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이 한국 선박의 시범 운항을 국제 운송로 협력 사례로 공개 언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발다이 토론클럽 회의에서 중국 컨테이너선과 한국 선박의 시범 운항을 거론하며 유망한 국제 운송로를 다른 나라와 함께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인도 친구들과도 이야기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유망한 국제 운송로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킨 한국 선박은 8월 22일 부산신항을 떠나 북극항로로 유럽을 다녀오는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9월 6일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가는 북극항로 구간을 빠져나왔다. 노르웨이의 북극물류센터(Centre for High North Logistics)가 선박 위치 신호를 추적한 결과, 이 배는 8월 30일 북극항로 동쪽 경계에 들어선 뒤 약 2,320해리를 6일 10시간 만에 평균 15.1노트로 주파했다. 센터는 이 속도가 컨테이너선으로서 상업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북극항로청은 8월 17일 이 배에 운항 허가를 내줬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9월 12일 영국 펠릭스토우에 입항한 뒤 13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16일 폴란드 그단스크에 차례로 들렀다. 펠릭스토우 도착은 후티 반군이 홍해 남쪽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한 다음 날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역사적인 항로를 열었다며 선장과 선원들을 축하했다. 아시아타임스는 약 1만 3,000km인 북극항로가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2만 300km 항로보다 36% 짧고, 45일로 잡힌 왕복 일정은 수에즈 경유보다 최소 20일 빠르다고 전했다.
중국 선사 시레전드(Sea Legend)가 중국과 유럽을 잇는 북극항로 주간 정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컨테이너선 두바이타워호는 닝보저우산항을 떠난 지 25일 만인 9월 9일 영국 티스포트에 도착했으며, 올해 중국 컨테이너선이 최소 7척 더 뒤따를 예정이다. 인도는 내년에 북극항로로 첫 화물선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집중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북극항로 정책이 없고, 유럽 선사들은 정치적, 환경적 이유로 이 항로를 피해 희망봉을 돌아간다.
로이터는 출항 이틀 전인 8월 20일 이번 운항이 러시아의 협조를 필요로 해 한국이 서방 동맹국과 마찰을 빚을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자국 내해로 보고 통과 선박에 허가를 요구하며, 국영 핵추진 쇄빙선을 쓰도록 요구할 권리도 갖고 있다. 이 쇄빙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다. 북극 해운 전문가들은 배가 얼음에 갇히는 등 문제가 생겨 러시아의 도움을 구하면 한국이 제재를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서현교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안보 동맹이 미국과 유럽연합이며, 이들과의 사전 협의를 엄격히 지키면서 운항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인 최수범은 배가 러시아 해역을 지나는데도 정부가 러시아보다 미국과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데 훨씬 더 공을 들였다고 비판했다. 최 사무총장은 전문가들이 이런 접근에 불만이 컸다며 “미국에 지나치게 종속적인 외교 행태로 비쳤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9월 28일 팬스타 아크로호의 운항을 “지정학적 선례”로 평가했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자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는 나라인데도 북극항로로 화물을 실어 날랐다는 이유에서다. 이즈베스티야는 전체 항해 22일 가운데 북극항로 구간이 6.5일이었고, 수에즈 경유보다 운송 기간이 약 10일 줄었다고 보도했다. 팬스타 아크로호가 러시아 구간을 쇄빙선의 직접 호위 없이 통과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유럽에서 화물을 싣고 다시 북극항로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온다. 선사인 팬스타는 9월 초부터 귀항편 상업 예약을 받았고, 공개한 일정표에는 펠릭스토우, 로테르담, 함부르크, 그단스크 기항과 10월 7일 부산신항 도착이 잡혀 있다. 러시아 북극항로청은 9월 8일 이 배에 대한 추가 운항 허가를 공고했다. 북극물류센터는 왕복 운항이 끝나야 이번 시범 사업을 최종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ATCH |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says, “We have piloted a Chinese container ship and South Korean ship, and we are talking to our Indian friends as well. So we stand in favor of jointly using these promising international corridors… Now, as far as the North-South… pic.twitter.com/ejs04FPWu4
— ANI (@ANI) October 1, 2026