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폴 미국 상원의원이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일기 한 페이지를 자신의 엑스 계정에 공개했다. 2022년 8월 13일자 일기로, 코로나19 백신이 감염과 전파를 막는 데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점을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도록 파우치를 포함한 여러 관료가 조율한 정황이 담겨 있다. 폴 의원은 이 페이지를 올리며 “관료들은 백신이 전파를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는 백신 의무화의 법적 근거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강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은폐다”라고 적었다.
일기 내용에 따르면 파우치는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 데이비드 케슬러 당시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수석과학관 등과 함께 CDC 및 로셸 월렌스키 당시 CDC 국장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CDC가 “백신이 감염과 전파를 막는 데 전혀 효과가 없다”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설득했다고 적었다. 파우치는 이런 표현이 9월 예정된 2가 백신(BA.5 대응) 접종 권고와 충돌할 뿐 아니라, “법무부의 백신 의무화 관철 노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CDC는 결국 홈페이지 문구를 “백신은 감염과 전파에 대해 미미하고 시간이 지나며 약해지는 효과만 제공한다”는 식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발표된 질병주간보고서(MMWR)에는 파우치가 원한 기존의 강한 표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파우치는 이를 두고 백악관 관계자였던 래리 호로위츠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자신에게 전화해 “이번이 마지막이다. 론 클레인 비서실장이 스페인에서 돌아오면 월렌스키를 경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아쉬시 자 당시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도 비슷한 입장이었다고 기록했다. 파우치는 “결국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문장으로 그날 일기를 마무리했다.
이 페이지는 랜드 폴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지난 7월 공개한 1,800여 쪽 분량의 파우치 일기 중 일부다. 위원회는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파우치가 거의 매일 작성한 기록을 근거 자료로 공개했으며, 파우치는 이달 초 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관련 질문에 수정헌법 5조를 내세워 답변을 거부했다.
이 일기가 세상에 나온 경위는 두 갈래로 확인된다. 첫째, 작성 목적이다. 파우치는 2024년 회고록 ‘온 콜’을 냈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기의 상당 부분이 이 회고록과 이후 인터뷰에 이미 반영돼 있었다. 회고록 집필을 염두에 두고 거의 매일 그날그날의 기록을 남긴 것으로 파악된다.
둘째, 정부 서버에 남게 된 배경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일기가 파우치의 이메일 및 기타 공식 문서와 함께 정부 서버에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는 정부 기록이지 개인 기록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정부 서버에 생성하고 보관한 것이므로 법에 따른 감독과 공개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파우치가 임기 말 퇴임을 앞두고 자신이 써온 일기 전체를 스스로에게 이메일로 보냈으며, 이 이메일이 정부 서버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11개 서버를 8개월간 수색한 끝에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일기에는 이 밖에도 논란이 되는 대목이 여럿 있다. 2020년 1월 26일자 일기에서 파우치는 우한의 수산시장이 “발원지가 아니라 확산 지점”이라고 적었는데, 이는 이후 그가 공개 석상에서 밝힌 자연 발생설과 다른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해 1월 31일자 일기에는 코로나19 게놈의 특정 부위(퓨린 절단 부위)에 대해 논의한 12명의 과학자 중 단 2명만 자연 기원을 지지했고, 나머지는 인위적 삽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기록도 있다.
2020년 10월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을 주도한 스탠퍼드대 제이 바타차리아 교수, 옥스퍼드대 수네트라 굽타 교수, 하버드대 마틴 쿨도프 교수를 파우치가 일기에서 “세 얼간이”로 지칭한 대목도 공개됐다. 이 선언은 봉쇄 대신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하는 대안적 방역 전략을 제시해 수만 명의 과학자와 의료인의 서명을 받은 문서다. 2021년 2월에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개발에 참여한 드루 와이즈먼이 파우치에게 mRNA 지질나노입자가 태반과 태아에 도달하고 임신하지 않은 쥐의 자궁과 난소에서도 흡수된다는 연구 결과를 전달했고, 파우치는 “보내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파우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조롱에 가까운 표현을 반복해서 남겼다. 2021년 3월 29일자 일기에서 트럼프를 “버릇없는 청소년”이라고 불렀고, 2020년 4월에는 브리핑을 두고 “총체적인 개판, 대통령이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적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선거운동 유세에서 헛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완전히 통제 불능이다. 진짜 망신거리”라고 썼다. 2021년 1월에는 “대통령은 팬데믹에 전혀 관심이 없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는 걸 막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미국을 망신시키고 있다”고 적었다.
자신의 유명세에 대해서는 자화자찬에 가까운 기록을 반복적으로 남겼다. 2020년 5월 21일 일기에서는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를 적은 직후 워싱턴포스트 1면에 자신을 다룬 기사가 실렸다며 “매우 우쭐해지는 일”이라고 쓰고, 자신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화제가 되는 인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알아보기 쉬운 인물 중 하나”라고 적었다. 3월에는 워싱턴포스트 1면과 뉴욕타임스 칼럼에 잇달아 자신이 다뤄졌다는 사실을 기록했고, 백악관 인턴부터 고참 직원까지 몰려와 감사 인사를 하고 셀카를 요청했다고 적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유명인사와의 친분을 자주 언급했고, 자신을 따르는 지지자들을 스스로 “파우치 컬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파우치는 코로나19 완치자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고하며 그 근거로 자연면역의 지속 기간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었고, 랜드 폴을 비롯한 비판자들은 이를 자연면역의 가치를 경시하는 태도로 지적했다. 실제로 파우치는 2022년 9월 상원 청문회 당시를 회고하며 일기에 “여느 때처럼 적대적인 질문을 하며 내가 자연면역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반복적인 백신 접종이 오히려 면역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당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벨기에 바이러스학자 헤이르트 반덴보슈는 2021년 팬데믹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규모 접종을 계속하면 바이러스가 면역 회피 방향으로 진화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연구진(파스칼 이르강 등)은 2023년 사이언스 이뮤놀로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짧은 간격으로 mRNA 백신을 반복 접종할 경우 바이러스 무력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IgG4 항체가 늘어난다는 관찰 결과를 내놓으며 부스터 접종 간격을 연 1회 이하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파우치는 일기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극우의 얼빠진 인간들”, “극우 미치광이들”이라고 표현했다. 랜드 폴에 대해서는 2022년 6월 상원 청문회에서 국립보건원 로열티 지급 관련 질의를 두고 “여느 때처럼 멍청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질문했다”고 적었고, 같은 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을 탈환하지 못하자 “랜드 폴은 더는 상원 감독권을 이용해 나를 괴롭힐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썼다.
Read this Fauci diary entry closely. Officials would not admit the vaccine was not stopping spread because it might weaken the legal case for mandates. That is not science. That is a cover-up to justify coercion. https://t.co/fLlQkF2K1U
— Rand Paul (@RandPaul) July 31,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