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과의 인터뷰에서 게이츠 옹호 발언을 집중 조명한 CNBC

워런 버핏과의 인터뷰에서 게이츠 옹호 발언을 집중 조명한 CNBC

워런 버핏이 CNBC와 한 시간 길이의 인터뷰를 가지며 자선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방대한 인터뷰에서 CNBC가 헤드라인으로 앞세운 것은 빌 게이츠에 대한 버핏의 옹호 발언이었다. 버핏은 게이츠 재단에 대한 연례 기부를 중단하고 자녀 세 명의 재단과 수잔 톰슨 버핏 재단에 자산을 몰아주는 결정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게이츠와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취했다.

 

버핏은 게이츠의 하원 감독위원회 증언과 반대신문 기록을 올해 1월부터 읽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도 살면서 사람을 잘못 골랐던 적이 많다며, 사람을 고르는 일에서 완벽한 성공률을 기록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어가 이 발언이 채용 판단을 말하는 것인지 개인적 친분 선택을 말하는 것인지 묻자, 버핏은 후자라고 답하며 게이츠가 그 부분을 직접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즉 버핏의 방어는 업무적 판단이 아니라 게이츠가 엡스타인과 개인적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 자체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버핏은 게이츠의 행위를 용서할 위치에 있지 않다. 용서는 통상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가해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버핏은 엡스타인의 피해자가 아니며, 엡스타인 범죄의 대상이 된 여성들과 무관하다. 그는 게이츠의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일 뿐이다. 그런 그가 “타율 10할은 없다”는 식으로 게이츠의 행위를 축소하고 넘어가는 것은,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가해자의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를 띤다. 이런 발언이 미디어를 통해 확산될 때, 피해자의 목소리가 설자리는 좁아진다.

 

인터뷰에서 버핏은 게이츠 재단에 대한 기부 중단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화제를 승계 계획, 고령, 자녀들의 준비 상태로 돌렸다. 정작 보도할 가치가 있는 지점은 이 회피였다. CNBC는 이 논란이 있는 회피 대신 게이츠를 옹호하는 발언을 앞세워 헤드라인으로 사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버핏은 게이츠 재단이 게이츠의 엡스타인과의 관계 조사를 외부 로펌에 의뢰한 결과를 기다리며 기부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엡스타인과 게이츠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언론 보도와 법무부 공개 문서가 존재한다. 결국 버핏은 로펌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7월 중순 게이츠 재단 배제를 최종 발표했다.

 

게이츠 본인의 증언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는 지난 6월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서, 엡스타인을 처음 만난 2011년 시점에 이미 그의 2008년 성범죄 유죄판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후 2014년까지 최소 여섯 차례 엡스타인을 직접 만났고, 2013년에는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다. 게이츠는 당시 그 관계가 용인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몰랐다가 나중에 드러난 실수가 아니라 문제를 인지한 상태에서 지속된 선택이라는 점에서 버핏이 제시한 “타율” 비유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안이다.

 

게이츠의 해명도 시간이 지나며 여러 차례 달라졌다. 2019년 엡스타인 체포 직후 그의 대변인은 게이츠가 엡스타인에게 어떠한 재정적 기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뉴욕타임스 보도에서는 엡스타인과 파티나 행사에 함께 있었던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3년 3월 1일 게이츠는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타고 뉴저지 테터보로에서 팜비치까지 이동했다. 또한 게이츠는 지난 6월 하원 청문회에서, 혼외 관계를 가진 여성 중 브리지 선수 밀라 안토노바를 엡스타인이 주최한 ‘행사’에서 만났다고 증언했다.

 

게이츠 재단은 엡스타인과 어떤 협업도 진행하지 않았고, 기금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금전 지급이나 고용 관계도 없었다고 밝혔으나 이 성명에는 “결과적으로”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18개월에 걸친 이메일 교환과 대면 회의에서 재단의 최고재무책임자와 법률고문이 직접 엡스타인과 기금 구조를 논의했고, 게이츠 본인도 10억 달러 규모의 가상 기부 시나리오를 놓고 최소 지급 요건 등 세부 사항을 직접 주고받았다. 2017년에는 게이츠의 수석 과학자문 보리스 니콜릭이 엡스타인과 게이츠 모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팬데믹을 기금의 핵심 자금 조성 영역 중 하나로 거론했다. 이는 엡스타인이 2011년 JP모건에 제안한 기금 설계, 즉 백신 관련 자금을 역외 구조로 운용하는 방안의 연장선에 있는데 세금 부담과 공개 의무를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 시점도 논란이 있다. 주류 언론은 뉴욕타임스가 확보한 문서와 증언을 근거로 2011년 1월 31일을 첫 만남으로 보도해왔다. 반면 탐사보도 기자 휘트니 웹은 이 관계가 실제로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정황 증거가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제시하는 핵심 근거는 2001년 1월 22일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에 실린 나이젤 로서 기자의 기사다. 이 기사는 엡스타인을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금융인으로 소개하면서, 그가 1990년대부터 빌 게이츠, 도널드 트럼프, 오하이오의 억만장자 레슬리 웩스너 등과의 사업적 관계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서술했다. 이후 트럼프와 웩스너와의 친분은 여러 경로로 확인됐고, 게이츠와의 사업적 관계도 2011년 이후의 이메일들로 뒷받침됐다. 이 기사는 엡스타인의 2006년 첫 체포 무렵 삭제되었다.

 

버핏과 게이츠의 개인적 친분은 이런 논란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버핏은 인터뷰에서 게이츠와 3주 전 세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으며, 다음 만남 약속도 이미 잡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게이츠가 재단 자금 중단 결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버핏은 1991년부터 이어진 이 우정을 “훌륭한 시간들”이라고 표현하며, 재단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다시 말해 엡스타인과의 관계로 인한 게이츠에 대한 비판이 자신과 게이츠의 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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