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경제는 끝났다”는 미 재무장관, 그러나 여론조사 및 지표는 정반대

“K자형 경제는 끝났다”는 미 재무장관, 그러나 여론조사 및 지표는 정반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른바 ‘K자형 경제’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발표된 여론조사와 경제지표는 정반대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오랜 경제 양극화가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자형 경제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다”며 “분명히 말하는데 K자형 경제는 끝났다”고 밝혔다. K자형 경제란 고소득층은 계속 번영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뒤처지는 구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베센트 장관은 미국 경제가 이제 ‘C자형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위 25%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2% 상승했다며,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중의 임금 상승 추세와 비교했다.

 

발언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왔다. 연방준비제도가 선호하는 물가지표는 여전히 장기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비용 급등과 트럼프 행정부의 전 세계 관세 정책이 소비자 물가에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된 마켓대학교 로스쿨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5%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를 미국인의 최대 관심사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가의 사상 최고치 경신을 경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반복해서 제시해왔다. 그는 재집권 이후 주식시장이 수십 차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평범한 미국인의 401(k)’ 계좌가 3만 달러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주식 보유가 부유층 가구에 집중되어 있어 주가 상승이 대다수 미국인의 재정 상태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2026년 1분기 기준 연 소득 20만 달러 이상 가구가 전체 소비지출의 거의 60%를 차지했다고 추산했다. 이들 고소득 가구의 지출은 물가 상승률을 계속 웃돈 반면, 나머지 80% 소득자의 물가조정 지출은 사실상 변동이 없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임금 성장 추적 지표 역시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최고소득층을 앞질렀다는 근거를 보여주지 않는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포함된 세제 조치도 근거로 제시했다. 팁·초과근무 수당 세금 감면, 자동차 대출 이자 공제, 은퇴자 세율 인하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가구에 혜택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세정책센터는 이 법안의 세제 혜택 중 거의 60%가 연 소득 약 21만 7,000달러 이상 가구에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베센트 장관의 낙관론은 한 달 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도 배치된다. 가디언이 해리스 여론조사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95%가 구매력 위기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7%로 2월(46%)보다 늘었고, 개선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6%로 2월(28%)보다 줄었다.

 

구매력 위기에 대한 우려는 정당을 가리지 않았다. 민주당, 공화당, 무당파 응답자 각각 약 절반이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공화당원 49%를 포함해 응답자의 3분의 2가 연방정부의 개선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도 낙관론이 크게 흔들렸다.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응답은 2월 49%에서 27%로 줄었고,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은 22%에서 38%로 늘었다. 핵심 지지 기반인 농촌 지역에서는 64%가 경제 악화를 체감한다고 답해 2월(46%)보다 크게 늘었으며, 일자리 감소와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강하게 체감한 집단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매력 위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물가를 낮추기 위한 압박을 행사해왔다. 이란과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급락했지만 미국 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더디게 내려가고 있다. 그는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 정유 및 가스 기업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한편, 초당적으로 추진되던 주택 법안은 부정선거 의혹 등을 이유로 ‘사소한 사안’이라며 무산시켰다.

 

민주당 역시 취약점을 드러냈다. 구매력 위기를 인정하는 무당파 응답자 중 절반 이상(54%)이 두 정당 모두 해법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노동통계국이 8월 7일 발표한 7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고용은 한 달 사이 2만 3,000명 줄었다. 6월의 수정치인 2만 명 증가에서 반전된 수치이며, 직전 12개월 평균 증가폭인 3만 4,000명을 크게 밑돈다. 실업률은 전월 4.2%에서 4.1%로 낮아졌지만, 구직을 포기하는 인구가 늘어난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참여율은 61.4%로 5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임금 상승세도 거의 정체됐다.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폭은 2%에 그쳐, 전년 대비 상승률이 3.2%로 2021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응답자의 약 절반은 학자금 대출을 포함한 부채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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