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만 명이 밀입국한 스페인 세우타 사태

하루 6만 명이 밀입국한 스페인 세우타 사태

지난 수요일 스페인령 세우타에 하루 만에 6만 명의 밀입국자가 몰려들면서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스페인의 솅겐 협정 자격 정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구 8만 4천 명 규모인 이 아프리카 월경지에서 수영, 담장 월경, 국경 검문소 강행 돌파를 통해 밀입국이 이뤄졌으며 최소 34명이 사망했다. 이는 2015년 그리스 난민 위기 당시 하루 최대 유입 인원인 1만 1천 명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EU 역사상 단일 최대 밀입국 사례로 기록됐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스페인 대법원의 최근 판결이 자리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세우타와 인근 멜리야로 향하다 해상에서 나포된 밀입국자를 즉각 송환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른바 ‘즉각 송환’ 조치는 육상 국경을 통한 월경 시도자에게만 적용되도록 제한됐다. 세우타의 육상 국경은 높이 10미터의 감시 장벽으로 통제되는 반면, 이 판결로 해상 경로에는 즉각 송환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 상태였다. 실제로 이번 사태에서 다수의 밀입국자는 헤엄쳐 해안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유입됐으며, 나머지는 경비가 허술해진 육상 검문소를 뚫고 들어왔다. 국경 통제가 육상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상 경로만 송환 대상에서 제외한 판결은 대규모 유입에 대응할 수단을 사전에 축소시킨 셈이 됐다.

 

세우타와 멜리야는 EU 및 솅겐 지역에서 아프리카와 육상 국경을 접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국경 통제권을 쥔 모로코는 최근 스페인이 경쟁국 알제리와 가스 협정을 맺으며 관계를 강화한 데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드리드 현대아랍연구센터 소장 하이잠 아미라 페르난데스는 SNS를 통해 “이 정도 규모의 인구 이동이 모로코 당국의 사전 인지나 묵인 없이 이뤄졌을 리 없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EU 내에서 가장 친이민 성향의 지도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4월 ‘정의로운 조치’라며 불법체류자 사면을 발표했고, 6월 30일 마감된 신청 기한까지 120만 명이 사면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페인 정부가 애초 예상한 신청 규모는 50만 명이었다. 이는 1986년, 1991년, 1996년, 2000년, 2001년, 2005년에 이어 40년간 일곱 번째 대규모 이민자 사면이다.

 

산체스 총리는 이민 확대 정책의 근거로 경제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이민이 줄어들 경우 스페인 국내총생산이 2050년까지 19%, 2075년까지 22%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2022년 이후 스페인 GDP 성장의 절반 가까이가 이민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스페인 정부 산하 전망전략청의 모델링에 근거한 것으로, 정부는 이민 축소 시 술집 9만 곳, 농장 22만 곳, 교실 5만 곳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GDP는 경제 규모를 나타낼 뿐 생활 수준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택난 해소나 병원 예약 대기 단축, 이미 과밀한 학교의 여유 확보 여부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스페인 독립재정감시기구 AIReF는 과거 2005년 사면 조치가 합법화된 이민자 1인당 연간 사회보장 기여금 약 4천 유로, 소득세 440유로의 이익을 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이익은 이민자가 안정적인 정규직에 취업했을 경우에 한정됐으며, 상당수 이민자가 합법 지위 취득 이전부터 이미 교육 및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 비용이 낮게 유지된 측면도 있다.

 

스페인은 이미 높은 주거비, 긴 의료 대기, 불균등한 교육 여건, 청년 및 저숙련 노동자에게 불리한 고용 시장 문제를 안고 있다. 엘카노왕립연구소에 따르면 외국 출생 거주자 5명 중 1명 가까이가 과밀 주거 환경에 놓여 있으며, 2024년 기준 비 EU 외국인의 47.8%가 빈곤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첫해에만 5억 유로 이상을 투입하는 ‘통합 및 시민권 계획’을 발표하고 이민 전담 신설 국가기관 설립도 예고했다.

 

이번 사태는 스페인 국내외에서 산체스 총리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유럽 최대 중도우파 정치그룹인 유럽인민당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는 이민자 송환 규정이 실효적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스페인의 국적 취득 정책이 “모든 위험에 유럽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으며, 스페인 극우 성향 정당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는 이번 사태를 “침공”으로 규정하며 산체스 총리를 “모든 결과의 주된 조장자이자 책임자”로 지목했다.

 

산체스 총리는 뒤늦게 세우타 방문을 예고하며 모로코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겠다고 밝혔고, 스페인 정부는 치안 유지를 위해 군을 투입했다. 국경에서는 밀입국자를 저지하기 위한 물 대포 사용과 함께 밤새 화재와 충돌이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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