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아동 성착취물 탐지를 명분으로 이용자 메시지를 스캔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챗 컨트롤(Chat Control)’ 법안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 권위주의 정권이 흔히 쓰는 절차적 편법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텔레그램 공동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지난 금요일 X에 올린 글에서 “한때 바나나 공화국의 전형적 수법이었던 이런 술책을 이제는 유럽연합이 감시법을 통과시키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가 겨냥한 대상은 지난 목요일 유럽의회에서 부활한 감시 법안이었다. 논란이 된 규정은 기술기업들이 이용자의 메시지를 스캔해 아동 성착취물을 탐지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잠정 지침은 지난 4월 유럽의회 의원들이 사생활 침해 우려를 둘러싼 반발 속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이미 한 차례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유럽의회 의장 로베르타 메촐라가 EU 정상들에게 협상 재개를 요청했고, 유럽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법안은 다시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다.
메촐라가 속한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은 이례적으로만 발동되는 입법 절차를 적용해 표결을 진행했다. 이 절차에 따르면 법안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려면 최소 361명의 절대다수 찬성이 필요하다. 표결은 여름 휴회 전날 열려 의원들의 전원 출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에 이루어졌다.
그 결과 참석 의원 다수가 반대했음에도 법안은 통과됐다. 법 집행 당국도 이 틀을 지지해 왔는데, 27개 회원국의 사법 공조를 담당하는 유로폴의 캐서린 드볼 사무총장은 이를 “아동 보호를 위한 필수 도구”라고 설명했다. 매체 유랙티브에 따르면 EU 집행위원 4명도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압박했고, 이는 표결 직전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유럽 민주주의기술센터(CDT)의 랜드 함무드는 유랙티브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절차를 “고도로 정치화된 절차적 시도”라고 규정했다. 그는 “가장 큰 정치 그룹이 이미 부결된 대규모 감시 조치를 다시 표결에 부치려고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할 때, 이는 제도의 정직성을 우려하는 모든 이에게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네트워크 에드리(Edri)의 시메온 드브라우어는 같은 매체에 “유럽의회가 자신의 의장에게 등 뒤에서 칼을 맞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챗 컨트롤’ 법이 기술 기업들에게 “영장도, 사실상의 감독도, 법적 근거도 없이 수백만 건의 대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현재는 스캔 대상에서 제외된 종단간 암호화 통신까지 들여다보도록 강제하는 이른바 ‘챗 컨트롤 2.0’ 틀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매우 유사한 흐름이 한국에서도 감지된다. 2020년 이른바 ‘n번방 방지법’ 패키지의 일환으로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은 애초 메신저 앱의 동영상 파일에 적용됐던 사전 검열 의무를, 2026년 7월 1일부터 이미지 파일로까지 확대했다. 국내에 서버를 둔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업자는 이용자가 올리는 모든 이미지와 영상을 AI로 사전 스캔해 정부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10월 이 의무화 조치에 대해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사업자가 기술적 수단으로 수행한다는 이유를 들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국가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기 위해 모든 업로드를 스캔하는 구조 자체가 이용자에게 국가의 실시간 감시라는 인식을 심는다고 지적한다. 이 규제는 국내 플랫폼에만 실질적으로 적용되며, n번방 사건이 실제로 벌어졌던 텔레그램을 비롯한 해외 메신저와 소셜미디어는 관할권 밖에 있다는 이유로 규제를 피해간다.
이 흐름의 출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유럽도 한국도 아닌 곳에 이른다. 2019년 7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부는 페이스북, 구글 등과 회동해 전 세계적 대응 확대에 합의했고, 2020년 3월 ‘온라인 아동 성적 착취 및 학대 대응 자발적 원칙(Voluntary Principles to Counter Online Child Sexual Exploitation and Abuse)’을 내놓았다.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두 달 뒤, EU의 대응 전략은 넉 달 뒤에 나왔다. 한국은 n번방 사건의 공분을 동력 삼았고 유럽은 두로프가 지적한 절차적 편법을 동원했지만, 그 밑바탕의 국제적 틀은 양쪽 모두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 한국의 검열 대상은 이미지와 동영상에 한정돼 있고, 카카오톡 개인 대화나 텔레그램은 규제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돼 있다. 그러나 EU 역시 처음에는 이미지와 동영상 필터링에서 출발해 점차 텍스트 대화로 범위를 넓혀 왔다는 점에서, 한국도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DUROV SLAMS THE EU!
Pavel Durov just confirmed that Telegram will NEVER scan your private messages, calling out the EU for using “banana republic” tricks to pass extreme surveillance laws.
Telegram says your private chats will stay private. pic.twitter.com/hetdGAClSq
— Global Dissident (@GlobalDiss) July 10, 2026
A law allowing scanning of online communications to detect child sexual abuse material was amended by MEPs to protect users’ privacy. The new version could create a clash with member states. #EuropeNews https://t.co/wKaH7FM9zY
— euronews (@euronews) July 9, 2026
Ursula von der Leyen has confirmed that everyone in the EU will need to use the EU’s app for identity authentication before being able to access or post on social media websites.
🇪🇺 As an expert in online child safety, I am here to expose the misinformation and misdirection in…
— Paul Walsh (@Paul__Walsh) July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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