학 해석과 비교하면, 캠벨은 관찰 행위 자체를 실재의 출발점으로 놓는다는 점에서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풀어낸다.
관찰자가 실재를 만들어 낸다는 발상은 캠벨 이전에도 물리학 안에 있었다. 프린스턴대 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휠러는 1980년대 “비트에서 존재로(It from Bit)”라는 개념을 통해, 물리적 실재가 물질이나 에너지가 아니라 관찰 행위에서 비롯된 정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를 관찰자가 참여해 완성해 가는 ‘참여적 우주(participatory universe)’로 표현하며, 관찰자가 던지는 예·아니오식 질문과 측정이 과거의 역사까지 바꿔 놓는다고 봤다. 그가 제안한 지연 선택 실험은 캠벨이 활용하는 지연 선택 양자 지우개 실험의 이론적 뿌리이기도 하다. 다만 휠러 본인은 여기서 말하는 관찰자가 반드시 의식을 지닌 존재를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같은 물음은 물리학 바깥에서 훨씬 오래전부터 다뤄져 왔다. 이백은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서 부생약몽(浮生若夢), 덧없는 삶은 꿈과 같다고 적었고, 소동파는 적벽을 노래한 ‘염노교(念奴嬌)’에서 인생여몽(人生如夢)이라며 지나간 시절과 눈앞의 강물을 나란히 놓았다. 장자가 남긴 호접몽(胡蝶夢) 이야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나비가 된 꿈을 꾼 장주가 깨어난 뒤, 자신이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지금 장주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대목은 관찰하는 자와 관찰되는 세계 사이의 경계를 지워 버린다.
불교의 유식 사상은 이를 좀 더 직접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만법유식(萬法唯識),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식(識)이 빚어낸 상이라는 명제다. 원효가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깨달았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고, 화엄경의 인드라망(因陀羅網)은 우주를 서로 비추는 무수한 구슬의 그물로 그려 낸다. 힌두 베단타 철학에서 물질세계를 무지가 씌운 베일로 보는 마야(Maya) 개념, 훗날 서양에서 조지 버클리가 정리한 “존재한다는 것은 지각된다는 것이다”라는 명제도 방향은 다르지 않다. 물리학이 관찰자 문제를 실험대에 올리기 수백 수천 년 전부터, 인류는 이미 보는 행위와 있다는 것 사이의 관계를 고민해 온 셈이다.
이론을 실험으로 옮기기 위해 캠벨은 2018년 비영리 단체 ‘의식과학통합센터(CUSAC)’를 세웠고, 같은 해 킥스타터 캠페인을 통해 23만 6천 달러(약 3억 3천만 원) 이상을 모금했다. 이 자금은 Cal Poly 폼포나 캠퍼스의 파르보드 코슈누드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실험에 투입됐다. 코슈누드 교수는 광자 얽힘과 양자 기계공학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 온 연구자로, 노벨상 수상자 존 클로저가 참여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양자공학 워크숍에서도 발표한 이력이 있다.
CUSAC 측에 따르면 지연 선택 양자 지우개 유형의 1차 실험은 이미 완료됐고, 연구팀은 현재 다음 단계 실험을 이론적으로 다듬어 실험실 테스트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캠벨은 다섯 개의 실험이 “기존 실재 이해에 도전하고 의식과 우주 사이의 심오한 연결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설이 맞다면, 관찰자의 의식은 시뮬레이션의 부산물이 아니라 실재를 구성하는 근본 요소가 된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한 철학적 사고 실험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닉 보스트롬이 2003년 제시한 시뮬레이션 논증이 확률과 논리에 기댄 사고 실험이었다면, 캠벨의 접근은 재현 가능한 실험 데이터로 가설을 검증하겠다는 시도다. CUSAC은 이 실험 외에도 신체적 시각 없이 사물을 인지한다는 ‘마인드사이트’ 현상을 이중맹검 방식으로 검증하는 별도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하며, 의식이 물리적 실재와 맺는 관계를 폭넓게 탐구하고 있다.
다음 단계 실험이 실험실 테스트에 들어가면 새로운 데이터가 공개될 전망이며, 캠벨과 코슈누드 교수 연구팀은 그동안 학술 워크숍과 강연을 통해 진행 상황을 꾸준히 알려 왔다. 관찰자와 실재의 관계를 둘러싼 이 오랜 질문에 실험이라는 도구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다음 단계 결과가 공개되는 순간이 이번 연구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NASA physicist Thomas Campbell suggests the universe does not exist when you aren’t looking.
It functions like a video game, rendering physical matter only when an observer requests the data. pic.twitter.com/kZpbxzi6jk
— Kekius Maximus (@Kekius_Sage) July 9,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