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밍엄 시의회가 무허가 국기 게양을 금지하는 법원 명령을 추진하면서 위반 시 최대 2년 징역이나 무제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8월 잉글랜드 러그비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각자의 문화적 배경을 상징하는 옷을 입고 참여하는 ‘문화 기념일’ 행사를 열었는데, 12세 소녀가 유니언잭 무늬 드레스를 입고 영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주제로 발표하려 하자 이를 제지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며 학교의 조치를 둘러싼 전국적인 비판이 일었고, 학교 측은 결국 영국 국기를 게양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부심의 표현이라며 사과했다.
이 사건 직후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잉글랜드인’이라 칭하는 이들이 모여 ‘웨올리 워리어스(Weoley Warriors)’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비슷한 시기 버밍엄 여러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국기를 내걸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은 국기 구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까지 진행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버밍엄 소재 사업가 라이언 브리지와 우스터셔 북부 소재 사업가 엘리엇 스탠리가 ‘레이즈 더 컬러스(Raise the Colours)’라는 단체를 공동 창립했다. 이 단체는 버밍엄 교외와 우스터셔 마을의 가로등에 도로관리 당국의 허가 없이 유니언잭과 잉글랜드 국기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미들랜드와 잉글랜드 남부, 나아가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로까지 확산됐다.
버밍엄 시의회는 지난해 8월 이렇게 걸린 국기들에 대해 처음으로 철거를 지시했다. 지면에서 최대 25피트(약 7.6미터) 높이에 걸려 있음에도 국기가 보행자와 운전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게 시의회의 논리였다. 자유민주당, 녹색당, 무소속 연합이 운영하는 시의회는 이번에 아예 무허가 게양 자체를 금지하는 고등법원 금지명령을 신청하면서, 라이언 브리지를 포함해 총 8명과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인물들을 소송 대상으로 지목했다.
시의회는 국기 철거 작업을 하던 직원들이 괴롭힘을 겪었다는 이유로 금지명령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계약업체는 안전상의 우려로 철거를 야간에 경찰 지원을 받아 진행해왔는데, 시의회는 이 방식이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금지명령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시의회 측은 이번 조치가 깃발 게양 자체를 막으려는 게 아니라 공공시설물에 대한 무허가 부착을 문제 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앙정부는 2021년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지침을 통해 국기 게양을 장려해 왔다. 지침은 국기를 “매우 영국적인 방식으로 기쁨과 자부심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규정하며 유니언잭 게양 확대를 지방정부에 권장했다. 지침이 둔 유일한 단서조항은 국기가 도로, 철도, 수로, 항공 표지판의 시인성을 가리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버밍엄 시의회가 이번 철거 조치의 근거로 내세운 논리, 즉 국기가 보행자와 운전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주장은 이 지침이 예외로 허용한 바로 그 조항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철거에 드는 비용은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깃발 한 개당 132파운드(약 25만 원), 약 2만 개 전체로는 260만 파운드(약 49억 원)로 산정됐다. 버밍엄 시의회는 부채가 35억 파운드(약 6조 6,500억 원)를 넘어 잉글랜드 지방정부 중 가장 많으며, 2023년 9월에는 사실상 파산을 선언하는 섹션 114 통지를 발령한 바 있다.
개혁영국 소속으로 버밍엄 예비내각에서 재정을 담당하는 라지비르 싱 시의원은 재정 감축과 재건에 매달려야 할 시점에 시 전역의 깃발 철거에 수백만 파운드를 쏟아붓는 것은 “이례적인 우선순위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기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재정 위기의 책임을 지방정부가 자초해 놓고 정작 시민들이 내건 국기를 표적으로 삼는 데 반발했다.
시의회의 국기 철거 방침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가자 전쟁이 2023년 발발한 이후 무슬림 인구가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버밍엄 시내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은 문제 삼지 않았다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개혁영국은 자당이 통제하는 지방의회에서는 애국적 깃발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고, 이에 노동당 소속 토르스텐 벨 장관은 나이절 파라지의 정당을 향해 깃발 문제에 “걱정”을 그만 쏟으라고 쏘아붙였다.
옥스퍼드셔 카운티 의회는 지난달 가로등 국기 게양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승소한 첫 번째 지방정부가 됐다. 안전 위험과 무단 침입, 통행 방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 3월 정식 통지와 5월 소송 전 서한에도 게양이 멈추지 않고 철거할 때마다 새 깃발이 다시 걸렸다는 점, 게양자 다수의 신원이 끝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재판부가 금지명령을 승인한 근거가 됐다. 이후 레이즈 더 컬러스 공동 창립자 라이언 브리지는 옥스퍼드셔 관내 공공도로 인근에서는 허가 없이 깃발을 거는 것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The UK is doomed.
Birmingham moves to ban British and English flags in the city.
Anyone caught raising their country’s flag could face two years in prison and a £2,500 fine. pic.twitter.com/QpNRF7c9Oq
— Chay Bowes (@BowesChay) August 28, 2026
“Why would Birmingham City Council ban our National Flags?”
The Council: pic.twitter.com/XPLp72CToa
— Basil the Great (@BasilTheGreat) August 29,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