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론다 계곡 대형 화재는 방화

영국 웨일스 론다 계곡 대형 화재는 방화

영국 웨일스 사우스웨일스 론다 계곡의 페른데일 인근 란워노산에서 지난 토요일 오후 발생한 대형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사우스웨일스소방구조대(SWFRS)는 월요일 밤 해당 산에서 “고의적 방화”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고 전했다. 이 산불은 산림지, 공유지, 초목지 약 150헥타르를 태우며 8월 5일 기준으로도 여전히 ‘주요 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20여 대와 특수 산불 대응팀, 고성능 양수 장비, 드론을 투입했다. 웨일스 자원관리청(NRW)이 확보한 헬기도 투입됐지만, 짙은 구름과 안개, 비로 인한 시야 불량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제 대피령은 없었으나 대기질 악화를 우려하는 주민을 위해 론다 파흐 레저센터에 임시 대피소가 마련됐다.

 

이 산불은 단발성 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론다 계곡 일대는 지난 10여 년간 여름철마다 고의적으로 시작된 대형 들불이 반복돼 온 지역이다. 2020년 4월 이스트라드 마을 위쪽 산에서 20헥타르 규모의 들불이 났을 때 19세 남성과 17세 소년, 16세 소녀가 방화 혐의로 체포됐고, 같은 시기 대응한 들불 67건 가운데 62건이 고의 방화로 확인됐다. 2013년, 2018년, 2023년에도 론다 컨온 타프 지역 여러 지점에서 비슷한 패턴의 방화가 되풀이됐다.

 

웨일스 산불위원회(Wales Wildfire Board)에 따르면, 2025년 웨일스 전역의 들불은 3,474건으로 전년 대비 275%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고의 방화는 2,357건으로 256% 늘어 2018년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전체 들불 가운데 고의 방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67.8%에 달한다.

 

이번 산불 확산을 둘러싼 공식 논평은 대체로 기후변화 프레임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올여름 영국 언론은 스코틀랜드 케언곰스 산불이나 웨일스 북부 가뭄 등을 다루며 기후 위기를 전면에 내세웠고, 기상청도 이상 고온 일수 증가를 근거로 기후 보고서를 냈다. 소방관노동조합(FBU) 웨일스 집행위원 개러스 토비는 이번 봄 들불 급증이 빙산의 일각이며 기온 상승으로 이러한 사건이 더 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서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지난해 3월 어느 하루 웨일스 전역에서 들불 40건 이상이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는데, 하필 그해 첫 화창한 날이었고 땅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소방 관계자들은 이를 소방 자원을 최대한 분산시키려는 조직적 행위로 보고 있으며, 방화를 저지르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를 “쓰리 픽스 챌린지”라 부르는 표현까지 존재한다. 기온이나 건조 도로는 설명되지 않는 계획된 행위라는 뜻이다.

 

웨일스는 2007년 첫 발표된 웨일스방화감소전략(WARS)을 2009년, 2012~2015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개정하며 운영해왔고, 2015년에는 3개 소방당국과 4개 경찰청이 참여하는 다기관 태스크포스 ‘오퍼레이션 던스 글로’도 출범시켰다. 이 전략은 한때 방화 화재를 2,612건에서 1,627건까지 줄였지만 몇 년 만에 2,850건으로 반등했다.

매년 수천 건의 방화성 들불이 발생하지만 현장 체포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소수다. 미드앤웨스트웨일스소방구조대 부청장이자 전 웨일스방화감소전략위원회 의장을 지낸 믹 크레넬은 방화가 무거운 벌금이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라며 지역사회 인식 전환을 촉구했지만, 실제 형사처벌로 귀결되는 사례는 여전히 손에 꼽을 정도다.

 

 

 

 

Share thi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