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세우타에 6만 명이 몰린 사흘, 스페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의심했다

스페인 세우타에 6만 명이 몰린 사흘, 스페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의심했다

7월 30일부터 31일 사이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로 이주민 4만 8,000명에서 6만 명이 몰려들었다. 사망자는 언론사별로 18명에서 86명까지 다르게 집계됐고, 사흘이 지난 뒤에도 스페인 정부는 최종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세우타의 원래 인구는 8만 4,000명 수준으로, 이번에 넘어온 인원은 도시 인구의 7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세우타는 모로코 영토에 둘러싸인 스페인의 두 작은 역외 영토 가운데 하나로, 16세기부터 이어진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다. 사태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모로코 국경 경비대가 트럭에서 내리는 인파를 막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세우타 시장 후안 헤수스 비바스는 국가 긴급사태 선포를 요청했지만, 스페인 내무부는 이주 사태가 관련 법상 긴급사태 대상이 아니라며 이를 거부하고 군 병력만 추가로 투입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번 사태를 “공격”이자 “스페인 영토 주권에 대한 침해”로 규정했다.

 

스페인 정부의 공식 설명은 인신매매 조직이 최근 대법원의 판례를 악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판례는 바다로 입국한 이주민을 즉시 돌려보내는 이른바 ‘즉각 송환’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인신매매 조직이 이를 왜곡해 “스페인이 국경을 열었다”는 허위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퍼뜨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한 이주민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스페인이 망명을 허용한다는 글을 보고 국경을 넘었다고 말했다. 한편 스페인 매체 아탈라야르는 알제리, 튜니지아, 프랑스 계정과 미국에서 나온 댓글까지 포함된 소셜미디어 캠페인이 7월 초부터 1,1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태를 부추겼다는 모로코 내무부의 해명을 전했다.

 

그러나 인신매매 조직과 소셜미디어 캠페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정황도 나왔다. 스페인 시민경비대는 국경을 넘은 이주민들 사이에서 모로코 정보요원을 발견했다고 보고했고, 국립법원은 이번 사태가 단순 밀입국 알선인지 조직적으로 기획된 행위인지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내무부와 국방부 사이에서는 사전 경보를 둘러싼 이견도 노출됐다. 엘에스파뇰은 이번에 넘어온 이들 대다수가 인신매매 조직의 주요 대상인 사하라 이남 출신이 아니라 모로코 청년들이었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짚으며, 이들을 내보낸 통로가 국경 인근 왕실 헌병대 자체라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논란도 불붙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소셜 미디어 엑스에 “스페인은 이스라엘에 훈수 두기를 놓치지 않는 나라인데, 정작 자신은 아프리카에 식민지 영토를 유지하고 있다”고 썼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장관은 “이제 모든 게 분명해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파장이 커지자 다나 에를리히 주스페인 이스라엘 임시대리대사는 다논의 발언이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스페인어로 산체스 총리에게 “이주와 인간의 다양성을 환영하는 깊은 헌신”에 축하를 보낸다는 조롱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스라엘 개입설과 관련해 사태 이전에 나온 글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미들이스트포럼 소속 모로코 출신 분석가 아민 아유브는 4월 25일 이스라엘 매체 예넷에 “아브라함 협정이 지브롤터 해협까지 닿는다: 이스라엘이 모로코의 북부 회복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라는 칼럼을 실었다. 그는 스페인이 이란 공습 당시 로타·모론 기지 사용을 거부하고 나토 국방비 목표를 미달한 점을 스페인 “전략적 갑옷의 균열”로 표현하며, 이스라엘이 이 틈에서 모로코의 영유권 주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이를 아브라함 협정 틀에 부합하는 “전략적 투자”라 부르고, 스페인을 “나토 동맹의 결정적 순간에 협력 대신 방해를 택한 회원국에 대한 처벌”이라고 적었다. 같은 싱크탱크 소속 마이클 루빈은 한 달 앞선 3월 칼럼에서 모로코인들이 불도저를 앞세워 세우타와 멜리야에 무장 없이 진입해 국기를 꽂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나이로비 대사관은 이 사태를 “워싱턴과 텔아비브가 인접국 당국과 조율해 스페인을 흔들기 위해 조직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대사관은 이를 “유럽 극우에게 주는 선물”이자 “미국 제국과 그 이스라엘 앞잡이에게 도전한 나라에 대한 처벌”이라고 부르며 “제국은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스페인은 2024년 5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했고 가자지구 사태를 대량학살로 지칭했으며, 이란 공격에 반대해 자국 영공을 미군기에 폐쇄하고 주이스라엘 대사를 영구 철수시킨 상태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4월 스페인 정부가 이스라엘에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고, 기데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산체스 정부가 “폭정과 함께 서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스페인이 나토에 “매우 나쁘게” 행동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토머스 매시 미 하원의원은 세우타 사태 2주 전인 7월 15일 하원이 217 대 209로 통과시킨 국가안보·국무부 예산법(HR 8595)을 지목했다. 법안에 딸린 세출위원회 보고서에는 “세우타와 멜리야는 모로코 영토에 위치해 있으며 모로코의 오랜 영유권 주장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는 문구가 담겼고, 모로코에는 안보투자 프로그램과 대외군사자금 각 2,000만 달러씩 총 4,000만 달러(약 550억 원)가 배정됐다. 매시는 공화당 의원 중 유일한 반대표였다며 “2주 전 하원은 스페인 영토를 모로코에 넘기는 데 청신호를 준 법을 통과시켰다. 나를 뺀 모든 공화당원이 찬성했는데, 이제 와서 그들이 충격받은 척한다”고 썼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하원의원도 공화당이 세금 4,000만 달러로 “모로코의 스페인 침공”을 도왔다고 거들었다.

 

전 CIA 분석관 존 키리아쿠는 자신의 팟캐스트 ‘브리핑룸’에서 이스라엘과 모로코가 직접 공조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가 산체스 총리의 알제리 방문에 대한 모로코 왕정의 분노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CIA의 분석 역량을 감안하면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사전에 이런 움직임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스페인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는 결과가 미국의 이해에 반하지 않았기에 굳이 경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그는 같은 논리로 매시 의원이 지목한 4,000만 달러 지원과 하원 보고서 문구를 근거로 들었다.

 

세우타 사태는 산체스 정부의 또 다른 정책과도 겹쳤다. 이란 대사관 성명을 인용한 보도들은 산체스 정부가 최근 불법 이주민 50만 명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했다고 전했고, 키리아쿠는 같은 조치의 규모를 12만 명으로 언급했는데 대다수가 북아프리카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나이절 파라지 영국 리폼UK 대표는 세우타에 도착한 이주민들이 프랑스 북부를 거쳐 영국해협을 건널 것이라고 경고했고, 프랑스 국민연합 지도부는 산체스 정부가 “유럽의 문을 모든 위험에 열어젖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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