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이해충돌 의혹 제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반박했다. 발단은 머크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을 둘러싼 5천만 달러 규모 합의와, 케네디 장관 가족이 이 합의로 금전적 이익을 얻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다.
가다실을 둘러싼 소송은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지방법원에 다구역소송(MDL-3036)으로 통합돼 진행됐다. 원고들은 접종 후 기립성 빈맥 증후군(POTS), 조기 난소부전(POI) 등을 겪었으며 머크가 이런 위험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25년 3월 법원은 경고 의무 위반 청구 대부분을 연방 표시 규정 우선 적용 법리로 기각했고, 원고 측이 항소해 계류 중이다. 머크는 지난 6월 200여 건의 소송을 5천만 달러에 일괄 합의했다고 발표했는데, 잘못이 없지만 소송 비용이 합의금보다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이 합의는 캘리포니아에서 진행 중이던 원고 제니퍼 로비의 재판이 배심 재개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마련됐고, 이 재판에서 머크의 내부 문건 수천 건이 이미 공개된 상태였다. 소송 추적 매체들은 머크가 추가 사실관계가 공개 법정에서 다뤄지는 상황을 피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케네디 장관은 장관 취임 전 이 소송들의 다수에서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그가 몸담았던 로펌 위즈너 바움이 나머지 소송을 대리했다. 그는 위즈너 바움에 소송 원고를 소개하고, 해당 소송이 승소하거나 합의될 경우 소개 수수료를 받는 계약 관계에 있었다. 케네디 장관의 아들 코너 케네디는 현재 위즈너 바움에서 근무 중이다.
이 구조가 이해충돌로 지목되는 이유는 HHS 장관이 백신 안전성에 관한 공식 입장, 자문위원회 구성, 백신 부상 보상 프로그램(VICP) 운영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이 재직 중 가다실의 위험성에 대한 공개 입장을 밝히거나 관련 자문위원회 구성을 바꾸면, 이는 머크가 합의에 나설 동기와 계류 중인 소송의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워런 의원 등이 문제 삼는 지점은 케네디 장관이 규제 권한과 개인적 소송 지분이 겹치는 사안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을 수 있느냐다.
워런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케네디 장관의 아들이 아버지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5천만 달러 합의금의 일부를 받고 있는가? 조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워런 의원은 앤절라 알소브룩스, 리처드 블루먼솔, 앤디 김 상원의원과 함께 케네디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21개 항목에 걸친 질의를 제기했다. 서한은 케네디 장관이 이번 합의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위즈너 바움에 소개한 가다실 소송이 몇 건인지, HHS 장관 재직 중 백신 부상 소송으로 받은 금액이 얼마인지를 오는 11일까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케네디 장관은 취임 전 위즈너 바움을 통해 받을 수 있었던 가다실 관련 수수료에 대한 권리를 전부 포기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워싱턴포스트 편집위원회는 내가 빅파마에 불리하게 편향될 수 있는 이해충돌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정작 보호하려는 것은 빅파마의 이익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어 “그 의혹의 근거는 머크의 가다실 백신 피해 소송 합의에서 내가 돈을 받았다는 것인데, 나도 내 아들도 다른 가족 누구도 가다실 합의금에서 단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케네디 장관은 “취임 전 가다실 수수료에 대한 잠재적 권리를 위즈너 바움 로펌에 전부 넘겼고, 이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위즈너 바움이 공개적으로 확인해 준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워런 의원과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편집위원회는 빅파마를 향한 열의 속에 빅파마를 피해자로, 나를 거짓말쟁이 악당으로 만드는 허위 서사를 계속 퍼뜨리고 있다”고 썼다. 그는 “나는 부패한 규제 담당자들을 해임하고, 과거 이해충돌이 심했던 ‘전문가’들로 채워졌던 자문위원회를 해체하고 있다”며 “이 기관을 규제 대상 산업의 꼭두각시로 만든 기업 포획의 메커니즘을 해체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케네디 장관의 이해충돌 문제는 2025년 1월 인사청문회에서 이미 쟁점이 됐다. 당시 상원 재정위원회 청문회에서 워런 의원은 케네디 장관이 최근 2년간 위즈너 바움으로부터 250만 달러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퇴임 후에도 4년간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병원, 보험사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겠다고 서약할 것을 요구했다. 케네디 장관은 당시 이를 즉답하지 않았으나, 이후 윤리서약서를 수정해 위즈너 바움을 통해 소개한 사건에서 발생하는 소개 수수료 10%를 계속 받겠다던 애초 계획을 철회하고, 관련 지분을 성인 비부양 자녀에게 전부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케네디 장관 측 반박에서 워런 의원을 겨냥한 대목은 그녀가 제약업계로부터 상당한 정치자금을 받아 왔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다. 오픈시크릿 자료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2020년 대선 출마 당시 제약·건강용품 업계로부터 82만 2,573달러를 받아 해당 선거 주기 전체 후보 중 여덟 번째로 많은 금액을 수령했는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였다. 건강 관련 산업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보건 전문직 236만 6,613달러, 병원·요양시설 160만 888달러를 포함해 총 5백만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케네디 장관은 원래 환경 변호사로, 워터키퍼 얼라이언스를 설립해 오염 유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며 명성을 쌓았다. 2005년 그는 자녀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어머니들과 접촉한 일을 계기로 백신 성분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밝혀 왔다. 이후 그는 백신 안전성 옹호 단체 아동건강수호를 설립해 이끌며 연방 및 주 정부와 제약사를 상대로 수십 건의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에는 백신 부상 소송 전문 변호사 로버트 크라코우와 함께 가다실 소송을 조직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머크 합의를 둘러싼 상원 조사는 8월 11일 답변 시한을 앞두고 있으며, 케네디 장관과 워런 의원 양측의 공방은 답변 제출 여부에 따라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The Washington Post editorial board accuses me of a conflict of interest that might bias me against Big Pharma, whose interests they apparently seek to protect. The alleged conflict comes from money I supposedly made from a settlement in a lawsuit against Merck for injuries… https://t.co/5YPpB69Whd
— Secretary Kennedy (@SecKennedy) August 1,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