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러시아발 디젤 공급난 속에 미국 트럭 운송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세계 곡물 가격도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며 내년 식탁 물가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트럭 운송업체 16곳이 디젤 가격이 치솟은 한 달 사이 잇따라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250명이 넘는 직원의 일자리가 흔들리게 됐다. 이 가운데 8곳은 영업을 이어가며 빚을 재조정하는 연방파산법 11장(회생 절차)을 신청했고, 7곳은 자산을 처분하고 문을 닫는 7장(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회생 절차를 택한 업체 중에는 쇼코 트랜스포트와 글로브마스터 같은 비교적 큰 회사도 포함됐다. 트럭 운송업계는 인건비, 보험료, 정비비, 규제 비용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적은 이익률로 버텨 왔고, 계절적 비수기에는 늘어난 비용을 감당할 매출조차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체력이 바닥난 업계를 디젤 가격 급등이 정면으로 덮쳤다.
미국의 디젤 평균 가격이 8월 말 갤런(약 3.8리터)당 5.60달러(약 7,580원)에서 9월 하순 6.53달러(약 8,840원)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불과 몇 주 만에 17% 오른 가격이다. 이후 소폭 내려왔지만 9월 30일 기준 평균 가격은 여전히 6.41달러(약 8,670원)로 역대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료비가 단기간에 이만큼 뛰자 늘어난 비용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없는 업체들이 버티지 못하고 차례로 법원을 찾았다.
트럭 운송업체가 디젤 가격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늘어난 연료비를 떠안으면 이익이 줄고, 운임을 올려 화주에게 넘기면 고객을 잃을 위험이 커진다. 남은 길은 운전기사와 차량을 줄이는 것뿐이다. 이 방법은 당장 회사를 연명하게 해 주지만 운송 능력과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을 함께 깎아 먹는다.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한 업체부터 무너지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이크 맥글론 선임 원자재 전략가는 서방 전역의 디젤 고공행진이 2008년 에너지 위기 때와 비슷한 경제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 수송은 전쟁 이전 수준을 되찾았지만 디젤 같은 정제유 공급은 여전히 묶여 있다. 골드만삭스의 율리아 제스트코바 그릭스비 등 분석가들은 추적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수출’까지 더해 최근 일주일간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이 하루 2,330만 배럴로 전쟁 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정제유 수출은 2025년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전쟁 초기 이란의 공격으로 걸프 지역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었고 재고도 바닥난 상태다. 미국 정유사 필립스66의 브라이언 맨델 마케팅 및 상업 부문 수석부사장은 8월 초 실적 발표에서 아시아와 중동에서 하루 700만 배럴, 러시아에서 140만 배럴 규모의 정유시설이 멈춰 있다며 재가동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니킬 반다리 에너지 분석가는 정제유 위기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과 프랑스에 비상 디젤 비축분을 풀라고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미국산 디젤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요구 규모는 향후 6개월간 1억 2,000만 배럴로, 하루 약 66만 배럴을 시장에 추가로 내놓는 양이다. 한 미국 관리는 “미국이 정제유 공급을 늘리고 소비자 비용을 낮출 여러 방안을 추진하는 지금,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유럽에 가장 이익이 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디젤 수출 금지를 매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출 금지가 휘발유 가격에는 악영향을 주겠지만 디젤 가격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하며, 가격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목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유럽이 곧 비축분 방출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가 9월 30일 모든 연료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디젤, 선박 연료, 가스오일 수출 금지 조치를 10월 31일까지 한 달 더 연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수확기 연료 수요 증가에 대비해 국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점을 연장 이유로 들었다. 러시아는 여름부터 이 조치를 한 달 단위로 계속 연장해 왔다. 우크라이나가 지난봄부터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화하면서 러시아 국내 휘발유와 디젤 생산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수출 금지 이전 러시아산 디젤은 세계 해상 운송 디젤 공급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블룸버그의 원자재 전문가 하비에르 블라스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유럽이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요인에 스스로 자초한 문제까지 겹쳐 사방에서 압박받고 있다며 정책 대응은 현실을 외면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 농산물 현물지수가 3분기에 13% 뛰며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분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옥수수, 대두, 밀, 커피, 설탕, 면화, 코코아 등 주요 작물 10종의 가격을 추적한다. 흑해 지역의 곡물 수출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동시에 가격을 밀어 올렸다. 8월 한 달 상승폭은 2010년대 초 ‘아랍의 봄’ 시위 시기 이후 가장 컸다. 내년 식량 위기를 경고하는 월가 금융사 분석 부서도 갈수록 늘고 있다.
세력을 키우고 있는 엘니뇨가 관측 사상 가장 강한 수준에 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주요 곡창지대의 작황이 흔들리고 있다. 여러 작물의 수확량이 이미 급감했고, 인도는 10년 만에 가장 약한 몬순을 겪으며 수확과 식량 가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정제유 위기는 식량의 생산비와 운송비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곡물 가격 상승분은 내년 장바구니 물가로 옮겨갈 위험을 안고 있다. 세계 채권시장 급락에 이미 대응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은 디젤과 곡물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NEW:
Record diesel prices are destroying truck drivers in the US. pic.twitter.com/FyYz5fi7M1
— Jackson Hinkle 🇺🇸 (@jacksonhinkle) September 19, 2026
Hundreds of dump truck drivers joined a convoy from Surrey and Abbotsford to Vancouver this morning, protesting record-high diesel prices ⛽️ pic.twitter.com/QJ5OToMSOM
— 604RAW (@604RAW) September 25, 2026
🛢Europe’s fuel rage: blockades in Portugal, ports shut in France
Protests against soaring fuel prices have broken out in several European countries, with hundreds of trucks and fishing vessels blocking key infrastructure.
🇵🇹 In Portugal:
♦️ Hundreds of trucks staged a go-slow… pic.twitter.com/9ZVoo2YVKt
— RagingDissident_ (@JustRaging01) September 27,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